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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왜냐고 묻지 않는 삶 - 굳이 말해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내가 우연히 어떤 방송을 접하지 않았다면 오늘 사람을 ‘수리하는’ 이 대한민국의 ‘공장’ 7층에 와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날 그 라디오를 듣지 않았다면, 선(禪)을 이야기하는 그 신부님 말씀에 흥미를 느끼지 않았다면, 빅토린은 지금 이 순간 귀에 손을 갖다 대고 있지 않을 것이고, 우리 가족은 ‘왜냐고 묻지 않는 자들’ 속에 감히 끼어볼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가끔 무디어진 정신과 위축되는 마음을 번쩍 깨어나게 하는 책을 읽을 때가 있다. 지난 며칠 동안 손에서 놓지 못한 책이 그랬다. ‘알렉상드르 졸리앙(Alexandre Jollien, 법명: 慧泉, 혜천)’은 프랑스와 유럽에서 저명한 철학자이자, 인간승리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밀리언셀러 작가이다. 독실한 .. 더보기
부동산이 답이다 1.“아버지가 아주 현명하신 분이었습니다. 옛날에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후손들이 씨족사회를 이루어 적당히 부쳐 먹고 살았잖아요. 무슨 유서가 있던 것도 아니고, 땅 문서를 작성해 후손들에게 나눠준 것도 아니고. 그런데 마을 이장이었던 아버지는 생전에 조상의 땅을 자신의 자식과 조카들에게 합당하게 이유를 설명하고 땅문서를 공평하게 나눠주었던 겁니다. 아버님의 이유 있는 판단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했어요. 덕분에 우리 8남매와 일가들은 전부 수십 억 부자가 되었어요. 물론 전답을 팔지 않은 사람들만 그렇게 됐지만. 고향이 ‘과학도시’로 지정되면서 개발이 된 겁니다. 둘째 누님은 제사 때마다 아버지를 원망했었어요. 아버지는 왜 나만 시골로 시집보내서 ‘개’ 고생을 하게 했냐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지금.. 더보기
세월호와 국정원 그리고 청와대 국정원의 정식명칭은 '국가정보원'이며, 그 전신은 안전기획부(안기부)와 중앙정보부(중정)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5·16 쿠데타 이후 김종필 씨가 주도하여 미국의 CIA를 모방하여 창설한 중정만큼 한국 현대사에서 많은 사건과 사연은 만든 정부조직도 없을 것이다. 심지어 중정을 만든 장본인인 박정희 대통령까지 시해하는, 현대사에서 가장 큰 역사적인 사건까지 저질렀으니 더 이상의 부연설명을 할 필요조차 없을 테지만, 김형욱과 이후락에서 김재규로 이어지면서 그 조직에서 저지른 사건들은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해왔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의 일로는 2012년 말의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한 사건까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를 시해한 조직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것에 역사의 아이러.. 더보기
20대 총선결과가 주는 교훈 30년 전 부친상을 당했을 때다. 낯선 사람이 와서 상주인 내게 귓속말을 전했다. "P국회의원께서 문상 오셨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국회의원이 왜 문상을 왔을까? 순간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그렇다고 문상 온 분을 돌려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의아한 가운데 문상을 받았고 P의원은 의례적인 위로의 말과 함께 봉투를 놓고 갔다. 형이 사는 곳인 이웃 지역구 출신으로 야당 성향의 내가 좋아하는 의원이었으나, 당시 부모님이 사는 곳과는 지역구가 달랐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지역구 유권자인 형을 보고 찾아온 것이었다. 더군다나 형은 아버지와 성(姓)이 달랐다. - 부모님은 한국전쟁의 피해자로 재혼한 분들이었다. 그분이 왜 그랬는지 제주에 살면서 뒤늦게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국회의원이 되기 .. 더보기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얻은 정보 1. 지리산둘레길에서 만나 3일간 길동무를 했던 Y선생은 지리산을 무척 좋아하는 분이었다. 5차례에 걸쳐 둘레길을 완주한 그 길을 또 다시 걷기위해 10일을 예정으로 6번째 방문했을 정도이었다. 그런 만큼 지리산 인근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 그분에 의하면 경남 하동군에 속하는 악양, 대축이 한국에서 손꼽히는 은퇴지라고 한다.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진 터라 땅값도 많이 올랐다고 하니, 역이민 지역을 찾는 분들 가운데 여유가 있는 분들은 이 지역을 고려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KBS 인간극장 금주 편에 '숙희씨네 지리산 편지'가 방영되고 있으니 참고하시기를. 2. 이번 여행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한국이 비록 작은 나라지만 아기자기하고 예쁜 곳이 참 많다는 것이다... 더보기
알파고를 보고 인간은 모방을 통해서 배운다. 보고 듣는 것을 통해 입력 된 것을 흉내 내서 말하고 행동하며 학습한다. 초보 테크니션들은 기술자의 헬퍼로 쫓아다니며 배우고, 신입사원들은 선배들이 작성한 일지나 보고서 따라 작성하면서 일을 습득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기술이나 업무에 익숙해지면 다음에는 의심하기 시작한다. 과연 이것이 최선인지 또는 더 효율적이거나 향상된 방법은 없는지 의심하면서 혁신적인 기술이 나오기도 하고 개선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의심과 질문은 인간문명 발전의 원동력이다. 천동설에 대한 의심이 없었다면,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이에 의한 지동설은 없었을 것이고 아메리카도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을지 알 수 없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인간만이 가지는 고유영역이며, 인류가 나날.. 더보기
바둑과 골프, 그리고 인생 (이 글을 3년 전에 역이민 카페에 썼던 글을 교정해서 옮긴 글이다.) 바둑을 처음 접한 것은 국민학생 시절이었다. 방학이면 가서 지내던 친척 집에서 어른들이 두는 것을 어깨 너머로 배워 또래들끼리 장난으로 두며 배웠다가, 대학에 입학한 후에 본격적으로 배웠다. 조치훈이라는 동갑내기 천재가 일본의 당대 최고수인 '사카다'라는 유명 기사와 만난 결승전에서 먼저 2패를 한 뒤, 내리 3연승을 하여 역전승한 것에 온 나라가 떠들썩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단지 오락으로 취급했던 바둑으로 민족의 영웅이 되고 온 국민이 흥분한다는 것에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는 마냥 신기했던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바둑판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바둑책을 보고 정석을 외우고 그 이론을 공부했다. 조치훈의 기보는 거의 암기했고, 또 .. 더보기
시스템이 문제다 (7) 4월 16일 이후 지금까지 세월호 여파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중소업자나 영세상인의 80%가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고 매스컴에서 전하는 것을 보면, 많은 국민들이 부끄럽지만 대한민국의 참모습을 얼마나 처참한 심정으로 지켜보았는지 상상이 갑니다. 2010년 말 LA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었는데, 당시에는 'G20 정상회의'로 '국격'을 높였느니 하면서 떠들썩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매스컴에서 듣는 것은 자화자찬의 일색이었습니다. 생소하기 그지없는 '국격(國格)'이라는 단어를 제일 많이 들었고, 이후에도 '세계 10대 무역국'에 진입한다는 등,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었다는 등, '아덴만의 여명'이라는 어느 나라도 흉내내지 못한 과감하고 용맹한 작전으로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 더보기
시스템이 문제다 (6) - (199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가방 수출입 사업을 하고 있을 때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처음에는 사태가 그렇게 커질 줄을 상상하지 못해서 피신할 생각이 없었지요.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람들이 죽자, 시위는 폭동이 되었고 시위군중은 폭도로 변해서 약탈과 방화로 무법천지가 되고 나서야 피신을 떠나야할지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당시 뉴질랜드 영주권을 갖고 있었지만, 국적은 한국이니까 어떻게 해야할지를 물어보려고 대사관으로 전화를 했었지요. - 알아서 하라는 게 그들의 대답이었습니다. 전화기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전화를 끊어버리더라구요. 다시 전화를 했더니 전화를 아예 받지도 않는 겁니다. 그렇게 허둥대는 동안에 전화가 왔어요, 뉴질랜드 대사관이라고 하더군요. 지금 당장 귀중품만 간단하게 .. 더보기
시스템이 문제다 (5) 1999년 9월 초대형 허리케인 Floyd가 미동부 연안을 쓸고 북으로 올라와서는 뉴저지, 뉴욕 롱아일랜드까지 덮친 적이 있었다. 당시 직원이 6~70명 정도이었던 회사를 비좁았던 사무실에서 모리스타운의 큰 빌딩 넓은 사무실로 옮긴지 얼마되지 않아서 바쁘기도 했지만, 미국에 와서 허리케인은 처음 당해보는 일이라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오래 된 일이라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직원들이 퇴근하고 난 텅빈 사무실에 마지막까지 남아 이메일 서버만 제외하고, 모든 설비의 전원을 끈채 Black-out(정전)과 같은 예기치못한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가 늦게 퇴근했는데, 곳곳에 경찰들이 폴리스 라인을 치고 길을 차단하고 있었다. 로컬 길로 가면 5분이나, 길어도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하이웨이로 돌아가느라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