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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척의 고통(慘慽之痛) 인간사에서 가장 큰 슬픔은 어떤 것일까?라는 물음으로 글을 시작한다. 유교문화권에서 농경사회를 살았던 우리 앞 세대는, 부모의 사망을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라는 의미의 천붕지통(天崩之痛)이라고 표현하여, 인생 최고의 슬픔으로 여겼다. 아버지로부터 전수받은 농경 지식으로 농사를 해서 먹고살았던 시대였으니 당연했다. 즉, 부모의 경험에 의지해서 씨를 뿌리고 추수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다가, 부모의 죽음으로 인해 스스로 식솔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으니 하늘이 무너진다는 표현이 과장만은 아니다. 어렸을 때 읽었던 무협지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로, 부모의 복수가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모를 살해한 원수를,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다는 불구대천(不俱戴天)이라며 최고의 무술을 연마한 후, 찾아가서 통쾌.. 더보기
시스템이 문제다 (7) 4월 16일 이후 지금까지 세월호 여파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중소업자나 영세상인의 80%가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고 매스컴에서 전하는 것을 보면, 많은 국민들이 부끄럽지만 대한민국의 참모습을 얼마나 처참한 심정으로 지켜보았는지 상상이 갑니다. 2010년 말 LA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었는데, 당시에는 'G20 정상회의'로 '국격'을 높였느니 하면서 떠들썩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매스컴에서 듣는 것은 자화자찬의 일색이었습니다. 생소하기 그지없는 '국격(國格)'이라는 단어를 제일 많이 들었고, 이후에도 '세계 10대 무역국'에 진입한다는 등,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었다는 등, '아덴만의 여명'이라는 어느 나라도 흉내내지 못한 과감하고 용맹한 작전으로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 더보기
시스템이 문제다 (5) 1999년 9월 초대형 허리케인 Floyd가 미동부 연안을 쓸고 북으로 올라와서는 뉴저지, 뉴욕 롱아일랜드까지 덮친 적이 있었다. 당시 직원이 6~70명 정도이었던 회사를 비좁았던 사무실에서 모리스타운의 큰 빌딩 넓은 사무실로 옮긴지 얼마되지 않아서 바쁘기도 했지만, 미국에 와서 허리케인은 처음 당해보는 일이라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오래 된 일이라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직원들이 퇴근하고 난 텅빈 사무실에 마지막까지 남아 이메일 서버만 제외하고, 모든 설비의 전원을 끈채 Black-out(정전)과 같은 예기치못한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가 늦게 퇴근했는데, 곳곳에 경찰들이 폴리스 라인을 치고 길을 차단하고 있었다. 로컬 길로 가면 5분이나, 길어도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하이웨이로 돌아가느라고.. 더보기
시스템이 문제다 (4) (註: 글을 쓰면서도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살면서 경험한 것들을 소재로 하기에 언급되는 사람들에게 의도하지않은 누를 끼치게되지 않을까 염려되는 것이지요. 이번에 언급하는 내용도 대학친구들이 본다면 누구인지 금방 알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글을 쓰는 목적은 친구를 깎아내리거나 폄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을 통해서 한국의 시스템이 가진 문제를 드러내고자하는 것 외에는 아무 목적이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20년쯤 전이다. 회사를 옮겨 자회사 사업부장으로 일하고 있을 때, 지방으로 출장을 갔다. 모회사의 그 지방 지사장은 대학선배이었고, 모회사에서 그 분이 동문회 회장일때, 내가 총무를 맡았던 인연이 있어서 아주 잘 아는 분이기도 했다. 그 분은 운좋게도(?) 정년퇴임 1~2년을 앞두고 막차로 .. 더보기
시스템이 문제다 (3) 지난 날 경험한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켜지지 않을 원칙'을 만들고, '만들어놓은 원칙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지금도 변한 것이 별로 없다. 도로 사인이나 신호등같은 사소한 것부터, 정치인 '인사청문회'에서도 그렇다. 국무총리나 장관같은 정부의 주요인사를 임명할 때 시행되는 '인사청문회'라는 것이 있다. 임명직 공무원의 도덕성 여부를 따져 적합성을 따지는 것으로 미국같은 선진국 제도를 도입한 듯하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군사정권에서는 없었다. 그 청문회는 주요 공중파 채널과 케이블 뉴스 채널 등에서 생중계되는데, 한결같이 걸리는 문제가 '위장전입'과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이다. 자식들이 좋은 학교에 배정받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위장전입은 현행법상 .. 더보기
시스템이 문제다 (1) 이번 세월호 사고를 보며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우선 아이들이 희생된 것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것도 가난한 동네의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이, 마치 내가 희생자가 된 양 억울하기까지 했습니다. 아마 어른들이 죽어갔다면, 아마 강남에 있는 어느 고등학교 아이들이 희생되었다면, 이렇게까지 억울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40년을 살고, 이민을 떠났습니다. 부모님을 따라 가족이민을 갔다거나, 유학을 했다거나, 6~70년대 몇 백 불만 손에 쥐고 떠났던 분들과는 많은 차이 - 저는 30만 불이 넘는 적지않은 돈을 갖고 갔으니까 - 가 있지요. 가장 각광받는 신도시에 빚 하나없이 30평대의 아파트도 있었고, 지금은 '신들도 다니고 싶은 직장.. 더보기
자본주의, 함부로 쓰지 마라 5.16.2014. 넘쳐나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글 속에서 답답하여 한마디 합니다. 70억이 넘는 인구가 지구상에 살아가는데 사건 사고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사고가 인재(人災)에 의함을 볼 수 있습니다. 천재(天災)라는 것도 사실 알고 보면 인간이 자연환경을 파괴하여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사고 후 대처하는 방법이 선진국과 후진국이 확연히 다른 점을 봅니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인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후진국은 인명을 경시하여 사고도 자주 나지만, 인명구조에 낙후된 게 사실입니다. 대표적인 사고가 며칠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났습니다. 2700여 명이 산사태로 묻혔는데 구조노력도 하지 않고 단 하루 만에 '집단무덤'으로 선언했습니다. 마치 신이 노해서 산이 무너졌다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