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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야기

자동차 검사 (2012년 11월 29일에 쓴 글)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았다. 2년 된 중고차를 2년 전에 샀으니, 4년이 된 셈이다. 새차는 4년 만에 처음 검사를 받고, 그 후부터는 2년 마다 검사를 받는 것이 이곳의 규정인 것으로 보인다. 며칠 전 인터넷으로 예약을 한 것이 오늘 11월 29일 아침 9시였다. 기다림을 피하고자 아침 첫 시간을 선택한 것이다. 뉴저지와 똑같이 검사를 대행하는 정비공장에서 받으면 편하긴 하지만, 수수료가 비싸다. 뉴저지에서는 주 정부 검사소를 이용하면 무료이나, 이곳에서는 약간의 수수료를 받는다는 것이 다르다. 내 경우는 경차라 ₩15,000인데,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1,200을 할인해 준다. 그래도 검사를 받으러 가는데, 차가 너무 지저분해서 차 안의 쓰레기를 치우고 약간 정리과.. 더보기
다큐에 빠지다 (2012년 11월 28일에 쓴 글) 한국에 돌아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것은 TV다. 어디를 틀어도 온 신경을 집중하지 않아도 들리는 한국말과 자막이 나온다. 이민을 가기 전에 출장을 가서 시차 때문에 잠은 안 오고, 호텔 방에 앉아 미국 TV를 보며 그 채널과 프로의 다양성에 놀라서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재밌는 프로를 하고 다양하면 뭐 하나? 이민을 가서 본 TV는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었다. 처음에 한동안은 어떻게든 알아들으려고 기를 쓰기도 했지만, 곧 포기하고 말았다. 40이 넘은 나이에,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집에까지 와서 또 무얼 해야 하느냐 라는 적절한 핑계(?)를 찾아낸 탓이다. 미국에서 아는 집에 마실 갔다가, 우연히 보게 된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연속극을 .. 더보기
Sleepless in Jeju (2012년 11월 24일에 쓴 글) 젊어서는 잠자는 데 문제가 생길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 때나 머리만 기대면 잠이 들었었다. 학교 다닐 때는 시험 때가 되면 '잠 안 오는 약'을 먹어야 잠을 이기고 공부할 수 있을 정도로 잠이 많았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버스를 타고 집에 가다가 잠이 들어 종점까지 갔던 적도 많았고, 심지어는 막차에서 잠이 드는 바람에 집에 가지 못하고, 버스 종점에서 차장누나가 주는 담요를 덮고 버스에서 잠을 잔 적도 있었다. 군대시절에는 어땠나! 초번이나 말번 보초는 일병 말년이나 상병 쯤 되어야 돌아오는 호사이었고, 졸병은 두 번째나 말번 직전에 서는 보초를 배당받는다. 막 잠이 들어 시체같은 놈을 보초서라고 깨우면, 바짝 든 군기 때문에 일어나긴 하지만 죽음보다.. 더보기
자동차 사고 (2012년 11월 16일에 작성한 글) 드디어 사고가 나고 말았다. 엊저녁 마지막 아이를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저녁 7시가 약간 넘은 시간, 캄캄한 길이었지만 왕복 4차선의 도로였다. 1차선에는 천천히 가는 빨간색 마티즈가 있었고, 나는 2차선으로 주행하고 있었다. 빨간색 차의 오른쪽에서 막 지나치려는 순간, 갑자기 빨간색 차가 우회전을 하려는 듯, 바로 앞에서 방향표시 신호도 없이 우회전을 했다.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고, ABS가 작동하는 듯한 진동을 서너번 느끼고 차는 섰지만, 이미 빨간색 차의 조수석 문과 내 차의 왼쪽 모서리 부분이 닿아버렸다. 1983년 플로리다에서 면허를 딴 후, 약 30년을 운전했지만 사고는 거의 없었다. 1988년 강원도 불영계곡을 한밤중에 지나다 길을 헛보.. 더보기
가을의 방문객 (2012년 11월 12일에 작성한 글) 9월 초에 지나간 마지막 태풍이 유난히 무덥고 짜증나는 여름을 가져가 버린 후,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계속되면서 방문객들이 연이어 찾아왔다. 가장 먼저 찾아오신 분은 LA에서 지난 8월 초에 스스로 은퇴하시고 제주에 오신 Juneauatom(이하 '아톰'님)이다. 제주에 살고 있는 우리들 보다도, 훨씬 더 제주를 사랑하시고 제주에 연민과 애착을 갖고 계신 것이 무척 인상적인 분이었다. 아톰님 부부와 저녁을 같이 했고, 추석 당일에는 기억에 남는 한라산 등반을 했다. 도치형님을 방문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제주에 사는 사람보다 제주를 더 많이 아는 아톰님 덕분에 우동이 맛있다고 소문난 포도 호텔에서 멋진 풍광과 함께 우동을 먹어보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옛날 .. 더보기
친구의 제주방문 (2012년 11월 1일에 작성한 글) 지난 주말에 3명의 친한 고등학교 친구들이 제주를 찾았다. 그들이 제주를 찾았다고 쓰는 것은 순전히 제주방문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A는 창원에서 근무하는데, 와이프와 이웃에 사는 부부와 함께 차에 자전거를 싣고 장흥에서 성산까지 페리를 타고 왔다. 회사에서는 나가라고 지방으로 발령을 냈지만, 끝까지 버티겠다는 친구다. B는 치과의사로 현재는 마포구 망원동에서 개인 병원을 하고 있다. C와 함께 비행기로 왔다. C는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K대 전자과 교수로 있는데, 가장 친한 친구 한 명을 꼽으라고 하면 주저없이 이 친구를 말했을 정도로 한 때 내게는 가장 절친한 친구이었다. 'Out of sight, out of mind'라고 했던가, 내가 이민을 떠난.. 더보기
알러지 (2012년 10월 23일에 작성한 글) 미국에 사는 이야기를 하면서 알러지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동부에서는 꽃 피는 봄이나,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이 되면 수 많은 사람들이 알러지로 고통을 받는다. 남쪽으로는 노스 캐롤라이나부터 북쪽으로는 뉴햄프셔나 버몬트까지 알러지를 유발하는 식물이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알러지가 없던 사람도 동부에서 10년쯤 살면 알러지가 생긴다는 떠도는 이야기도 있지만, 나는 한국에서도 알러지로 고통을 받았었다. 시도 때도 없이 재채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콧물이 흐르거나 눈이 따갑고 가렵기도 하지만, 가장 괴로운 것은 코가 막히는 것이다. 화장실에 앉아 있으면 맑은 콧물이 흘러나와 바닥에 휴지를 받쳐놓아야 할 정도이었다. 뉴저지에서는 봄에 출근을 위해 나가면.. 더보기
제주에서 집 지으려는 분들에게 (2012년 10월 5일에 작성한 글) 제가 전하려고 하는 내용은 이곳에 살면서 주워들은 내용들이라 사실과 많이 다를 수도 있슴을 미리 밝혀둡니다만, 혹 한국사정 특히 이곳 제주의 독특한 실태를 모르고 피해를 입는 분들이 있을까봐 노파심에서 글을 싣습니다. 제가 전문 글쟁이가 아니고 생각나는 대로 쓰는 것이니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이런 글을 쓸 계획이 있었다면, 미리 사진도 찍어서 이해를 도왔으면 하지만 그러지도 못 했습니다. 이곳에 와서 알게 된 분이 도치형님이고, 서귀포 안덕면에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그 분 댁을 가끔 찾습니다. 최근에 그 댁의 이웃에 몇 개의 주택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대도시에 사는 몇몇 친구들이 같이 모여서 살 다세대 주택을 짓기도 하고, 바로 옆에는 서울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 더보기
아, 기타가 배우고 싶다! (2012년 10월 2일에 작성한 글) - 아새끼래, 뱃대기에 기름기가 잔뜩 끼었구만 기래. 기타 칠 시간 있으면 공부나 하라우. 고등학교 땐가, 기억도 희미하지만 기타 치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워 기타를 배우려고 시도했던 적이 있었다. 친구에게 기타를 빌려 책을 보며 코드를 잡고 깽깽거리고 있는 것을 본 부친이 한 말이었다. - 콱 쌔려 부셔버리기 전에 책이나 보라우. 난, 친구의 기타가 부숴질까봐 두려워 만지고 있던 기타를 얼른 치워 버렸고, 그 후론 기타를 배울 생각을 감히 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살아왔다. 슈퍼스타 K를 하는 방송은 유료 케이블 방송이다. 내가 보는 방법은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한 파일을 TV에 연결해서 보는 것인데, 금요일 밤에 방송된 것을 토요일 아침에 느긋한 마음으로 보면서, 많.. 더보기
한가위 단상과 시장표정 (2012년 10월 1일) 돌아가신 선친이 1.4 후퇴 때 부모님은 물론이고 처와 두 아들까지 이북의 고향에 두고 단신 월남한 덕분에, 차례나 제사는 모르고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성묘할 선산도 없었을 뿐더러, 자신의 부모님 생사도 몰랐으니 그리 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아버님이 고혈압으로 인한 뇌출혈로 사경을 헤맨 적이 있었는데, 국민학생이었던 저를 보고 '옥희'를 데려오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아버님의 유일한 친척이었던 당신의 이모님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북에 두고 온 당신의 처 이름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옥희'라는 이름을 다시는 들어보지 못했지만, 눈을 감으시기까지 가슴 속 한이 되었으리라고 충분히 짐작은 합니다. 치매로 몇 년 고생하다가 2008년 초에 돌아가신 제 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