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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청해진 해운과 숨진 아이들

청해진은 자본주의 원칙에 충실한 회사다.


18년 된 중고 선박을 일본에서 싸게 사와서, 더 많은 사람을 태우기 위해 선실을 늘리는 개조를 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이윤을 추구한다는 기본원칙에 충실했다. 물론 이렇게 낡은 배를 싸게 들여와 돈을 벌겠다는 꽤 괜찮은 발상(?)을 하게 된 것은 정부의 큰 도움도 있었다.


2009년 국토해양부는 규제개혁 차원에서 선박회사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여객선 선령제한을 25년에서 30년으로 완화했다. 7년 정도만 운영하다 폐선이 된다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겠지만, 12년 동안 고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꽤 괜찮은 사업이었다. 게다가 2012년 국토해양부가 제출한 용역보고서는 ‘최근 연안에서 발생하는 사고 선박은 15년 이상 된 배들이며 노후 선박은 해상에서 각종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일본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로 처분하는 18년이나 된 배를 사왔다.


2010년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국격(國格)'이 높아졌느니, 세계정상의 국가로 우뚝 섰느니 하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그 뻔뻔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세계최대 조선 수주국이라고 자랑만 할 게 아니라, 독도가 지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에서 버리다 시피하는 18년된 고물 여객선을 수입하는 나라라는 것을 매스컴에서는 보도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것 뿐인가! 여객선 한 척에 선장을 두 명 고용해서 교대로 승선시켜야 했지만, 이들은 두 척의 배에 네 명의 선장을 고용하는 대신 두 명의 선장에 한 명을 스페어로 두어 양 쪽의 배를 운항하게 함으로써 인건비를 최소화하는 기막힌 지혜(?)를 짜냈다. 얼마나 영리한 사람들인가! 그야말로 선박경영의 귀재들이다. So clever!


또한, 선장을 포함한 선박직 직원의 대부분은 계약직이었다. 선장인 이씨는 물론이고, 선박의 안전을 책임지는 갑판원은 10명 중 8명이 6개월에서 1년까지의 계약직이었고, 선장의 손발 노릇을 하는 조타수는 3명 전원이 계약직이었다. 다른 선사(船社)에 비해 6~70%의 임금만 줘도 고용할 수 있었으니 청해진 해운으로서는 그야말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보장받는 거나 다름이 없다. 정말 기막히게 똑똑한 사람들이 경영하는 화수분이었던 셈이다.


이들이 얼마나 머리좋은 사람들이었는지 말해주는 사례는 또 있다.


지난 해, 광고 선전비로 2억 3천만 원을 지출했고, 접대비로 6천여 만 원을 지출한데 비해, 직원들의 안전교육과 같은 연수비에는 54만 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계약직 직원들에게 돈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먹는 것이 남는 것'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터득하고 있었으며, 광고를 해야 돈이 벌린다는 것도 깨닫고 있었다.


항해하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이들은 눈 앞에 있는 수천 만 원을 포기하는 우(愚)를 저지를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 항해를 취소하는 대신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렸다. - 세월호는 이 날 인천 연안부두를 출항한 유일한 선박이었다고 한다. 시간은 지났지만 기다리는 동안에 들어온 화물도 또 실었다. 실으면 다 돈인데, 출항 1시간까지 모든 화물의 선적을 완료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는 바보들이 아니었다. 계약직 직원들은 규정에 안 맞는 지시도 잘 따랐다. 그래야 계약을 한 번이라도 더 연장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계약직 직원들도 바보는 아니었다. 돈은 남들에 비해 쥐꼬리만큼 쬐끔 받으면서, 언제 짤릴지도 모르는 한시적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충성을 다할만큼 어리석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까라면 까는 시늉'만 하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날씨가 나빠 뜰지 안 뜰지도 모르는 배에 들어온 화물을 꼼꼼하게 단도리한다는 것이 짜증이 났다.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니고, 내 회사도 아닌데, x발! 개x끼들, 곧 출항한다고 해서 입구까지 닫아 놓았는데, 또 화물을 들이고 지랄이야, 썅! 입에서 욕이 절로 나왔다.


기상악화가 풀리길 기다려 두 시간이나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일만 많아졌으니 계약직 직원들은 짜증만 났다. 한 두 번 겪은 일은 아니지만, 난생 처음 커다란 배를 타고 신이 나서 떠드는 아이들을 보니 더 짜증이 났다. 선장은 3등 항해사에게 조타실을 맡겨놓고 잠이나 자러 전용침실로 들어갔다. - 그는 실제로 출항한 전날 저녁 9시부터 사고가 난 16일 오전 8시 50분까지 11시간 50분 동안 7시간을 침실에 있었다고 뉴스는 전한다.


또, 그들은 관례대로 차량 150대, 화물 657톤을 실었다고 허위보고도 했다. 180대, 1157톤이라고 보고하면, 해운조합에서 과적했다고 문제 삼는 것은 상관 없지만, 만일 그렇게 된다면 회사에서 쿠사리 듣고 짤릴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항상 그랬듯이 내일 아침 제주항에 도착해서 하역하고 나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하찮은 일이니까.


그렇게 해서 긁어모은 '피'같은 돈으로 경영진은 호사를 누리고 살았다. 업스테이트 뉴욕에 저택을 샀고, 가끔 맨하탄에 오면 묵기 위해 허드슨 강변에 아파트도 구입했다. 서부에서 지낼 때 사용할 수 있게 팜스프링에도 맨션이 있다. 이런 해외재산을 제외하고도 유병언 일가가 축적한 재산이 2,400억이라고 한다.


유병언씨는 개인 스튜디오를 가진 사진작가라고 한다. 프랑스에서 연 개인전에는 런던 필하모니까지 초청했다고 한다. 그의 사진을 그의 아들이 구입했다고도 한다. 그렇게 해서 청해진해운을 거느린 '아이원아이 홀딩스'라는 그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는 41억 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회사의 손실로 소유주의 재산은 늘어간다.


그들도 할 말은 많다. 입이 없어서 잠자코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조용히 있는 게 최선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똑똑한 사람들이니까.


- 아니, 그럼 계약직으로 있는 회사를 위해 목숨을 버리라고! 지랄하고 자빠지라고 해!


- 재수가 없으려니 x됐네! 자본주의 원칙에 충실히 따른 것도 죄냐? 내가 뭘 잘못했는데? 회사가 잘못했으면, 회사나 책임지면 되지, 왜 주주한테 지랄이야, 왜 내 재산 갖고 지랄이야, 지랄은! 그래, 지금은 조용하게 있겠지만, 나중에 법정에서 보자! 누가 이기는지! 법대로 하라고, 법대로! 이 나라는 자본주의에 충실한 법치국가라고, 이 개x끼들아!


아이구, 애닯고 애처롭다, 아이들아!

불쌍하고 또 불쌍타, 피기도 전에 꺾여버린 꽃봉우리들아! 

어른들의 끝 모르는 탐욕에, 그들을 믿고 방송에서 지시한 대로 따른 너희들만 희생되었구나!

언젠가는 일어날 사고이었지만, 왜 어린 너희들이 희생되야 했는지 하늘이 원망스럽구나!

그 캄캄하고 찬 물 속이 얼마나 무섭고 추웠겠니!


다음에는 말이다, 한국에서 태어나지 말아라, 미국이나 캐나다 아니면 호주나 뉴질랜드 같은 나라에서 태어나라. 그것도 아니면 너희들이 아직 어렸을 때, 그런 나라로 이민 갈 수 있는 부모를 만나거라!


웬지 아니? 

그 나라가 그래도 한국보다 조금은 낫단다.


웬지 아니?

용감한 사람은 일찍 죽고, 비굴한 사람만 살아남아 영화를 누리는 사람들이 한국처럼 그렇게 많지 않단다.


웬지 아니?

바로 눈 아래에 너희들을 두고도, 조류 핑계 날씨 핑계로 죽어가도록 내버려두는 무능한 정부는 아니란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아무리 비겁하더라도 너희들의 조국이었던 대한민국을 위해 조금은 걱정해줘라.

그래도 너희 불쌍한 부모와 조상이 살았던 나라고, 너희들의 동생과 형, 오빠, 누나, 언니들이 살아가야 할 땅이기 때문이다.


못난 어른들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단다.

너희들의 명복을 비는 일 외에는.


<후기>

어린 영혼들이 평안히 잠들 수 있도록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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