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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아들과 바둑, 그리고 하사비스 “아빠는 바둑을 배우라고 하는데, 저는 무엇 때문에 바둑을 두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바둑은 왜 두는 거예요?” 몇 해 전 아들과 대화중에 들었던 말이다. 나는 아무 소리도 못하고 속으로 한숨만 쉬었다. 기억은 50년 세월을 훌쩍 뛰어넘는다. 코흘리개 시절 방학이면 성북구 하월곡동에 있는 친척집에서 지냈다. 나이가 열댓 살이 많은 고모와 삼촌들도 있었지만 나보다 어린 삼촌도 있었다. 매미소리가 요란하던 어느 여름날 대학교수인 할아버지와 대학생인 삼촌이 대청마루에서 바둑을 두었다. 나와 내 또래 삼촌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바둑판을 구경했다. “야, 야, 여기 한 수만 무르자, 거기가 아다리(註: 단수를 의미하는 일본어로 당시의 언어)인 걸 못 봤어. 그냥 따면 어떡해.” “아버지 무르는 게 어딨어요, 이것.. 더보기
바둑과 골프, 그리고 인생 (이 글을 3년 전에 역이민 카페에 썼던 글을 교정해서 옮긴 글이다.) 바둑을 처음 접한 것은 국민학생 시절이었다. 방학이면 가서 지내던 친척 집에서 어른들이 두는 것을 어깨 너머로 배워 또래들끼리 장난으로 두며 배웠다가, 대학에 입학한 후에 본격적으로 배웠다. 조치훈이라는 동갑내기 천재가 일본의 당대 최고수인 '사카다'라는 유명 기사와 만난 결승전에서 먼저 2패를 한 뒤, 내리 3연승을 하여 역전승한 것에 온 나라가 떠들썩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단지 오락으로 취급했던 바둑으로 민족의 영웅이 되고 온 국민이 흥분한다는 것에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는 마냥 신기했던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바둑판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바둑책을 보고 정석을 외우고 그 이론을 공부했다. 조치훈의 기보는 거의 암기했고, 또 .. 더보기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을 보고 프로그래머는 아니지만 평생을 컴퓨터로 먹고 살았고, 비록 젊었을 때 이야기지만 아마추어 세계에서는 적수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강1급 실력이었던 만큼 이번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 특별히 관심이 컸다. 6개월 전 알파고가 유럽 바둑 챔피언인 '판후이'를 5대0으로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대부분 다른 이견이 없다는 듯, 이세돌의 승리를 확신한다고 방송했다. 또한 언론의 취재에 응한 이세돌은, 한 판이라도 자신이 진다면 그건 알파고의 승리라고까지 호언하며 승리를 자신했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달랐다. 알파고를 개발한 사람이 웬만큼 자신이 없다면 세계 최고수에게 도전장을 던졌을 리 없고, 또한 최초 개발자이자 설립자인 옥스포드 출신 중국계 영국인은 수학 천재로 아마추어 바둑 고수이었다. 가로, 세로 19줄.. 더보기
바둑과 골프, 그리고 인생 (2013년 3월 5일에 쓴 글) 바둑을 두기 시작한 것은 아주 어릴 때부터다. 친척 집에서 어깨 너머로 배웠지만 본격적으로 배운 것은 대학에서였다. 조치훈이라는 동갑내기 천재가 아직 약관인 10대에 일본에서 '사까다'라는 유명한 기사와 대국하여 승리한 것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것이 동기가 되었다. 그냥 시간 때우기 심심풀이 게임으로 세계적인 인사가 되었다는 게, 세상물정 모르던 내게는 신기하기만 했다. 새벽에 일어나 정한수 떠놓고 공부를 했었다. 조치훈의 기보는 거의 외우다시피 했고, 바둑실력도 일취월장했다. 신입생 시절 기우회에 가입하여 공식적으로 9급에서 출발했으나 3급이 될 때까지 짝수 급수를 거치지 않았다. 9급에서 7급, 7급에서 5급, 5급에서 바로 3급을 두었다. 그렇게 빠르게 늘던 바둑 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