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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성공적으로 나이 들기 (11)

사례 2. 출신의 한계를 연륜의 지혜로 극복하고 행복한 노후를 산, '빌 디마지오'

 

이너시티 그룹의 빌 디마지오는 최하층 빈민 출신이다. 막일꾼이었던 아버지는 그가 어렸을 때 불구가 되었으며, 16세 되던 해에는 어머니가 운명했다. 임대 아파트에 살며 자신의 형과 침대를 같이 쓸 정도로 가난했다. 간신히 10학년을 마친 그의 학창시절 지능검사는 80대 수준이었다. 지능지수로 보면 그는 터먼그룹 여성의 반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쉰 살이 된 디마지오를 만나 본 면접원은, 그를 책임감 있고 헌신적이며 매력적인 남자로 기록했다. 작은 키에 뚱뚱하기는 했어도 여전히 젊음의 혈기가 넘치고, 얼굴에 표정이 살아 있어서 눈에는 총기가 돌았으며, 뛰어난 유머감각으로 대화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었다. 그는 면접원의 눈을 응시하며 모든 질문에 최선을 다해 진솔하게 대답했다. 자신이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도 다른 사람을 위해 뭔가 기여하는 느낌이 들어 만족하고 있었다.

 

그는 보스턴이 속한 매사추세츠 주(州) 토목공사 분과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었다. 새로 맡은 목수직에 필요한 기술을 열심히 익힌 그는, "손으로 하는 일은 무엇이든 다 좋아해요'라며 문틀이나 진열장을 어떻게 만드는지 설명하고, 보스턴의 고풍스런 건물들을 관리하는 일에 남다른 자부심을 가졌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가 면접원들에게 한 답변들이다.

 

"동료들과 일터에서 문제가 생길 때는, 내가 노조간부라서 따돌림 받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내가 옳다고 생각할 때면 언제든지 그들과 맞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동료들은 물론 경영진도 내 말은 듣는 편이거든요. 이래봬도 내가 경험이 많은 숙련기술자이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내게 의지할 수밖에 없어요. 또 신입들 기술교육도 내가 담당하는 일입니다."

 

디마지오의 경우를 보면, 학교에서 받은 지능지수는 40세 이후의 인생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술습득에 게을리 하지 않는 자세다.

 

"일은 일이고 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답니다. 일은 일단 그만두면 끝이잖아요. 나는 내 아버지가 우리와 함께 했던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고 싶어요. 낚시하러 갈 때도 아이들을 데리고 다닙니다. 아이들과의 문제요? 마약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아이들이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는 걸 알고 있지만, 모른 체하고 지나갑니다.

 

어쩌겠어요? 내가 하지 말라고 하더라도 들을 나이가 아닌데. 내가 눈감아주어서 그런지 아이들도 집에서는 하지 않습니다. 막내아들이 여자 친구와 동거한다고 집을 나갈 때도 아들의 의견을 존중해주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믿거든요. 아직은 미숙해서 그렇지, 나이를 더 먹고 성숙해지면 달라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나이를 먹는다고 지혜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륜의 지혜는 성인발달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이해했을 때 가능하다세월이 지나 다시 면담에 응한 디마지오는 활달하게 아내와 농담을 주고 받았다.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했을 때, 조용히 방을 나가는 아내의 등뒤에 소리쳤다.

 

"당신이 나가버리면 험담만 늘어놓을 거야, 하하하. 제 아내는 사랑스럽고 이해심 많고 이상적인 면모를 두루 갖춘 사람입니다. 그녀는 대화하고 토론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나도 그렇고요. 그중에서 유머감각은 특히 뛰어납니다. 아내에게 유머감각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함께 살지 못했을 겁니다. 최근의 문제는 담배를 피우는 겁니다. 가능하면 못 피우게 하고 싶어요. 싸움요? 우린 가능하면 빨리 해결해 버려요. 의견차이 때문에 감정싸움을 오래 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아내는 내가 가장 의지하는 사람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입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세상을 떠난 친지들이 많았는데, 그들 부부는 서로에게 위안을 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만족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디마지오는 '지혜(생산성), 헌신, 인내, 유머감각'의 네 가지를 들었다.

 

이탈리아 청년 모임에 속한 디마지오는 아주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빙고게임 진행을 돕고 회원들 모임을 위한 음식준비에 앞장섰으며, 대규모 파티를 할 때는 간식을 준비하거나 게임을 진행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에도 일 년 내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새로운 시장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운동에도 참가했고 보스턴 북부지역에 있는 자선단체에서도 활동했다.

 

사회적으로나 지적인 면에서나 한계가 있었던 한 남성이 마침내 사회의 지도자가 되어, 현명한 '의미의 수호자'로 거듭난 것이다. 하버드를 나오거나 아이큐가 높아야만 공동체 생활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행복하고 만족한 노후생활을 영위하는 것도 아니다. 디마지오를 면접했던 연구원의 보고서는 이렇게 끝맺고 있다.

 

- 디마지오는 주위 사람들에게 건강하게 관심을 쏟고 있으며, 그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너그럽게 받아들일 줄 알았으나 자기 원칙에 대해서만은 타협할 줄 몰랐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그는 매우 성숙하고 흥미로운 남성이었다.

 

<후기>

생산성(연륜의 지혜) 단계를 성취하지 못한 연구 대상자들은, 자녀들에게서 무얼 배울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부정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니,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서 질문해 달라는 요청까지 받았으니까.

 

몹시 불행하게 살았던 한 여성은, "그나마 아이가 하나뿐이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아이 키우는 일은 정말이지 적성에 맞지 않아요!"라고 했다는군요. 제가 지난 과거에 아이들에게 어떤 잘못을 했는지 뚜렷해지며, '성공적으로 나이 들기'의 비결이 한 꺼풀 벗겨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조차도 모른 척할 정도로 관대했던 디마지오는 성인(聖人)’ 수준의 부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턱없이 모자란 저는 다시 태어나도 그렇게는 못할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130 근방인 아이큐 덕분에 대학 문턱을 넘을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연륜의 지혜는 디마지오보다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사람이었니까요. 이래서 사람은 주어진 팔자대로 사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참, 이 글도 책을 기초로 해서 제가 편집과 각색을 많이 해서 쓴 것입니다. 지적 재산권을 침해할 의도는 없지만, 혹시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대로 베꼈다면 재미가 없기도 하지만, 너무 난해해서 읽을 사람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