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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내가 경험한 이민생활

Better Life 를 찾아서Ⅴ (2012년 5월 20일) 아픈만큼 성숙해지고 나이가 들면 생기는 대표적 노화현상이, 먼 거리보다는 눈앞의 것이 더 안 보이는 노안이다. 이런 노안은 눈에만 오는 것이 아니라 기억력에도 와서, 어제 일보다는 수십 년 전의 일이 더 생생하게 기억이 나기도 한다. 대학 신입생 시절, 정말 재미없게 읽은 책이 하나 있다.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이란 자전적 소설이었는데, 내용도 지루했지만 난해한 내용 때문이었다. 소설 속의 '나'인 싱클레어와 데미안과의 대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어머니', '자연' 그리고 커다란 새 '아프락사스'가 무슨 연결성이 있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재미 없는 그 지루한 소설에 집착한 이유는, '내가 이런 책 하나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무식한가?'라는 자존심이 작용했던 것 같다. 오기로.. 더보기
이민자가 배우는 미국역사 (3) (2012년 5월 2일) 1776년 미국의 독립선언서 채택과 1781년 영국의 항복으로 인한 완전독립은 세계 모든 나라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1789년에는 프랑스에서 대혁명이 일어났고, 1804년 아이티의 독립을 시작으로 멕시코(1821년), 브라질(1822년) 등 중남미의 많은 나라가 독립했고, 1830년 유럽에서는 그리스가 보스니아로부터 독립했다. 중남미 지역에서의 독립은 크레올(Creoles)이라 불리우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태어난 유럽인 후손들이 주도했다. 영국의 지나친 간섭과 횡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독립정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17세기에 활약한 영국의 계몽사상가 존 로크(John Locke, 1632 ~ 1704)이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부패하고 이기적이기 때문에 그 안에 존재하.. 더보기
딸과의 대화 (2012년 4월 6일) - 아빠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만하면 저희들도 잘 자랐잖아요. 저희 셋 모두 비뚜로 나간 아이도 없고, 다들 착하게 열심히 살고 있으니 저희들 걱정은 마세요. - 사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세요. 반듯하게 자란 저를 보면 아빠가 어떤 분인지 보지 않고도 알겠대요. 아빠 덕분에 저희들이 잘 컸고, 감사하고 있어요. - 저희들은 미국이 좋은 것 같아요. 미국에서 살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아이가 이야기 하는 것을 아린 가슴으로 듣고만 있었다. 나도 밥 생각이 없었지만, 아이도 속이 좋지 않아서 식사 하나만 시켜서 같이 한술을 뜨고 빈 그릇을 앞에 놓고 사람이 거의 없는 푸드코트에 앉아 있었다. 딸 아이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 제 친구 S는 자기 아빠가 아빠같았으면 하더라구요.. 더보기
Better Life를 찾아서 Ⅳ (2012년 3월 19일) - 감히 누구 앞에서 땡깡이야, 기껏 과장이었던 주제에!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난다는 것은 현재의 삶에 만족할 수 없다는 의미다. 내 스스로가 그랬다. 다니던 정부기업 자회사에 사장이 바뀌자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권위적인 새 사장님은 결재받으러 찾아가면 만나기도 힘들었지만, 이야기하는 것은 더 어려웠다. 모회사에서 부사장을 하다가 낙하산으로 사장으로 내려오신 높고 귀하신 어른은, 모회사에서 기껏 과장으로 있다가 - 과장 신분으로 높으신 부사장을 업무상 만날 일은 전혀 없다. - 자회사에 와서야 겨우 부장 노릇을 하는 젊은 친구가 자신의 뜻을 거슬리려하자 호통을 친 것이다. 결재판을 들고 사장실을 나서며 암담하고 처량한 마음이 되었다. 과장 하나, 대리 둘이 전부.. 더보기
Better Life를 찾아서Ⅲ (2012년 3월 15일) 영화의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주인공(카를로스)은 아들(Luis)과 면회한 자리에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 왜 내가 너를 가졌는지 물었지? 내가 사는 마을에서 누구나 그렇게 하는 것 처럼 나도 그렇게 하고 살았어. 그러다가 노비아(아이의 엄마인듯)를 만났고 결혼을 했단다. 그리고 북쪽(아마 미국을 뜻하는 듯)으로 갔다.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지 몰랐으니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이곳(미국)에 왔고 너를 가졌지. 왜냐고? 네 엄마와 나는 무척 서로 사랑했단다. - 그런데 사람은 변하는 거더라. 그리고 이곳은 모든 게 다르더군. 네 엄마도 변했지. 네 엄마는 내가 줄 수 있는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원했어. 그렇게 네 엄마는 떠나갔어. 그리고 나는 너와 함께 외롭게 남게.. 더보기
Better Life를 찾아서Ⅱ (2012년 3월 9일) - 한국에서는 일 잘하는 사람이나 일 못하는 사람이나 봉급이 똑 같잖아. 8시간만 일하고 땡하고 가는 사람이나 12시간씩 일하면서 회사에 크게 기여하는 사람이나 차이가 없다는 것이야말로 공평한 것이 아니지. 봉급은 입사년도에 따라 호봉으로 결정될 뿐이고 능력은 무시되는 게 얼마나 불평등한 거야. 직장에서 알게 되어 친하게 된 K군이 한 말이다. 한국에서 회사생활을 할 때 겪었던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그 회사에서는 그랬다. 즉, 그가 한국을 떠난 이유다. 그는 나보다 한 해 늦게 미국연수를 다녀온 후, 1년을 준비해서 1986년 8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NJIT(NJ Institute of Technology) 대학원 과정에 입학했으나, 주립대학에서는 조기 졸업.. 더보기
Better Life를 찾아서Ⅰ (2012년 3월 7일) - 1968년에 맹호부대로 월남전에 참전했어요. 군수품 담당 보급병으로 미군을 상대했었는데, 그들의 풍족한 물자를 보고 놀랐어. 실탄이든, 폭탄이든, 음식이든 달라는 대로 주는 거야. 그때 결심했어요. 제대만 하면 미국으로 가겠다고. - 제대하고 1년 동안 준비해서, 결혼 3개월 만에 미국에 갔어. 혼자 가려니까 약혼이라도 하고 가라는 거야. 그런데 집에서는 약혼하고 갈 바에는 결혼하고 가라더군. 그래서 결혼만 하고 혼자 미국으로 간 거지. 집사람은 나중에 왔고. - 40년을 살았어요. LA에서 15년, 그리고 시애틀에서 25년을 살았는데, 돈도 많이 벌어보았고, 지인에게 속아 다 날려도 보았지만, 쉴 새 없이 일한 덕분에 노후는 별 걱정이 없어요. 자식들도 다 성공해서 잘 살고.. 더보기
후회하는 인생 (2012년 2월 24일) 늦은 봄날, 2층 덱으로 나옵니다. 쿼터 에이커가 훨씬 넘는 넓은 백야드의 잔디를 2시간이 넘게 땀을 뻘뻘 흘리며 방금 깍은 뒤, 샤워를 하고 나온 겁니다. 덱에 있는 흔들의자에 몸을 묻고 차게 히야시된 캔 맥주를 들고 흐믓한 마음으로 방금 깍은 잔디를 쳐다 봅니다. (이때는 잔디를 깍은 후, 쳐다보고 있으면 왜 그렇게 뿌듯했었는지.) - 그래, 미국에 오길 참 잘했어. 아, 나는 얼마나 행운아인가! 이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 키우고, 먹고 사는데 아무 문제 없으니 이만하면 됐지, 뭘 부러울 게 있어? 10여 년 전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넉넉한 토요일 오후, 행복감에 도취되어 몸을 떨던 기억이 엊그제 일처럼 뚜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영주권도 쉽게 받았고, 몇 년 전 집을 산.. 더보기
이민자가 배우는 미국역사 (2) (2012년 2월 8일) 레이거노믹스 'Great America'를 선거구호로 내걸고, James Carter 현직 대통령을 물리치고 당선된 Ronald Reagan 대통령은 공급자 중심 경제학 (Supply-Side Economics)을 지지하는 월스트릿 인사들을 중용하며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세금삭감과 연방지출의 축소를 추진한다. 도시지원, 노인 의료보장제, 저소득층 의료보험, Food Stamp, 저소득층 복지 보조금, 학교급식에 대한 예산을 삭감하여 연방지출을 축소하고, 부유층과 기업의 소득세를 감면하여 Trickle-Down Effect(낙수효과: 그릇에 물이 차고 넘치면 그 물로 바닥을 적신다는 효과)로 인한 세수증대를 기대하지만, 재정적자만 크게 키우고 말았다. 지금의 천문학적 재정적자의 .. 더보기
이민자가 배우는 미국역사 (1) (2012년 2월 7일) 해가 바뀌면서 남는 시간을 활용하여 평소에 하고싶었던 공부를 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기 시작했다. 이민을 위해 고국을 떠나면서도 내가 가서 살 나라에 대한 지식은 어처구니 없게도 별로 없었다. 30여년 전에 출장 가서 본 플로리다의 눈부신 해변과 그곳에서 본 여유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내가 당시 미국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던 것의 대부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몇 권의 책을 읽고, 흥미있는 분야를 메모하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보다 자세한 정보를 구하기도 하면서 독학으로 새롭게 배우는 미국과 평소에 잘못 알고 있었던 오류들을 고쳐나가는 과정은 지적 만족감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미국은 멸망직전의 로마제국인가?" 많은 사람들이 미국이 망해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일부 지식인들은 현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