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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탄핵 무효표와 샤이 트럼프 지지자들 대부분의 국민이 예상하고 원했던 대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234표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재밌는 것은 무효로 분류된 7표다. 이것들은 찬성을 의미하는 '가'라고 쓰고는, 그 위에 '○' 또는 '「」'를 그려 넣어 '㉮' 또는 '「가」'로 고의적인 무효표를 만든 것이다. 탄핵 투표 전에 야당과 비박계는 투표 후 폰으로 사진을 찍어두기로 했다. 무기명으로 진행하는 투표에서 만에 하나 탄핵이 부결될 경우, 사진을 공개해서 자신의 결백(?)을 공개하기로 방침을 세웠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짐작하기 쉽다. '부' 또는 '否'라고 쓰고 싶지만, 일단 '가' 또는 '可'라고 쓰고 사진을 찍은 뒤에 '○' 또는 '「」'를 써넣어 무효표를 만들어 사실상 반대한 것이다. 탄핵이 가.. 더보기
Dynamic Korea 금년 여름 국가브랜드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계기가 되어 그때까지 사용되던 'Dynamic Korea'대신, 문화체육부에서 'CREATiVE KOREA'를 새로 만든 것이 발단이었다. 야당의 어느 국회의원이 프랑스 국가브랜드 'CREATIVE FRANCE'를 표절한 나라 망신이라며 울분을 토했다.(관련기사 보기) 프랑스와 다른 것은 색깔과 'CREATIVE' 단어에 들어간 'I'가 대문자에서 소문자로 바뀐 것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것도 최순실의 입김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국가브랜드 사업에 35억을 사용했다니 그런 눈먼 돈을 최순실과 차은택 일당이 그냥 보고만 있었을 리 없다. 그 기사를 보면서 들었던 개인적인 생각은 이랬다. - 우리나라가 '창의적'이라고? 아무리 생.. 더보기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자! 기억 속에서 최초로 병원에 갔던 기억은 중3이다. 등교 길 만원버스에서 누군가의 구둣발에 발등을 밟혔다. 쓰리고 아팠으나 담임에게 말하고 양호실에 찾아 갈 용기가 없었다. 그깟 걸 갖고 그러냐는 핀잔을 받을 게 두려웠을 것이다. 그냥 지나친 발등은 날마다 무섭게 부어올랐으며, 결국 너무 붓고 아파서 신발을 신지도, 학교에 가지도 못할 정도까지 되었다. 동네 의원의 나이 든 의사는 엄마를 시켜 나를 꼼짝 못하게 붙잡게 하고는 마취도 없이 칼로 째고 피고름을 짜낸 뒤 심지를 넣고 상처를 싸맸다. 살면서 그보다 더 아팠던 기억은 없다. 교련시간에 뙤약볕 아래서 모의총을 들고 행군훈련을 하면서 쓰러질 것 같은 어지럼증을 느껴도, 쌍코피가 주르르 쏟아지고 교관으로부터 양호실에 가라는 말을 듣고서야 양호실이나 숙직.. 더보기
반동(反動)의 시대 살면서 옳다고 믿었던 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릇된 것으로 판명되곤 한다. 훌륭한 스승이라고 알았던 분이 나중에 보니 위선자에 불과했다는 것, 어렸을 때 세상에서 가장 아는 것이 많다고 생각했던 부모님이 실상은 무지한 분들이었다고 깨닫게 된다. 긍정에 대한 부정이다. 그러나 그 또한 바뀐다. 무지한 부모였을지 모르지만 자식들을 위해 헌신했던 훌륭한 분들이었음을 다시 인식하며, 부정에 대한 부정을 하게 된다. 250년 전의 독일 철학자 헤겔은 '긍정에서 부정, 그리고 부정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지는 인식의 변화를 변증법 이론으로 설명했고, 이를 나중에 후학들이 정(正)반(反)합(合)이라는 용어로 정형화했다. 헤겔은 만물이 끊임없이 변화함으로써 발전한다고 믿었다. 흐르지 않는 물이 썩는 것은 시간이 문제일.. 더보기
백인의 나라, 미국 설마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미국 대통령이 된 것이다. 힐러리의 당선을 결정적이라고 예측했던 세계적인 언론들과 정확하기로 명성이 높은 여론조사기관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그의 선거구호(Campaign Slogan)는 'Make America great again'이었다. 이는 36년 전 레이건 대통령의 슬로건이었던 'Let's make America great again'을 모방한 것으로, 우연찮게도 그들의 퍼스트 네임도 스펠링 하나('R'과 'D') 차이다. 그의 연설 때마다 반복하는 'America First(미국우선주의)'를 보고, 그가 당선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했었다. 베트남 전쟁부터 최근의 이라크 전쟁까지 미국이 참여하여 천문학적인 전.. 더보기
비정상 사람, 비정상 대통령 (이곳에 올릴 생각 없이 쓴 글입니다만, 오랜만에 블로그에 올린 글이고 최근에 글을 올리지 않아 가져왔습니다. 정치 관련 글에 식상한 분들은 백스페이스 키를 누르시기 바랍니다.) 1.지난 7월 한 사람이 흙으로 돌아갔다. 계절이 순환하듯 낳고 죽는 일이 자연현상의 일부이기는 하나, 사람의 일이기에 낙엽 지고 눈 내리는 것처럼 그렇게 대할 수만은 없다. 1947년생이니까 70세를 다 채우지 못했다. 담도암 진단을 받고 6개월 정도 더 살았을 뿐이었다. 나와는 스쳐 지나가는 정도의 인연이기는 해도, 전해 들은 고인의 인생만큼은 평범하지 않았다. 1960년대 군대생활 중 전우를 사망하게 하는 총기 오발사고를 냈다. 때마침 김신조 무장공비 일단이 청와대를 습격하는 사건을 겪었던 군은 두 가지 옵션을 제안했다. .. 더보기
행복과 전쟁 (이미 지난 글에서 여러 차례 논리를 제시했듯이) 삶의 목적은 행복이다. 미국 독립선언서에서 '인간의 3대 권리'로 생명(Life), 자유(Liberty), 행복추구(Pursuit of Happiness)를 들고 있지만, 생명이나 자유도 행복을 추구하는데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할 요소일 뿐이다. 오래전 국가고시를 준비하느라 유신헌법을 달달 외운 적이 있었는데, 당시 헌법조항 어느 곳에 '행복'에 대한 문구가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의 대한민국 헌법은 제10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추구'라는 단어는 국어사전에 '추구(追求): [명.. 더보기
성공적으로 나이 들기 (13) 대학 동창 C는 지방거점 국립대학 교수다. 학창시절 평범했던 그는 졸업 후 연세 대학원에 진학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지방 국립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졸업 후에는 만날 기회가 없던 그에 대한 소식은 고등학교 절친이었던 Y에게 들었다. Y는 일본의 명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 유럽을 거쳐 국책 연구소에 있다가 지금은 자신의 모교에서 교수로 있다. 서로 전자공학 분야의 교수로 지내는 인연으로 학회 같은 곳에서 알게 되었다고 했다. Y는 C가 내 대학친구인 것을 알고 C에 대한 소식과 함께 평가를 전했다. "얼마 전 세미나에서 네 동창 C를 만났는데 대단하더라. 너희 학교 출신답게 자수성가 타입이야. 그런데 그쪽 교수사회에서는 완전 왕따 취급을 당하드만. 그 친구는 자기 할 일만 하고 전혀 다른 교수들과.. 더보기
성공적으로 나이 들기 (12) 노인이라는 단어와 함께 연상되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내가 젊었을 때 노인에 대한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위엄, 완고함, 일방적 훈시, 어려움, 소통불능 등이 연상되는 단어들이다. '노인'하면 떠오르는 과거 중학생 시절 국어 선생님은 머리가 하얗게 세어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는 분이었다. 자칭 시인으로 수업시간에 자작시를 읽어주곤 했다. 무엇 때문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무슨 질문을 했다가 '경박하다'는 꾸지람을 공개적으로 들어야 했다. 경박하다는 단어의 뜻이 아니라 그런 말을 듣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그 기억이 오래도록 남았다. 유일한 친가 쪽 인척 어른 중에 아버지보다 몇 살이 많으신 당신의 이모부님이 계셨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수로 정년퇴직한 분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명절.. 더보기
성공적으로 나이 들기 (11) 사례 2. 출신의 한계를 연륜의 지혜로 극복하고 행복한 노후를 산, '빌 디마지오' 이너시티 그룹의 빌 디마지오는 최하층 빈민 출신이다. 막일꾼이었던 아버지는 그가 어렸을 때 불구가 되었으며, 16세 되던 해에는 어머니가 운명했다. 임대 아파트에 살며 자신의 형과 침대를 같이 쓸 정도로 가난했다. 간신히 10학년을 마친 그의 학창시절 지능검사는 80대 수준이었다. 지능지수로 보면 그는 터먼그룹 여성의 반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쉰 살이 된 디마지오를 만나 본 면접원은, 그를 책임감 있고 헌신적이며 매력적인 남자로 기록했다. 작은 키에 뚱뚱하기는 했어도 여전히 젊음의 혈기가 넘치고, 얼굴에 표정이 살아 있어서 눈에는 총기가 돌았으며, 뛰어난 유머감각으로 대화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었다. 그는 면접원의 눈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