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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내가 경험한 이민생활

하버드 생의 자살

(2011년 7월 14일)

 

10여년쯤 전에 내가 살던 곳에 가까운 리빙스톤이라는 타운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로, 당시에 나는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때라 어느 정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처음에 이 사건은 한국신문의 한 귀퉁이를 장식하는 작은 기사로 실렸었다.


하버드 대학의 기숙사에서 불이 나서 한국 여학생이 숨졌다는 것으로 그저 흔한 불행한 사고로 생각되었다.


Livingstone에 사는 그 가족은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이었다. 세 아이를 모두 MIT, Yale, Harvard와 같은 명문에 진학시킨 것이었다. 이민자에게 자식의 성공보다 더 큰 즐거움이 있을까?

자식 성공의 첫출발은 아이비 리그와 같은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하버드에 다니는 아이는 무척 힘들어 했다고 했다. 리빙스톤 하이스쿨을 다닐 때는 아마 탑을 했을 것이지만 그러나 전세계의 수재들이 집결한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는 커녕, 따라가기 조차도 힘들었지 모른다.


아이는 집에 올 때마다 공부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고, 학교를 쉬거나 다른 학교로 옮기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

아이가 애처로운 부모는 '지금까지 고생했으니 2~3년 만 더 참으면 모든 것은 끝나는데 왜 그래.' 든가 '네 언니와 오빠도 다 견디는데 너는 왜 그러느냐.'는 말로 아이를 위로하기도 하고 했으나 아이의 속마음을 파악하는 데는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이는 아이대로 더 이상 부모에게 이야기도 못하고, 학교의 카운셀러와 상담하고 의사처방을 받아 항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경찰 조사는 자살로 결론을 내렸다. 누가 침입한 흔적이 없고, 문이 안으로 잠겨있었다는 거다.


부모는 학교를 상대로 학생관리 소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힘들어 공부를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를 아이가 부모에게도 했었다는 이야기를 카운셀러가 증언하는 바람에 패소했다는 뉴스를 끝으로 더 이상 뉴스거라가 되지 못했는지 뉴스에서 사라졌다.


이 스토리는 내가 직접 보거나 경험한 것은 아니므로 얼만큼 정확한 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지만, 관심이 많았던 사건으로 리빙스톤에 사는 지인들에게 물어보기도 했기 때문에 줄거리는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내가 그 부모의 입장이라도 그렇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렇게 들어가기 힘든 학교를 들어가서, 2년씩이나 공부했는데 앞으로 2~3년 더 죽을 고생을 해서 졸업만 하면 남들이 부러워 하는 좋은 직장에 취직할 테고, 훌륭한 아메리칸으로 살 수 있을 텐데, 그러니까 힘들어도 참고 조금만 더 고생해라 하고.


또 아이에게 오기를 심어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네 언니도 잘 참고 공부했는데 너는 왜 그래?'하고 마음과는 달리 꾸짖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마 그렇게 말하는 게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그래, 얼마나 힘들었으면 네가 그렇게 이야기하겠니? 그렇게 힘들면 잠시 쉬어라. 인생은 마라톤이지, 단거리 경주가 아니란다. 힘들면 페이스 조절도 해야지. 그깟 공부가 뭐 그리 중요하겠니?' 라고 이야기 하기 보다는.


침소봉대 할 필요가 없는 극히 일부분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다 잘 버티고 다 잘 졸업하니까.

그러나 그 아이의 부모는 남은 인생을 지옥 속에서 살아야 하는 고통을 겪을 것이다.

남의 일이라고 지나치기에는 너무 무서운 사건이다.


아이들이 하이스쿨에 다녀 교육과 좋은 대학에 관심이 많았던 때,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의도적으로 그 쪽으로 화제를 돌리곤 했다.


- 한국 사람들은 미국이라고 다르지 않아요. 아이들 좋은 대학 보내려고 사교육 많이 시켜요. SAT 학원은 기본이고, 프라이빗 스쿨까지. 그래서 좋은 대학 보내면 뭐해요. 졸업도 못하는데.


- 아이가 아이비 리그에 가면 사람들 불러서 잔치도 해요. 좋은 학교에 갔다고 자랑도 할 겸 파티를 하는 거지요. 그런데 졸업했다고 파티하는 부모들은 별로 못 보았어요. 미국 대학은 졸업하기가 힘들지 들어가기는 쉽잖아요.


이 말들의 진위여부는 알지 못한다. 다만, 당시 많이 들었던 이야기를 옮겼을 뿐이다. 내 대학 선배의 아이들은 소위 아이비 리그를 다 졸업했으니까.


쌍둥이 딸 아이들이 10학년 때였는지 11학년 때였는지 기억은 안 난다. 자다가 깨서 물 마시러 거실에 나가보니, 아이들이 있었다. 새벽 3시 였다.


커다란 손님용 식탁에 두꺼운 책들이 여러권 있었는데, 아이는 엉엉 울면서 책을 보고 있었다.

자지 않고 뭐 하느냐는 물음에,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데 이 책들을 다 읽어야 쓸 수 있어요 하면서 울었다.


일주일이나 한 달쯤 전에 내준 숙제를 미루고 있다가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한 책임감이 있으면 너희들이 살아가는데 문제 없을 거다 라고 생각만 했지,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마음 속으로만 이야기했다.


- 그래 공부 좀 못하면 어떠냐? 몸과 마음이 건강하면 된다. 인생에서는 그게 더 중요한 거란다.


<후기>

Honor Student 학부형 아침모임(단어가 생각이 안납니다. 학교 식당에 모여 베이글을 먹으면서 하는 미팅)에 참석했었을 때, 학교 수석으로 프린스턴 대학(미 동부 대학 순위 1위)에 입학허가를 받은 학생이 참석자들에게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연설을 했습니다.


School Activity와 Community Service를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더군요. 다음이 학교생활에 충실해야 하고 SAT 성적은 제일 나중이었습니다. 미국에 온지 얼마되지 않던 제게는 미국의 힘이 느껴지더군요.

한국에서는 수능시험이 제일 중요하지 않나요? 아, 내신이 더 중요한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전교에서 수석을 한 아이들은 하버드 합격율이 60%이하라고 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축구나 야구같은 운동부의 주장은 90%가 합격한다고 합니다.


제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바로 잡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