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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여객선 침몰사고로 본 지도자와 거짓말

여객선 침몰사고로 수많은 희생자가 날 듯합니다. 어제 대부분의 학생들이 구조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별 일 아니구나! 하고 안심했었는데, 다시 저녁 뉴스에서는 구조자 집계가 이중으로 되었다며, 어린 아이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승객들은 아직도 배 안에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배와 함께 마지막까지 생존자를 위해 노력해야했을 선장은 사고 직후 바로 탈출했고, 선내 방송은 한 시간 동안이나 위험하니 움직이지 말고 선실에서 가만히 구조를 기다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선체가 기울자 겁을 먹고 선실을 나온 학생들은 살고, 지시대로 가만 있었던 승객들은 다 죽게된 것입니다.


몇 가지 과거지사가 떠오릅니다.


한국전쟁 때, 북한군에게 패퇴해 후퇴를 하면서도, 정부에서는 국군이 북한군을 물리치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라디오 방송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승만 대통령과 내각은 대전으로 피난을 떠났습니다. 게다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한강다리까지 폭파로 끊어서 500여 인명이 그자리에서 폭사하고, 수많은 백성을 오도가도 못하게 했습니다. - 당시 상황으로는 6~8시간 여유가 있었답니다. 나중에 폭파를 주도했던 공병감 최창식 대령은 사형을 받지만, 폭파를 명령한 사람은 처벌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죽은 최창식 대령도 12년 후, 재심을 거쳐 사면 복권됩니다. 즉, 결과적으로 처벌을 받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런 일이 과거에만 있었을까요?


국정원 수장인 남재준 씨가 엊그제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한다는 말로 사건을 덮었습니다. 국가권력기관 - 그것도 최고로 막강한 권력기관이 가짜 증거를 만들어 법정에 제출한 사건이었습니다. 자신은 몰랐다고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 한국의 정부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으로 이런 중대한 일을 보고하지 않고 저지를 사람은 절대로 없습니다. 만약에 있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수장으로서 통솔능력이 없다는 증거니까요. 그런 무능한 사람이 정부의 주요기관을 맡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국가의 권위를 땅바닥에 추락시킨 당사자가 사과만으로 끝난다면 누가 국가공권력을 믿고 의지할까요?


어제 구조인원을 잘못 발표한 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차관이라는 친구는, 기자들이 허위숫자를 어떻게 발표했느냐는 질문에, 해양경찰이 하는 말을 그대로 전했을 뿐이라고 발뺌을 하고, 해양경찰에서는 누가 그렇게 보고했는지 이름을 대라고 서로 손가락질을 했습니다. 결국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이번에도 없는 겁니다. 우리는 이런 정부를 믿어야 하는 걸까요?


1980년대 제가 젊었을 때, 뛰는 집값 때문에 위축되어 암울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동료들과 대폿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집 없는 서러움을 달래곤 했지요.


- x팔! 이놈의 나라에서 잘 살려면, 정부에서 하는 말을 들으면 안 돼! 정부에서 하는 말을 반대로 들어야 한다니까. 정부에서 동쪽으로 가라면 서쪽으로 가야 한다니까! 우리같이 정부에서 하라는 대로 해서는 돌아오는 건 쪽박이라니까.

 

거짓말을 하는 정부와 처벌하지 않는 무책임한 정부를 믿고 따르는 백성들이 불쌍합니다. 하의상달이 되지 않고 상의하달식 권위적인 통치자가 있는 한, 자기 소신이나 철학은 없이 아부하고 굽신대는 사람만이 살아남는 세상에서 이런 사고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이런 일들이 나와 관계 없는 일이라고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국가와 사회의 발전은 없을 겁니다.


이래서 지도자가 중요합니다. 투표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여기 1974년 고등학생 때 이민와서 D.C에서 법조계 공무원으로 일을 하던 분이 11년 전에 쓴 글이 있습니다.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비슷한 어떤 한국사람이 떠오를 것입니다. 제목은 '지도자와 거짓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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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성격은 세파에 변할 수 있지만, 성품은 변하지 않는다! 라고 말합니다. 미국사회 여러 층의 지도자들을 가까이 구경하거나, 또는 가끔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져본 경험으로 보면 개인의 지도력은 타고나는 것으로 성품의 영역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클린톤의 정교한 설득력에 대하여 돼지에게도 햄샌드위치를 팔 수 있는 타고난 귀재라고 감탄 했습니다. (He could sell a ham sandwich to a pig) 부시의 지도력은 그의 단순무지한 흑백사고에서부터 나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세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장황한 질문에 대하여, 부시는 잠시 눈을 위로 돌리며 생각한 후, "텍사스사람들에게 찍접 대지 마라" (Don't mess with Texas, 註: 택사스 주의 슬로건) 라고 단순무지한 동문서답으로 말한다는 풍자를 공감하며 웃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라크 침략의 명분이 어떻고, 세계평화가 저떻고, 유엔에서의 외교실패가 이렇다는 전문가들의 복잡한 입방아에 부시는 그저 "후세인은 나쁜 넘입니다" 의 단문만 반복해도 미국인의 지지를 끌어 낼 수 있는 지도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옛날 학부시절, 사회학 시간에 했던 실험이 기억납니다. 8학년 남녀학생들 14명을 상대로 한 이 실험은 1) 개인의 지도력은 개발되는 것인가 아니면 타고나는 것인가? 라는 의문에 대한 답의 근거를 찾아 보기였고, 2) 지도자와 거짓말하는 능력(설득력?)의 필연적 관계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는가? 이었습니다. 참 재미있었기 때문에 25년이 지났는데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거짓말의 효과를 알게 되는 8학년(중학교 2학년) 아이들 남녀 각 7명에게 개별적으로 소금을 잔뜩 섞은 오렌지 쥬스 한 컵을 마시게 합니다. 그리고 나서 나머지 친구들에게 자기가 마신 쥬스가 얼마나 맛이 있었는지 설득(convince)하도록 했습니다. 개별적으로 따로 주문을 했기 때문에, 누가 진짜 쥬스를 마셨는지 모르는 상태지요.


 남녀의 차이 없이, 절반이상의 아이들은 억지로 맛이 좋았다고 겨우 한마디 말은 하지만, 인상은 찌그러져 있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네댓 명은 맛이 있었다고 과장하여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 거짓말을 하는데 대한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설득력이 없지요. 그 중 남자 1명과 여자 1명이 눈에 띄게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Ellen이라는 여자아이는 차분하게 설득 합니다. 한 모금 마셨을 때 기분이 어땠다, 소풍가서 마시는 쥬스처럼 신선하지 않았지만, 자기 입에는 맛있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 입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라는 식의 설명을 설득력 있게 했습니다. 이름이 Brian인 남자아이는 정말 천연덕스럽게 어색함 없이 설명을 합니다. 그 시대 유행하던 모 쥬스회사의 선전문구까지 동원하며 장황하지만, 듣는 아이들이 침을 삼킬 정도로 설득력 있게 자랑을 합니다.


 이 아이들의 사회성은 다음 실험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그 다음 실험은 이 아이들에게 돌아오는 주말에 소풍을 공동으로 계획하도록 주문합니다. 처음은 남녀를 각각 따로 분반토의 하게 했고, 그 다음에 전체토의를 하도록 했습니다. 남자아이들은 회의를 시작하면서 바로 자기들끼리 서열을 정하는데 시간을 보냅니다. 등치가 크던지, 목소리가 크던지, 아니면 말을 많이 하던지 서로의 입김을 과시하여 서열을 세우는데 주어진 시간의 대부분을 써버립니다. 그 와중에 중지를 모아 지도력를 보이는 아이는 바로 Brian 이였습니다. 약 10분 정도가 남았을 때야 비로소 Brian의 주도 아래 엉성하나마 소풍장소, 놀이내용만 의견을 모읍니다.


 한편, 여자아이들은 서열 따위는 염두에도 없고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의견을 냅니다. 실로 협의 체제를 유지하기 때문에 한 아이의 의견이 삼천포로 빠지는 것이어도 다들 진지하게 듣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삼천포로 빠지는 이야기에 꼬리를 물어 점점 더 빠지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주어진 의제로 돌아갈 것을 상기시키는 아이는 Ellen이였습니다. 소풍계획에 대한 이야기들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들이 골고루 섞여 천방지축이 된 분위기를 Ellen이 정리를 하면서 주말날씨에 따라 장소와 먹을 것에 대한 의견들을 다시 묻는 형식으로 중지를 모읍니다.


 전체토의가 시작 되었을 때 남자아이들의 결정사항은 명쾌하게 두 가지뿐이었기 때문에 말이 길지 않은데 반하여, 여자들은 이것저것 다른 경우와, 각자가 했던 이야기들을 다시 반복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발표가 길어집니다. 시간이 많이 지남에 따라, 이야기를 다 듣고 있던 Brian이 자기가 임의로 정리한 사항을 제의하여 찬반을 묻는 것으로 주도력을 장악했고, 이에 남자들은 이견 없고, 여자들은 불만의 내색이 있어도 반대하지 못하며 회의를 마칩니다.


 이 실험으로, 거짓말이 설득력의 부분이며, 지도자적 소양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증거하는 것인가에 대한 토론을 오랫동안 했었습니다.


 살아오면서 만났던 성공적인 경영자나, 사업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자기의 믿음체계에 대한 꺾이지 않는 확신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확신에 따른 설득력, 초행길의 외로움에 대한 유연함, 유기적 단순성을 봅니다.


 영화 "대부 (The Godfather)" 에서 Michael (Al Pacino)이 자기의 매제를 진짜 당신이 죽였는가 묻는 부인의 간곡한 질문에 단호하게 "NO!" 라고 말하는 그 장면이 스쳐갑니다.


 부시가 그런 두목이라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아도, 믿고 싶다라는 것이 미국인들의 심성이 아닌가 씁쓸한 가슴으로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후기>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되면 세 번 놀란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자신과 같이 형편없는 사람도 국회의원이 되는 구나! 하고 놀라고,
두 번째는, 동료의원들을 보고 놀란답니다. 자기만 형편없는 것이 아니고 동료의원들도 형편없는 사람들이라는 거지요.
마지막은,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을 하는데도 나라가 굴러가는 것이 신기해서 놀란답니다.

 

불가사의한 것 같지만, 전혀 불가사의하지 않은 것은 그런 정치인들 때문에 고달픈 사람이 많으니까 굴러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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