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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시스템이 문제다 (4) (註: 글을 쓰면서도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살면서 경험한 것들을 소재로 하기에 언급되는 사람들에게 의도하지않은 누를 끼치게되지 않을까 염려되는 것이지요. 이번에 언급하는 내용도 대학친구들이 본다면 누구인지 금방 알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글을 쓰는 목적은 친구를 깎아내리거나 폄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을 통해서 한국의 시스템이 가진 문제를 드러내고자하는 것 외에는 아무 목적이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20년쯤 전이다. 회사를 옮겨 자회사 사업부장으로 일하고 있을 때, 지방으로 출장을 갔다. 모회사의 그 지방 지사장은 대학선배이었고, 모회사에서 그 분이 동문회 회장일때, 내가 총무를 맡았던 인연이 있어서 아주 잘 아는 분이기도 했다. 그 분은 운좋게도(?) 정년퇴임 1~2년을 앞두고 막차로 .. 더보기
시스템이 문제다 (3) 지난 날 경험한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켜지지 않을 원칙'을 만들고, '만들어놓은 원칙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지금도 변한 것이 별로 없다. 도로 사인이나 신호등같은 사소한 것부터, 정치인 '인사청문회'에서도 그렇다. 국무총리나 장관같은 정부의 주요인사를 임명할 때 시행되는 '인사청문회'라는 것이 있다. 임명직 공무원의 도덕성 여부를 따져 적합성을 따지는 것으로 미국같은 선진국 제도를 도입한 듯하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군사정권에서는 없었다. 그 청문회는 주요 공중파 채널과 케이블 뉴스 채널 등에서 생중계되는데, 한결같이 걸리는 문제가 '위장전입'과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이다. 자식들이 좋은 학교에 배정받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위장전입은 현행법상 .. 더보기
세계인구가 100명이라면, 나는? UN은 2011년 10월 31일에 세계인구가 70억을 돌파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며, 미국 인구조사국에서 발표한 예측에 의하면, 2013년 1월의 세계인구는 71억명입니다. (출처: http://ko.wikipedia.org/wiki/%EC%84%B8%EA%B3%84_%EC%9D%B8%EA%B5%AC) 따라서 70억이 넘는 인구가 'Earth'라고 불리는 행성에서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는 숫자가 너무 커서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구상의 인구를 100명으로 축소한다면 감이 확실합니다. 이 글을 처음 본 것은 7~8년 전이라 기억이 희미하지만, 어느 일본인 학자가 세계 사람들의 삶의 질을 연구하기 위하여 가정했다는 것인데, 이 당시에 세계인구는 63억이었다는.. 더보기
시스템이 문제다 (2) 친애하는 미주 xx 고등학교 선후배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총동문회장 소임을 맡게 된 △회 김OO입니다. 이렇게 인사를 드리게 되어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수많은 동문 분들이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셨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매우 뿌듯했습니다. 저도 W주에서 2년, N주 5년, 총 7년 동안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미국생활이 힘들고 고단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선후배님들이 거두신 성공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 대한민국을 이끄는 파워엘리트의 출신고 랭킹이 발표되었습니다. 당연히 경기고등학교가 1위를 했겠지요. 그런데 우리 모교인 xx고등학교가 10 위에 들어있다고 발표되었습니다. 게다가 많은 분들이 지금부터 약 10년간 우리 학교 출신들의 황금기가 도래할 거라고 예측들을 합니.. 더보기
시스템이 문제다 (1) 이번 세월호 사고를 보며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우선 아이들이 희생된 것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것도 가난한 동네의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이, 마치 내가 희생자가 된 양 억울하기까지 했습니다. 아마 어른들이 죽어갔다면, 아마 강남에 있는 어느 고등학교 아이들이 희생되었다면, 이렇게까지 억울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40년을 살고, 이민을 떠났습니다. 부모님을 따라 가족이민을 갔다거나, 유학을 했다거나, 6~70년대 몇 백 불만 손에 쥐고 떠났던 분들과는 많은 차이 - 저는 30만 불이 넘는 적지않은 돈을 갖고 갔으니까 - 가 있지요. 가장 각광받는 신도시에 빚 하나없이 30평대의 아파트도 있었고, 지금은 '신들도 다니고 싶은 직장.. 더보기
한국과 미국의 결혼식 제주에 사는 장점 가운데 하나가 경조사에 굳이 참석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육지에 산다면 결혼식이나 장례식 같은 각종 경조사에 참석해야겠지만, 해외(?)에 사는 덕분에 부조금만 적당히 보내도 크게 탓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에는 그런 경조사에 참석하기위해서 서울에 갔다. 같이 자라서 친구처럼 지내는 친척의 딸이 결혼한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내게는 5촌 고모뻘이지만 이북에서 월남한 선친에게는 친척이 없어서 촌수보다는 많이 가까운 사이였으며, 이민을 떠난 후 오랜동안 보지못한 그 형제들과 2세들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3호선 경복궁 역까지 지하철로 갔다. 인터넷에서 미리 보았던 길 안내대로 3번 출구로 나가니, 어떤 아주머니가 xx각에 가세요? 하고 묻는다. 역에서 예.. 더보기
청해진 해운과 숨진 아이들 청해진은 자본주의 원칙에 충실한 회사다. 18년 된 중고 선박을 일본에서 싸게 사와서, 더 많은 사람을 태우기 위해 선실을 늘리는 개조를 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이윤을 추구한다는 기본원칙에 충실했다. 물론 이렇게 낡은 배를 싸게 들여와 돈을 벌겠다는 꽤 괜찮은 발상(?)을 하게 된 것은 정부의 큰 도움도 있었다. 2009년 국토해양부는 규제개혁 차원에서 선박회사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여객선 선령제한을 25년에서 30년으로 완화했다. 7년 정도만 운영하다 폐선이 된다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겠지만, 12년 동안 고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꽤 괜찮은 사업이었다. 게다가 2012년 국토해양부가 제출한 용역보고서는 ‘최근 연안에서 발생하는 사고 선박은 15년 이상 된 배들이며 노후 선박은 해상에서 각종 .. 더보기
자살하는 사람들 한국으로 돌아와서 가장 많이 듣는 사건 사고 중의 하나가 자살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최진실 가족의 비극적인 자살부터, 자살 동호회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강원도 펜션에서 벌이는 집단 자살과 최근의 빈곤 자살까지, 뉴스에서 전해지는 자살은 주요 뉴스에 끼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마치 새어나온 연탄가스로 어디서 일가족이 또는 아이들이 사망했다는 1960년대 뉴스를 듣는 듯했다. 어렸을 때 가정에 TV는 없었고, 라디오가 유일한 오락거리였던 시절, 뉴스에서는 매일같이 연탄가스로 인한 사망소식을 전했었다. 서울에서, 인천에서, 부산에서, 대구, 광주에서 연탄가스로 누가 죽었다는 소식처럼, 누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거의 날마다 이어진다. 자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1970년대, 4장짜리 신문 시절,.. 더보기
여객선 침몰사고로 본 지도자와 거짓말 여객선 침몰사고로 수많은 희생자가 날 듯합니다. 어제 대부분의 학생들이 구조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별 일 아니구나! 하고 안심했었는데, 다시 저녁 뉴스에서는 구조자 집계가 이중으로 되었다며, 어린 아이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승객들은 아직도 배 안에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배와 함께 마지막까지 생존자를 위해 노력해야했을 선장은 사고 직후 바로 탈출했고, 선내 방송은 한 시간 동안이나 위험하니 움직이지 말고 선실에서 가만히 구조를 기다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선체가 기울자 겁을 먹고 선실을 나온 학생들은 살고, 지시대로 가만 있었던 승객들은 다 죽게된 것입니다. 몇 가지 과거지사가 떠오릅니다. 한국전쟁 때, 북한군에게 패퇴해 후퇴를 하면서도, 정부에서는 국군이 북한군을.. 더보기
통일은 대박 (이 글은, 개인적인 생각을 옮겼을 뿐입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논리적인 여러 의견들도 충분히 존중한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댓글이 달려도 댓글에 대한 답글은 달지 않겠습니다.) 오래 전 일이라 그것을 어떻게 해서 보게 되었는지 확실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아마 누가 한국방송을 녹화한 비디어 테이프를 빌려주었던 것 같다. 화면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었고, 분홍색 한복을 입은 수많은 여인들이 인공기를 흔들며 열렬히 두 정상에게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내 가슴은 감동으로 떨려왔고,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눈물이 흘렀다. 남한의 대통령이 북한의 정상과 북한의 수도에서 만난 것이었다.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아, 이제 통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