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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내가 경험한 이민생활

한국인인 게 부끄러울 때도 있습니다. (2011년 7월 25일) 길지 않은 이민생활을 한 후배로서 공자 앞에 문자를 쓰는 격이라 많이 망설이다가 씁니다. 성실하고 똑똑하며 부지런한 많은 한국분들이 모범이 되는 이민생활을 하시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경험한 이민생활 동안에는 편법이나 탈세를 지극히 당연시 하는 경향을 많이 본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 1999년, 성당 성가대 같은 단원이었던 A씨(1957년생). 튀김을 주메뉴로 하는 런치 가게 운영. 새로 이민오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세탁소 하라고 권했었거든. 그런데 이제 내가 세탁소 하게 생겼어. 아일랜드 출신 영감이 은퇴하는 세탁소가 나왔거든. 이 영감이 30년 동안 하는 가게야. 매출도 괜찮고 위치도 좋고 다 괜찮은데, 문제는 매출의 80.. 더보기
여동생의 아이들 (2011년 7월 23일) 코흘리게 꼬마였을 때 보았던 조카 녀석들이 건장한 청년들이 되어 있었다. 하나는 185센티의 키에 서울에 있는 대학(서울대는 아니고?)을 다니고 있고, 다른 녀석은 176센티의 키에 SKY라고 불리는 대학 중의 한 곳에 다닌다. 두 녀석 다 '평생 축구만 하고 살 수는 없나'하고 푸념을 할 만큼 축구를 좋아해서 몸이 탄탄하고 각종 운동을 즐긴다. 8살의 나이차로 대학생이었던 시절, 국민학생이었던 동생이 성적표를 받아올 때면 내게 많이 혼나기도 했었다. 그 동생이 오빠에게 말한다. - 오빠, 나는 아이들 때문에 속 썩인 적은 없었어. 특별히 과외공부를 시키거나 학원에 보낸 적도 없어. 자기들이 학원에 보내달라고 하면 그때나 보냈지. 남들처럼 아이들 교육에 펑펑 돈을 쓸 만큼 아이.. 더보기
아빠, 절대 비밀이에요! (2011년 7월 16일) - 아빠, 절대 비밀이에요. 아직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되요! 미국의 친구 분들에게 전화가 와도 말씀하시면 안 되요. 한국식 나이로는 28살이니까 옛날 같으면 노처녀 소리를 듣고 부모로부터 빨리 결혼하라는 잔소리를 듣고도 남겠지만, 하는 짓이 어린애같기만 하다. 아이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죄(?)로 일주일에 두어 번 이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전화도 하지만, 아이들로부터 메일이나 전화가 오는 것은 거의 기대할 수 없다. 이달 초에 딸 아이로부터 간단한 메일이 왔다. - 아빠, 저녁 9시 경에 전화주세요. 그곳 시간에 맞춰 전화했더니, 운전 중이라고 30분 있다가 하란다. - 저, 이번에 회사를 옮길 거예요. 아직 회사에는 말 안했어요. ○ 어떤 회산데 - 'C'사요. (지난 날.. 더보기
하버드 생의 자살 (2011년 7월 14일) 10여년쯤 전에 내가 살던 곳에 가까운 리빙스톤이라는 타운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로, 당시에 나는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때라 어느 정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처음에 이 사건은 한국신문의 한 귀퉁이를 장식하는 작은 기사로 실렸었다. 하버드 대학의 기숙사에서 불이 나서 한국 여학생이 숨졌다는 것으로 그저 흔한 불행한 사고로 생각되었다. Livingstone에 사는 그 가족은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이었다. 세 아이를 모두 MIT, Yale, Harvard와 같은 명문에 진학시킨 것이었다. 이민자에게 자식의 성공보다 더 큰 즐거움이 있을까? 자식 성공의 첫출발은 아이비 리그와 같은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하버드에 다니는 아이는 무척 힘들어 했다고 했다. 리빙스톤.. 더보기
되는 놈은 된다 (2011년 7월 12일) S는 동갑내기로 내가 살던 Denville의 집에서 차로 5분 정도 거리의 아파트에 살던 친구다. 한 살 위인 부인과 두 딸 그리고 아들 하나를 두고 있었는데, 딸들은 내 아이들 보다 2~3살 위였고, 아들은 내 아들보다 3~4살 어렸으니 늦둥이인 셈이다. 다 큰 딸들을 데리고 방 2개짜리 지저분해 보이는 아파트에 살아 생활이 어려운 줄 알았었지만, 자그마한 세탁소를 운영하는 그 친구는 골동품 수집이라는 꽤 고상한 취미를 갖고 있었다. 부인이 같은 성당에 다녀 소공동체 생활을 같이 하며 친하게 되었는데,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하는 소질이 있었다. 그 친구로부터 재미있게 들었던 이야기 중에 기억나는 것 몇 개를 추려본다. - 시라큐스에서도 한참 더 들어가는 촌 동네에 살다가 1.. 더보기
좋은 제품은 좋은 공장에서 나온다. (2011년 7월 9일) Q선생을 만난 것은 2000년 봄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건강식품(Health Food)을 가게를 하는 그 분은 윈도우에 못쓰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광고를 하려고 했는데, 그 자문을 구할 사람을 찾다가 나와 연결된 것이었다. 나보다 3살이 많았던 Q선생은 소위 말하는 KS 출신이었다. 경기중·고등학교에 서울대 상대 경제과, 동갑내기인 부인은 경기여중·고에 서울대 가정과를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서로 가족간에 왕래가 생길 정도로 친해진 다음이었다. 경기중학교는 들어갈 생각도 못했고, 서울대에 낙방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그분들에게 열등감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서로 속내를 털어놓을 정도로 한동안 친하게 지냈는데, 결정적 이유는 그분이나 나나 와이프가 우울증을 앓는다는 공통분모가.. 더보기
아들의 생일 (2011년 7월 7일) - 아빠, 놀래지 마세요. 지난 달에 회사 그만 두었습니다. 전공하고 맞지도 않고, 재미도 없어서 더 이상 못 다니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습니다. 공부하면서 천천히 새 직장을 찾아 보겠습니다. 평소에 메일이나 전화 한 통 없던 아들이 한 달 전 쯤에 보낸 이메일 내용이다. 1986년 7월 7일 세상에 나왔으니, 오늘이 녀석의 25번째 생일이다. 누구에게나 자식은 소중하듯이, 내게도 자식은 목숨보다 더 소중한 존재다. 그래서 남처럼 뛰어나지 못한 자식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이에게 누가 되는 것 같아 껄끄럽기도 하고 잘못하면 자랑하는 것 같이 들릴까봐 송구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이 카페에 들르는 사람들의 수고에 답하기 위해 하려고 한다. 그것도 여러 차례에 걸쳐서, 내가.. 더보기
대단한 나라, 미국 1998년 말의 이야기다. 내가 다니던 회사가 화이저(Pfizer) 제약회사로부터 RFP(Request for Proposal)를 받았다. 30명도 안 되는 직원의 작은 회사가 세계적인 대기업으로부터 제안서 요청을 받은 것이다. 어떻게든 따내자는 의견(덤핑입찰)과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려면 적정한 댓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는데, 후자의 의견이 우세해서 입찰에 탈락하게 되었다. 제대로 기업이윤을 붙여 제대로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결국 가격경쟁에서 진 것이다. 당시 화이저는 막 개발되어 판매를 시작한 비아그라의 인기로 돈을 긁어들였다. 하루에만 몇 백만불 어치를 팔았다고 했다. 맨하탄의 사무실이 비좁아져 맨하탄의 건물들을 나오는 대로 사들인다는 말도 있었는데, 그 좁은 사무실의 공간 때문에 수.. 더보기
음주운전으로 징역 42개월 (2011년 3월 24일) 최종 판결을 앞둔 법정 안은 무거운 침묵만이 있었다. 얼굴의 주름으로 인해 50살은 넘은 듯 보이는 마른 체격의 판사가 들어서자 방안의 모든 사람은 기립했다. 법복을 입은 판사를 뒤따라 방청객과 배심원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그녀는 배심원석을 향해 배심원단의 평결을 물었고, 왼쪽 끝 배심원단 대표가 일어나 "Guilty"라고 말하는 순간, 방안은 탄식과 한숨의 물결로 출렁거리며 절망 속으로 잠겨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곧바로 판사의 선고가 이어졌다. 그녀도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피고를 보며 말했다. - 42개월. 법이 정한 가장 적은 형량을 선고한 대신 가석방이나 감형은 없다. 지금 이 자리에서 구속하고 형을 시작한다. 단정한 용모, 건장한 체격의 그 친구를 처음 본 것은 1998.. 더보기
포기도 용기다. (2010년 10월) 몇 년 전 시민권 준비할 때 배운 것이 있다. 행복추구(Pursuit of Happiness)가 생명(Life)과 자유(Liberty)와 함께 인간이 갖는 3대 기본권리라는 것이다. ‘행복추구’라는 단어가 강렬한 느낌으로 깨달음을 주었다. 인간이 일상에서 하는 모든 생각과 행동은 행복추구가 그 목표다. 어떤 이는 도박을 할 때 행복을 느끼기에 폐창가를 찾고, 라스베가스에 가서도 사진 한 장 찍지 못하고 갬블만 하다 온다. 술을 찾고 마약을 하고 돈으로 여자를 사는 등, 행복을 위해 잘못된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행복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때 사람은 절망을 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행복을 위해 정든 고향과 형제와 친구 그리고 고국을 떠난 사람들도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