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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삶과 죽음 (2013년 10월13일에 작성한 글) (묵직한 주제입니다. 이 글은 어떤 분이 보여주신 친구의 이메일을 보고, 저의 상상력을 더한 것입니다. 고등학교 동창인 세 분이 등장합니다. ㄱ분은 한국에서 종합병원을 하는 의사, ㄴ분은 간 이식을 받지 못하면 얼마 살지 못하는 친구 환자, ㄷ분은 미국에서 사업을 하지만 은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ㄷ은 ㄴ과는 졸업 후 계속 연락하며 친하게 지내는 사이나, ㄱ과는 오랜동안 잊고 지내다가 미국에서 만나 다시 친하게 된 사이입니다.) 잘 지내지? 지난 봄 우리가 만난 것이 40년 만이었나? 길에서 우연히 만났다면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 뻔 했네, 그려. 하긴 이제 환갑을 지낸지도 다섯 해가 지났으니 그럴만도 하지. 어쨋든 우리 동창들을 미국에서 만나 부부동반 여행도 하고,.. 더보기
친구 이야기 (2) (2013년 6월 14일에 쓴 글) - 손주가 그렇게 이쁘더라. 지난 주말에 아들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집에 왔었거든. 이놈이 6개월 정도 되니까 낯가림을 하는지, 내가 안으니까 우는 거야. 거 참, 되게 서운하데! - 외할아버지가 예순살인데, 울산에 살고 있거든. 정년은 했지. 아이를 봐주고 싶다고 서울로 오겠다는 거야. 처음에 듣고는 농담인줄 알았어. 아기 돌보는 게 쉽지 않기도 하지만, 집을 떠나 장시간 서울에 머물며 아기를 봐준다고 하니까 농담인줄 안 거야. 그런데 진담이더라고! 나도 놀랐다니까. 그만큼 이쁘다는 거겠지. B는 몇 되지 않는 내 절친 중의 하나다. 학창시절에는 하도 붙어 다녀서 그의 이름과 내 이름을 붙여서 불렀고, 따로 따로 다니면 오히려 이상하게 볼 지경이었다. 이 친구가 결혼.. 더보기
친구 이야기 (1) (2013년 6월 10일에 쓴 글) - 운전을 안 한 지는 10년 되었고, 전혀 보이지 않기 시작한 건 5년 정도 되었어. 시야가 동전만 해져서 그렇지, 음식점 간판도 볼 수 있었고, 글자를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 메뉴도 읽을 수 있었는데 언제부턴가는 그것마저도 보이지 않게 되더군. 그래서 이젠 도움이 없으면 아무 곳도 못 가. 언제부터 보이지 않게 되었냐는 내 질문에 그는 썬그라스 너머의 시선을 내게 고정시킨 채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는 학창시절 같은 과에 다니며 같은 써클에서 활동했던 친구이기도 했지만, 1학년인가 2학년 때 유급을 하는 바람에 오래 같이 지내지는 못했다. 당시에는 명문고로 경기, 서울, 경복 고등학교가 있었는데, 그는 대학 동기 중 유일한 명문고 출신이기도 했다. - 야, 내가 그놈.. 더보기
가을의 방문객 (2012년 11월 12일에 작성한 글) 9월 초에 지나간 마지막 태풍이 유난히 무덥고 짜증나는 여름을 가져가 버린 후,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계속되면서 방문객들이 연이어 찾아왔다. 가장 먼저 찾아오신 분은 LA에서 지난 8월 초에 스스로 은퇴하시고 제주에 오신 Juneauatom(이하 '아톰'님)이다. 제주에 살고 있는 우리들 보다도, 훨씬 더 제주를 사랑하시고 제주에 연민과 애착을 갖고 계신 것이 무척 인상적인 분이었다. 아톰님 부부와 저녁을 같이 했고, 추석 당일에는 기억에 남는 한라산 등반을 했다. 도치형님을 방문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제주에 사는 사람보다 제주를 더 많이 아는 아톰님 덕분에 우동이 맛있다고 소문난 포도 호텔에서 멋진 풍광과 함께 우동을 먹어보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옛날 .. 더보기
친구 이야기 (2012년 8월 4일) 고등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에 있던 아이들 11명이 써클을 만들어 자주 만났다. 써클 이름은 '한소리', 즉 같은 마음을 갖고 같은 소리를 낸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내성적이었던 나는 친구가 별로 없었는데, 친했던 녀석이 나를 자기네들 그룹에 껴주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그 친구들에게 낄 수 있었던 것은 공부를 잘했기 때문이었을 거다. 60명이었던 2학년 9반에서 나는 늘 1, 2등을 했었다. 공부를 못했던 두 녀석이 있었다. 한 친구는 화곡동 국군통합병원 근처 '엄'씨 마을에 살았는데 가족이 파라과이로 이민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 친구는 고등학교만 마치고 남미로 농업이민을 갔다. 만약 그 친구 가족이 이민을 가지 않고, 야산에 있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