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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야기

운동의 효과 (2012년 9월 22일에 작성한 글) 지난 5월 17일 '건강 챙기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새벽운동을 하고 있다. 제주에서 생활하면서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규칙적인 운동은 하지 못했었다. 올렛길을 걷고, 집 주변을 하루에 한 두 시간씩 걷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했었는데, 지난 겨울에는 그것마저도 띄엄띄엄 했을 뿐이었으니, 지난 봄에 다시 시작했을 때는 쉽지 않았다. 엎드려서 팔 굽혀펴기는 30회만 해도 통증이 왔었고, 윗몸 일으키기는 20회만 넘어가면 헉헉거렸다. 오늘 새벽에도 거실에서 체조를 끝내고, 5시 40분에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뛰러 나갔다가 다소 색다른 경험을 했다. 처음 운동장을 뛰기 시작할 때는 트랙을 열 바퀴 돌기에도 벅찼는데, 문제는 횟수 세기였다.. 더보기
즐겨 보는 TV 프로 (2012년 9월 18일) 이제 만나러 갑니다. (종편 채널A에서 일요일 밤에 방송) 탈북한 젊은 여성들의 '토크 쇼' 형태로 진행하며, 북한에서 겪은 실상과 한국에서 겪는 에피소드 등을 다룬다. 그녀들이 탈북한 과정을 이야기할 때는 - 목숨을 걸고 강을 건너고, 국경의 군인들에게 뇌물을 주고, 중국의 농촌으로 팔려가고, 자식이나 부모 형제를 잃어버리고, 꽃제비(부랑아, 거지) 생활로 목숨을 부지하고, 갈라져 피가 나는 발바닥으로 굶어가며 수백 킬로미터를 걸었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를 할 때는,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마음이 아파서 눈이 젖어든다. 그러나, '뉴저지 사랑'님의 말대로 사람은 꽃 보다 아름답다. 그런 고초를 겪었어도 환한 웃음을 짓고, 밝게 살아가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마.. 더보기
집과 이웃(7) (2012년 8월 29일) 자연 생태계에는 태풍도 필요하다고 한다. 바람이 바닷물을 뒤섞어 심해에 산소도 공급하고, 또 식물의 씨앗을 먼 곳까지 흘러보내 종자를 퍼뜨리는 일도 한다는 거다. 제주는 예로부터 태풍이 잦았던 곳으로 모든 자연 생태계가 바람에 맞서는 모습으로 진화해 왔다. 예를 들어 제주의 코스모스는 키가 크지 않다. 난장이 모습이다. 땅에 바짝 붙은 꽃이나 풀들이 많다. 전통가옥들도 지붕이 낮고, 초가에는 새끼줄로 얽어매고 돌맹이를 매달아 바람에도 끄떡하지 않도록 대비를 한다. 제주에 흔한 돌로 쌓아놓은 듯한 담들도 엉성하게 쌓은 듯한 돌 사이에 구멍이 숭숭 있어서 바람에 저항하지 않고 바람을 통하게 해놓았다. 모진 바람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숙명을 지닌 삶의 지혜다.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 더보기
집과 이웃 (6) (2012년 8월 20일) 더위가 날짜 가는 것을 잊은 듯 연일 기승을 부린다. 어떻게 된 일인지, 삼복 때 보다도 더 더운 것 같다. 육지는 몰라도 삼복 때도 이렇게 덥지는 않았는데, 요즘은 제주가 서울 보다 더 더운 것 같다. 일기예보를 보아도 기온이 더 높다. 저기압이 중부권에 머물며 비를 뿌리는 대신 남부와 제주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맹위를 떨치는 모양이다. 이곳은 여름에 에어컨이 필요 없다는 주민들의 이야기는 공염불이다. 내년에는 아무리 전기료가 무서워도 에어컨을 설치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위와 더불어 짜증이 나는 일들이 생긴다. 한국에서는 차량을 주차시킬 때 후진으로 주차한다. 또 한국은 디젤차량이 대세다. 후진주차는 시간도 더 걸리고 악셀을 밟아야 하기 때문에 소리도 요란하다. 거기다 .. 더보기
속이고 속고 (2012년 8월 12일) 제주는 2일, 7일이 오일장이다. 오늘이 8월 12일이니까 오일장이 서는 날이다.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딱히 살 것이 없어도 집사람과 데이트 삼아 장엘 가곤 한다. 천원에 두 개 하는 호떡을 사먹기도 하고, 삶은 옥수수를 사서 들고 다니며 먹는 재미도 있다. 물건을 사는 것보다 흥미나는 것은 활기차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구수한 사람 살아가는 냄새들이다. 다들 힘이 넘치고 희망이 있고 내일이 있는 모습이다. '천원, 천원', '전부 오천원, 오천원', '몽땅 만원만 주고 가져 가세요.'하고 외치는 상인들의 목소리에서, 보다 싸고 좋은 물건이 없나? 하고 열심히 곁눈질을 하며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에게서, 삶의 짙은 향기를 맡는다. 한 달 쯤 전이던가! 더위가 한창이던 7월 하.. 더보기
MRI 촬영, 그 후 (2012년 8월 8일) 지난 6월 8일 MRI를 찍고 난 후, 두 달이 지났다. 20mg 아스피린을 처방받고 난 후로는, 몸 반쪽이 아니라 어느 한 부분이라도 저린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 아스피린이 작용을 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지난 달에 병원에 들려 의사와 몇 마디 주고 받은 뒤, 한 달을 처방받아 온 이후 오늘이 또 예약날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올림픽 축구를 보고 8시 40분에 집을 나서, 9시 40분이 안 되어 집에 돌아왔으니 꼭 한 시간이 걸린 셈이다. 병원에 들려 의사를 만나고 처방을 받고 약을 구입해서 집에 돌아오기까지. 의사 한 번 만나는데 반나절은 족히 걸리던 미국에서의 경험에 비하면 초고속이다. 진료비 ₩5,700에 두 달 약값으로 ₩4,400을 냈다. 의사에게 언제까지 먹느냐고 했.. 더보기
집과 이웃 (5) (2012년 8월 1일) 20여년 전 나는 내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놓고 갈등하고 있었다. 별로 어렵지 않게 뉴질랜드 영주권을 받아놓고 선택을 해야했지만, 자회사에서 스카웃 제의가 왔던 것이다. 이민을 선택하는 대신에 스카웃 제의를 받아들였다. 과장급 하나에 대리급 직원이 둘인 신생부서를 맡아서, 일하는 재미에 빠졌다. 그러는 사이에 영주권은 취소가 되었고 이민을 가겠다는 생각은 잊어버렸다. 내 부서의 사업은 잘 나갔다. 2~3년 후에는 30명이 넘는 부서로 커졌고, 만지는 비자금의 규모도 덩달아 커졌다. 수시로 야근을 하는 직원들에게 저녁을 사주고, 큰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서 회식을 하기도 했지만, 수주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명절 때는 높은 분들에게 줄 뇌물성 봉투를 만들기도 했고, .. 더보기
집과 이웃 (4) (2012년 7월 31일) 공동주택에 살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생기기도 하고, 다른 집에 일어난 문제를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도 이곳에 살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예를 들어 하수관은 101, 201, 301호가 공동으로 사용하는데, 1층인 101호에서 하수도로 연결되는 하수관이 막히면, 1층에서 제일 먼저 오버플로우가 발생하고 이어서 2층과 3층까지 오버플로우가 생긴다. 이 경우 누구 책임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1층, 2층, 3층에 사는 세 가구가 공동으로 비용분담을 해야 한다. 그런 일이 실제로 생겨서 변기가 막혔다. 문제는 1층과 2층 사이의 하수관이었기 때문에 2층에 사는 나와 3층에 사는 목사가 같이 부담했던 것이 작년 가을 무렵이었다. 나는 목사가 쉽게 응하지 않.. 더보기
집과 이웃 (3) (2012년 7월 29일) - 잠깐만요, 할 말이 있어요. 연립주택 입구에서 서성거리는 목사에게 인사만 건네고 들어가려는 나를 붙잡아 세운 것은 며칠 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이었다. 최소 2~3년은 하겠다고 큰소리 치고 시작한 운전이었지만, 무더위가 시작되자 힘이 들었다. '아, 이래서 노동이 힘이 드는구나!' 하고 체험으로 느끼는 중이었다. 아이들에게 사람은 공부를 해야 인간답게 살 수 있다고만 가르쳤지,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는 적절하게 설명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한 것도 더위에 허덕이면서 운전을 하는 최근의 일이다. 돌담이 왜 무너졌는지, 그 땅은 누구 땅인지 장황한 설명에, 빨리 집에 들어가 옷을 벗어던지고 샤워를 하고픈 나는 짜증이 났다. 오후 7시가 지나 시장기도 꽤 느끼던 참이었다. '그.. 더보기
집과 이웃 (2) (2012년 7월 27일) - 여보, 나 이런 반찬 아주 좋아해! 당신이 이렇게 만들어 주면 나 아주 잘 먹을 텐데. 아랫층에 사는 젊은 친구 내외와 집에서 맥주를 하는 자리였다. 미국식으로 맥주나 한 잔 하자고 부른 자린데, 젊은 친구는 저녁식사에 초대하는 걸로 생각하고 화분을 하나 들고 왔다. 집사람이 놀라서 부랴부랴 있는 반찬, 없는 반찬을 준비해서 저녁상을 차렸는데, 그 자리에서 자기 와이프에게 활짝 웃으며 부드럽게 하는 말이었다. 말 한 마디에도 자기 와이프를 배려하는 투가 역력했다. 나라면 어떻게 이야기했을까? 아마도 '당신도 좀 배워서 이렇게 만들어 봐!' 하지 않았을까! 세상 사람 모두가 다 내 스승이다! 아랫층 젊은 새댁과 수시로 왔다갔다 하는 집사람이 전해주는 이야기들이다. - 신제주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