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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Dynamic Korea

 손혜원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비교 이미지. 금년 여름 국가브랜드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계기가 되어 그때까지 사용되던 'Dynamic Korea'대신, 문화체육부에서 'CREATiVE KOREA'를 새로 만든 것이 발단이었다. 야당의 어느 국회의원이 프랑스 국가브랜드 'CREATIVE FRANCE'를 표절한 나라 망신이라며 울분을 토했다.(관련기사 보기프랑스와 다른 것은 색깔과 'CREATIVE' 단어에 들어간 'I'가 대문자에서 소문자로 바뀐 것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것도 최순실의 입김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국가브랜드 사업에 35억을 사용했다니 그런 눈먼 돈을 최순실과 차은택 일당이 그냥 보고만 있었을 리 없다. 그 기사를 보면서 들었던 개인적인 생각은 이랬다.


- 우리나라가 '창의적'이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창의적'이 되기 위해서는 '상의하달식의 일방통행 권위주의'가 사라져야 하는데, 우리나라가 과연 그럴까? 지식보다는 '시험 잘 보는 기술(?)'이 더 중요한 학벌위주의 사회에서, 적성이나 취미보다는 돈 잘 버는 전공이나 안정적 직업만 추구하는 모험 회피 분위기에서, 내용보다는 형식이, 실질보다는 외형이, 장기적 성취보다는 눈에 보이는 당장의 성과가, 실패에는 혹독하고 성공만 하면 모든 게 용서되는 사회 분위기에서 어떻게 '창조'나 '창작'이 나올까?


그러고 보니 또 생각나는 게 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 어느 신문에서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재, 만 명을 육성해서,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강국을 만들겠다는 기사를 보고 코웃음이 나왔다. '한국형 스티브 잡스'를 양성할 수 있다는 발상을 한다는 게 어처구니 상실을 넘어 신기했다.(정부 문서 보기'스티브 잡스'나 '앨런 머스크' 같은 천재가 아무리 부럽다고 해도, 육성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상식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난 앨런 머스크가 미국이 아닌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도 같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을까?


2010년 '한국형 스티브 잡스 만들기' 프로젝트 발상이 '지식경제부'에서 나왔고, 당시의 장관이 미국 위스콘신 대학 경제학 박사 출신 최경환이었다. 주입식 교육을 받은 '한국형 인재'의 전형이 아닐까 싶다. 장기적 안목이 아닌 단기적 성과위주의 경제정책으로 그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장관을 MB와 박근혜 정부에서 두 차례나 하면서 나라의 경제가 엉망이 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한국형'이라는 말에서 생각나는 게 있다. 1972년 유신독재도 '한국형 민주주의'라고 했었다.


한국과 미국에서 했던 직장생활 경험에 근거한 생각으로는, 'CREATiVE KOREA'는 스스로를 알지 못하는 무지한 사람들의 억지에 불과하고, 절대적으로 'Dynamic Korea'가 맞다. 2002년 그토록 뜨거웠던 월드컵 응원 열기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미국 시간으로는 아침에 중계하는 바람에 회사의 회의실에서 한국계 직원들은 몰래 TV를 보았다. 우리들의 함성에 놀라 회의실에 들어온 미국인 직원들이 TV에 나타난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응원인파에 더 크게 놀랐었다.


요즘 그 역동적인 한국의 진수를 보고 있다. 매일 매 시간 새로운 뉴스가 쏟아진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정국은 어느 영화나 드라마보다 반전을 거듭하며 흥미롭게 전개된다. 광장에 모여 하야와 탄핵을 외치는 국민들의 수가 6주째 증가하며 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세계의 언론들은 놀란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백만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놀라운데, 백오십만이 넘는 인파가 촛불을 들고 매주 광화문 앞에 모이는 사실을 'Dynamic'이라는 말 이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한때 이런 속성을 빨리 뜨거워지고 빨리 식는다는 의미로 '냄비근성'이라며 자기비하적으로 일컫기도 했으나, 이는 장점이 강조되어야지 단점으로 폄하될 수만은 없다. 이런 역동성이 있었기에 전쟁의 참상에서 벗어나 선진국 대열에 그토록 빨리 진입할 수 있었으며, 이런 기질이 군사독재를 물리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룬 동력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일본의 침략에 저항하여 3·1 운동을 일으켰고, 이토 히로부미를 백주에 사살하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지금 국가의 근본을 흔드는 불의와 불법에 저항하는 의미의 촛불을 들고 수백 만이 거리에 나서고 있다. 'Dynamic Korea'이기에 가능한 기적이다. 많은 개도상 국가들이 한국인의 역동성에서 교훈을 배울 것이고 인류의 역사를 바꿀 것이다. 나는 'CREATiVE KOREA'보다 'Dynamic Korea'가 맞다고 생각하며 훨씬 자랑스럽다.


▼ 세계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한국뉴스들. 조롱과 동시에 놀라움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