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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칭찬과 격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리더십과 인간경영의 전문가 '켄 블랜차드(Ken Blanchard)' 가 저술한 책의 제목으로 한국에서는 2천대에 꽤나 유명했던 책이다. 그 책을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바다에서 가장 크고 무서운 동물인 범고래를 수면 위로 3미터나 뛰어오르게 한 것은, 조련사의 칭찬 한마디였다는 기사를 보았다. 믿거나 말거나! 칭찬과 격려에 인색한 시대를 살았다. 초·중·고 12년 동안 선생으로부터 격려나 칭찬을 받았던 기억보다는 비난과 꾸중을 들었던 기억이 더 많다. 몇 안 되는 것을 기억에서 찾아본다. 중학교 2학년 때 집에서 교과서 살 돈을 주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책값을 내지 못한 아이가 되었고, 담임선생님에게 불려갔다. 병환이 있었는지 혈색이 창백하고 큰 키에 비쩍 말라.. 더보기
외국인이 본 한국의 직장문화 이글은 며칠 전에 어떤 분이 소개한 글로, 한국에서 16년 넘게 직장생활을 한 제게는 내용이 무척 인상적이라 번역해 보았습니다. 짧은 영어라도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가급적 의역을 했으니, 실수가 있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글을 이해하는 것과 번역하는 것은 또 달라서 아침부터 지금까지 6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차라리 글을 쓰는 게 쉬울 것 같네요. 처음 이 글을 접하고 며칠 동안 머리에서 글의 내용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공감이 가기도 했지만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너희들도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몇 번을 읽어보고 깨달은 것은, 글쓴이가 한국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애정이 없으면 관심도 없고, 관심이 없으면 이런 내용의 글을 쓸 수 없겠지요. 원.. 더보기
2년만에 재취업한 아들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이제 한국도 날이 조금씩 풀리고 있겠네요. 늦었지만 생신 축하드립니다.요즘 하는 거 없이 시간이 너무 빨리 가네요. 아직 좋은 소식은 없습니다. 가끔 Interview 보면서 지냅니다. 어떤 일은 거절한 적도 있는데 잘한 건지 시간이 지나가면 다시 되돌아보게 됩니다.그 외에는 별일 없이 잘 보내고 있습니다. 운동도 최소 3번 이상 2시간~3시간 매주 합니다.혹시 미국에서 뭐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생신 선물로 보내드릴게요. 이상하게도 아직은 여유 있습니다. 돈을 알뜰하게 쓰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의외로 잘 버티네요. 한국은 늦은 시간이니 주무시고 담에 연락주세요.전 이제 운동하러 갑니다. from 아들 지난 3월 아들이 보내온 메일이다. 전화는커녕 메일이라도 이렇게 소.. 더보기
잡담한설(雜談閑說) - 11 트럼프 현상으로 보는 미국 일과성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던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거의 확정되었다고 뉴스에서 전한다. 전당대회에서 지명되는 절차만 남았다는 거다. 그가 등장해서 막말을 일삼던 처음에는, 별 ‘또라이’가 후보로 다 나오는구나! 라고 생각했고, 저런 인간말종이 후보가 된다면 민주당이 다시 집권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확신까지 했으니 미국, 아니 미국인들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지난 1월에 쓴 글(글 보기)에 나오는 카펫클리너와 구레나룻 같은 인종주의자들의 수가 생각보다 엄청 많다는 의미이며, 유색인종인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인정하기 싫다 하더라도, 백인우월주의자나 인종주의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된다. 트럼프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맨해튼 센.. 더보기
단점은 뭐죠? “그럼, 나쁜 점은 뭐예요?” 지난 달 초 샌디에이고에서 오신 분들이 한국에 살면서 뭐가 좋은지 묻기에 평소 생각을 말씀드리고 나자, 듣고 있던 자매님이 곧바로 이렇게 되물었다. 글쎄다, 뭐가 나쁜 점일까.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회전시켰다.“일단, 더럽고 지저분합니다. 제주만 해도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나 사람이 많은 곳만 깨끗하고 청소가 되어있을 뿐이지, 변두리나 일반 동네 뒷골목은 온통 쓰레기가 널려있고 냄새도 납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살다 온 분들이 보기에는 교통질서도 엉망이고,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고, 예의도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말하면서 떠오르는 게 있었다. 제주에서 1년 정도 살았을까? 어떤 회원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서귀포 남원에 갔었다. 대기업 임원으로 퇴임했다는 그분은 동생이 시애틀에.. 더보기
절친의 절교선언 참 많이 아팠다. 정말이지 요 며칠 동안 마음과 함께 심한 가슴앓이를 하며 지냈다. ‘개ㅅ끼 같으니라고, 씨x놈’ 같은 심한 욕설을 나도 모르게 순간순간 읊조리기도 했고, 그래도 지난 40년 넘게 가까운 친구로 지내며 고마웠다는 자조적인 고소(苦笑)가 지어지기도 했다. 대학에서 처음 만난 이후 정말 좋은 친구로 지냈다. 우리가 다녔던 대학은 육성회비만 내고 수업료가 면제되던 국립대학으로 전교생이 장학금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실력이 없어 S대는 가지 못하고, 돈이 없어 K, Y대는 갈 수 없던 아이들이 많았다. 비슷비슷한 처지의 동창생들이었다. 친구가 2학년을 마치고 입대할 때까지 항상 붙어 다녔고, 학생들을 가르쳐 몇푼이라도 생기면 밤새 술을 마시며 개똥(?)철학을 논했었다. 통행금지에 걸리면 못 .. 더보기
이민자가 보는 자녀들의 결혼 지난 주말 친척의 딸 결혼식에 다녀왔다. 또 같은 날 대학친구의 딸 결혼식도 있어서 모처럼 친구도 만날 겸 찾아갔다가 인사만 나누고 돌아섰다. 결혼식 30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결혼식장 입구는 꽤나 북적거렸고, 그들 사이에서 1년 전에 결혼한 친구의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친구 부부가 일렬로 서서 하객들을 맞고 있었다. 친구인 혼주를 만나 축하인사를 건네려면 줄에서 기다려야 했다. 줄이 잘 빠지지 않았지만 일부러 그곳까지 갔으니 시간이 촉박하다는 핑계로 그냥 갈 수도 없었다. 겨우 다음 차례가 되어 처음 보는 친구의 아들과 며느리로 보이는 앞에 섰다. 혼주와 인사를 나누는 중년여성 셋이 얼마나 시간을 끄는지 친구의 아들 내외 앞에 뻘쭘하게 서 있게 된 것이다. 작년 초 동남아 여행.. 더보기
잡담한설(雜談閑說) - 10 건강과 광고효과 고인이 된 최진실 씨의 뛰어난 연기가 돋보였던 ‘장밋빛 인생’이라는 연속극을 미국에서 살 때 보았다. 이혼하고 연기인으로 컴백한 뒤에 혼신을 다했는지는 몰라도, 억척스런 가정주부 역의 그녀의 리얼한 연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극중의 그녀가 암으로 죽어갈 무렵, 남편 역의 손현주는 엉터리 약장수에 속아 맹물을 암치료 명약으로 믿고 적지 않은 돈을 주고 구입한다. 이런 일이 드라마에만 있을까? 오래전 한국에서 직장에 다닐 때의 일이다. 출근길 회사입구 앞에서 사람들이 찌라시를 나눠주고 있었다. 무심코 받아들고 사무실에서 보니 ‘알러지 치료에 특효’가 있다는 광고이었다. 거기에 적힌 증세는 마치 나를 두고 하는 듯했고 약효는 틀림없어 보였다. 해마다 4~5월이 되면 알러지 비염으로 코가 .. 더보기
잡담한설(雜談閑說) - 9 오늘 아침까지도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기온이 떨어진 것 같다. 방에서도 써늘한 기운이 느껴져 걸칠 옷이 필요할 정도다. ‘왜냐고 묻지 않는 삶’을 읽고 책을 언제까지 내겠다는 계획과 목표를 버렸다. 공연히 그런 가당치않은 목표를 설정해놓고 스스로를 철창 속에 가두고 동아줄에 묶여 자신을 학대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온 것으로 충분하다. 항상 할 일이 있어야 했고, 남보다 뒤쳐지는 것을 용서하지 않았으며, 걸음조차 빨리 걸으려고 애쓰며 살지 않았던가! 그놈의 되지 못한 버릇이 문제다. 금년 안에 책 두 권을 내겠다는 가소로운 목표, 그것도 부끄럽지 않은 꽤 쓸 만한 내용으로 채우겠다는 분에 넘치는 생각으로 계속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참으로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은퇴의 가장 큰 장.. 더보기
잡담한설(雜談閑說) - 8 글쓰기를 멈추는 일도 쉽지가 않다. 항상 글감을 염두에 두고 살았던 지난 5년의 세월이 습관이 된 모양이다. 습관을 바꾼다는 게 만만치 않은 것이다. 오늘은 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글감을 떠오르게 한다. 소위 '고사리 장마'라고 부르는 비다. 제주에서는 해마다 4월 말 무렵에 사나흘 청승맞게 비가 내린다. 이 비에 제주의 특산품인 고사리가 하루에 한 뼘씩 자란다고 한다. 엊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이 비는 내일 오후에나 그칠 거라는 일기예보다. 컴퓨터 미국에서부터 사용하다 가져온 컴퓨터 모니터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하더니 증세가 심해지는 바람에 바꾸게 되었다. 모니터를 켜면, 화면이 떨며 움직이는 증세는 처음에 겨울에만 나타났는데 5분쯤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마도 낮은 온도 때문에 콘덴서와 같은 부품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