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내가 경험한 이민생활

이민자가 배우는 미국역사 (1)

(2012년 2월 7일)

 

해가 바뀌면서 남는 시간을 활용하여 평소에 하고싶었던 공부를 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기 시작했다. 이민을 위해 고국을 떠나면서도 내가 가서 살 나라에 대한 지식은 어처구니 없게도 별로 없었다. 30여년 전에 출장 가서 본 플로리다의 눈부신 해변과 그곳에서 본 여유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내가 당시 미국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던 것의 대부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몇 권의 책을 읽고, 흥미있는 분야를 메모하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보다 자세한 정보를 구하기도 하면서 독학으로 새롭게 배우는 미국과 평소에 잘못 알고 있었던 오류들을 고쳐나가는 과정은 지적 만족감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미국은 멸망직전의 로마제국인가?"


많은 사람들이 미국이 망해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일부 지식인들은 현재의 미국이 멸망 직전의 로마와 닮았다는 주장을 서슴치 않는다.


'Atlantic Monthly'의 전 편집장 Cullen Murphy는 그의 책 'Are we Rome?'에서 부시 대통령을 로마의 디오클레티아누스(Diocletianus·재위 284~305년) 황제에 비유했다. '선과 악'의 대결에서 자신만을 '선'이라고 믿고 국경 너머로 너무 뻗어간 나머지 내부에서 여러 위기에 직면했다는 거다. 전제적 통치 스타일이나 부패한 부하들 면에서도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로마가 메소포타미아(오늘날의 이라크)의 티그리스, 유프라테스의 계곡을 넘지 못한 것처럼 미국도 이라크의 수렁에 빠진 채, 이란과 대치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이같은 주장에 다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새겨볼 만하다. 억지로 꿰맞춘 논리지만 허황되게만 생각되지 않는 것은 그만큼 미국이 어려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혹자는 냉전체제의 붕괴가 미국의 몰락을 가져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냉전시대의 미·소 양대체제에서 미국의 일방정책(Unilateralism)으로 긴장의 해이를 초래하여 미국이 몰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일방외교정책은 곳곳에 반미주의자와 반미국가를 양산함으로써 세계 각지에서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국의 이익에 부합되면 도덕적으로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일지라도 지지하는 미국의 일방정책은, '미국의 세기'라고 불리는 20세기 동안에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미국에 의해 유지되는 세계평화)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전세계에 심어주었다. Globalism의 중심에 미국이 있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지만, 일방주의 정책에 의해 불필요한 전쟁과 긴장을 도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을 읽으면서, 그 논리들이 정확하다고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 독자로서 많은 부분 공감한다 하더라도 -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미국의 쇠퇴와 멸망을 논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되기를 바래서 그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미국의 미래를 염려하고 걱정하는 그들은 잘못 가고 있다고 믿는 미국의 진로를 어떻게든 바꿔보겠다는 생각으로 그런 주장을 하고있다는 사실이다.

 

한국동란을 다르게 보는 시각

 

우리가 알고 있는 '625사변' 또는 '625동란'의 국제적 공식명칭은 '한국전쟁(Korean War)'이다.

이를 미국의회에서는 '한국에서의 충돌(Korean Conflict)'로 부르며, 북한에서는 '조국해방전쟁(Fatherland Liberation War)', 중국에서는 항미원조(抗美援朝, War to resist American and aid Korea) 전쟁이라고 칭하다가, 최근에 와서야 조선전쟁으로 부른다고 한다.

 

선전포고도 없이 일방적으로 침략을 당했으니 - 몇 시간 전에 형식적인 선전포고는 있었다. - 우리로서는 사변이라고 부르는 게 당연시 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민족의 비극인 625를 극복하고 민족의 가장 큰 숙원인 민족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내 시각으로만 사건을 볼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시각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불행하게도 중국의 협조나 도움이 없다면 통일은 너무 어려운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UN 창설후, 최초의 유엔군이 파견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소련이 거부권을 포기했기 때문이었고, 그 이유는 북한을 배후에서 조종하여 한국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로 안보리에 참석할 수 없었다고 배웠다. 그러나 당시 소련은 UN의 중국승인 문제로 안보리에 불참하고 있었다고 사실은 전한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의 역사왜곡이다.

 

트루먼과 존슨 대통령

 

트루먼(Harry S. Truman)과 존슨(Lyndon B. Johnson) 대통령의 공통점은 부통령으로 있다가 대통령의 유고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분들로, 민주당 출신이며 전임 대통령의 잔여임기 후 한 번 더 대통령에 당선이 된 분들이다.

또 있다. 선거에 의해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은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것이었는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한국전쟁의 영웅 맥아더 장군을 해임시킨 것 때문에 한국인에게 좋지않은 이미지의 트루먼 대통령은, 전임 루스벨트 대통령의 유지를 계승하여 Fair Deal 정책을 추진하므로서 서민생활 안정에 크게 이바지 하였다.

 

파일:Harry-truman.jpg

 

Fair Deal 정책

 

  - New Deal의 연장

 

  - 공정노동기준법 제정 (Fair Labor Strandard Act)

 

  -  최저임금 인상: From 40 Cents to 75 Cents

 

  - 저가의 임대주택 건설

 

  - 사회보장법 확대 적용

 

  - 농산물 가격 안정

 

한국전에 개입한 중공군 개입저지를 위한 원폭을 주장하다가 - 한국인으로서는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 해임된 맥아더 장군은 귀국후 미국민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지만, 그 지지는 금방 수그러들었고, 몇 년이 지난 후에는 맥아더가 틀렸고 트루먼 대통령이 올바른 결정을 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여론이며 역사의 평가이었다.

 

케네디 대통령의 갑작스런 암살로 대통령이 된 존슨 대통령도 케네디 대통령의 정책을 그대로 승계하여 사회보장, 복지, 보건과 교육에서 개혁입법을 추진하여 미국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였다.

 

  • 1965년 최초의 Medicare 도입
  • Elementary & Secondary Education Act: 교육기회 확대
  • Voting Rights Act: 유권자 등록 유도
  • Department of Housing & Urban Development 신설
  • Department of Transportation 신설
  • 1924년에 제정된 이민법 개정: 유럽에 특혜를 주던 이민법에서 모든 나라에 동등한 조건 부여로 한국인들이 차별을 받지않고 이민을 올 수 있게 됨
  • National Foundation on the Arts & Humanities Act: 예술과 인문학에 대한 국가적 지원체계 확립

3,40년 전 가난한 나라에서 이민온 이민 선배들이 누렸던 대부분 혜택들이 민주당과 그 출신 대통령에 의해 추진되었다는 사실이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미국 역사에서 보여주는 역사적 사실들은 공화당은 언제나 이런 입법에 반대해왔다는 것이다.

 

다수의 국민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보았을 때, 이 두 지도자의 업적은 뛰어나다는 것이 역사가 보여주고 있지만, 어째서 지금까지 내게는 무능한 지도자라는 왜곡된 선입견을 갖게 되었는지 의문이다. 내 무식 탓이겠지만.

 

선거의 해에 이민자로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분명해 보였다, 최소한 역사가 주는 교훈에서는.

 

<후기>

일반 대다수 국민의 관심은 경제에만 있을 뿐, 정치에는 없습니다.

이민자들은 특히 더합니다. 무엇보다 생활이 우선이고 말설고 낯설은 땅에서 믿을 건 돈의 힘 밖에는 없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정치가 경제를 좌우합니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투표에 참가하지 않으면서 무너진 경제만 탓하는 것은 시민으로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들의 후손들이 영원히 살아갈 미국의 미래를 위해 이민 선후배님들의 현명한 선택을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