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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야기

제주 고사리 (2012년 4월 30일) 제주의 특산물들 중에 고사리가 있다. 감귤과 섬의 특성상 해산물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제주의 마늘, 홍당무, 무와 함께 고사리가 제주의 특산물로 손꼽힌다. 제주 초보였던 작년에는 고사리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지만, 사람들을 따라 고사리를 채취하러 나섰었다. 빈 들판에 나가면 잡초들 사이로 새싹을 틔우는 고사리를 볼 수가 있다. 너무 커져 잎이 벌어진 것은 써서 먹지 못하고, 너무 작은 것은 먹을 것이 없으니 적당한 크기의 것을 찾아 줄기를 꺾어서 채취해야 한다. 고사리는 뜯는다고 하지 않고 꺾는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고사리를 꺾으러 다니다보니 저절로 알 것 같다. 4월 한 달이 고사리 채취에 적기다. 고사리 철이 되면 성당이나 교회가 텅 빈다고 한다. 할머니나 아주머니들이 .. 더보기
룸메이트 이야기 (2012년 4월 18일) - 아니, 장로님! 그냥 미국에 계시지 뭐가 그리 좋은 게 있다고 혼자 한국에서 외롭게 지내세요? - 아냐, 미스터 장. 나는 이곳이 좋아요. 45년을 미국에서 사셨다고 한다. 75세이니 인생의 60%를 미국에서 사신 셈이지만, 철없는 어린아이 시절을 제외하면 살아오신 인생의 80% 이상을 미국에서 지내신 분이다. 안과 의사와 CPA인 따님 둘과 변호사인 아들을 두었는데, 특히 아들의 반대가 심하다고 한다. 아버지가 한국에서 갑자기 큰 일을 당하더라도, 법원출입 변호사인 아들이 바빠서 어떻게 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사모님도 자식들 편이어서 한국행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땅끝호텔에 도착한 첫날, 모든 행사가 끝나고 방으로 들어와 씻고 인사를 나누었다. 룸.. 더보기
딸의 방문 (2012년 3월 31일) 뉴욕 JFK에서 아시아나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아이가 리무진을 타고 김포에 도착한 것은 예약해둔 항공기 출발보다 2시간이 빨랐다고 한다. 추가요금을 얼마 내고 빠른 항공기로 바꿀 수 있었으니 거기까지는 모든 게 순조로왔던 셈이다. - 아빠, 빨리 도착하게 되었어요. 5시 35분 비행기로 출발해요. 아이의 전화를 받고, 인터넷에서 실시간 도착정보를 검색한 후 공항으로 나갔다. 2010년 말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뉴저지에 들렸을 때 보고는 처음 만나는 아이다. 새끼를 만나러 가는 심정이 청춘 때 애인을 만나듯 설레인다. 아이의 항공기가 도착했다는 정보가 스크린에 좀처럼 뜨지 않는다. 같은 시간에 김포에서 출발한 KAL 항공기는 제시간에 도착했지만, 아이가 탄 저가 항공사의 비행.. 더보기
제주의 불편한 진실 (2012년 3월 21일) 아침에 운동을 하기 시작한 지는 꽤 오래되었다. 서른 살이 넘어서면서부터 몸에 이상증세가 나타난 것이 운동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알러지 비영으로 코가 막혀 잠을 못 자기도 하고, 피곤하면 편도선이 붓고, 두드러기가 생기는 등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이상증세가 수시로 생겼는데 운동으로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주로 뛰었다. 운동화만 신으면 되니까 일단 간편했고, 어디서나 할 수 있었으며 아무 때나 혼자라도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뉴저지에 살 때는 6시에 일어나 주로 2 마일 정도를 뛰었는데, 이틀 연속 거르지 않고 일주일에 5일 이상 뛰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었다. 가끔이지만 시간이 많은 주말에는 4마일을 뛰기도 했고 혼자 산행을 다니기.. 더보기
續 도치형님 傳 (2012년 3월 10일) (작년 10월 30일 '한국살기'란에 쓴 '도치형님 傳'에 이은 글로서 제주의 의료현실을 알려드리기 위한 글입니다. 나무를 보고 숲을 판단하는 것일수도 있으나, 참고하실 분이 있을 것 같아 올립니다.) 도치형님이 지난 1월 말 무렵, 예정보다 훨씬 일찍 돌아왔다. 95세 된 어르신이 노환으로 누우셨지만, 의식이 왔다 갔다 하면서도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 넉넉하게 3~4월까지는 미국에 체류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갑자기 돌아오신다는 이메일을 다시 받았는데 그 이유가 심란했다. 자다가 좌측 가슴에서 통증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심근경색으로 심장수술의 경험이 있는 분으로서 심각한 상황일 수도 있으니 걱정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문제는 미국의 의료비다. 서.. 더보기
알바의 경험 II (2012년 2월 24일) 아침에 서울에서 입원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지난주 목요일에 입원하고, 지난 월요일에 수술을 했다고 한다. 제거해야 할 종양이 너무 커서 갈비대를 하나 잘라내고 수술을 한 다음 다시 붙였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움직일 때는 아프다고 한다. 워낙 건강한 체질이라 회복이 빠른 편이라고 하니, 다음주 중에는 퇴원을 해서 돌아온다고 한다. 그나저나 내 임무는 생각보다 빨리 끝나게 되었다. 어제 저녁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 주고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어린이집 원장 남편이 붙잡는다. 바쁜 일이 없으면 자기네들 회식하는데 같이 가자고 권한다. 2월 마지막 주 금요일로 4살 된 아이들이 수료식을 했고, 1년간 수고한 선생들과 저녁을 하는 자리였다. 원장을 포함한 선생들이 6.. 더보기
알바의 경험 (2012년 2월 22일) 대학에 다닐 때 아르바이트로 고등학생들을 가르쳐 본 이래 아르바이트라는 것을 처음 해 보았다. 아르바이트의 뜻은 '단기 또는 임시로 고용되어 일하는 것'일 것이다. 주유소에서 일할 때는 몇 번의 실수로 기름을 쏟은 적이 있었다. 방아쇠를 풀지 않고 주유기를 걸어서 다음에 주유기를 들었을 때, 기름이 쏟아지기도 했고, 기름탱크에 건 주유기가 주유의 압력으로 튀어나와 기름이 쏟아지기도 했다. 미국 뉴저지는 주유 서비스가 의무적으로 시행이 되어 직접 펌핑을 할 일이 없었지만, 다른 주에 가면 의례 직접 주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주유가 어려운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녹이 슨 낡은 주유기, 잘 동작하지 않는 계기판 등이 순간순간 당황하게 했다. 게다가, 주인이라는 친구의 잔소리는.. 더보기
비오는 날의 사색 (2012년 2월 10일) 3개월쯤 전에 낚시를 하다가 갯바위에서 넘어져 팔을 다친 친구가 있었다. 다행이 팔이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인대가 반 이상 끊기는 부상을 당했었다. 그런데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딱 맞는 일이 벌어졌다. 부상당한 팔을 찍느라고 정면에서, 옆에서, 위에서 등등 여러방향에서 X-Ray를 찍었는데 가슴 갈빗대 밑에 숨겨져 있던 혹이 발견된 것이다. 정말 인생사 새옹지마다. 양성이든 악성이든 폐까지 전이되기 전에, 신속하게 제거해야 할 종양이었다. 그 친구가 내일 수요일 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로 향한다. 그 전에 자기가 하던 일을 내게 부탁했고, 그걸 인계받느라 지난 목요일 오후부터 너댓살 꼬맹이들을 실어나르는 일을 하고 있다. 다시말해 '스페어(Spare)' 운전수가 된 것이다. 제주에 .. 더보기
제주 부동산 추세와 교민마을에 대한 의견 (2012년 2월 10일)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먼저 드릴 말씀은, 저는 부동산 전문가도 아니고 관련 지식도 없는 사람임을 먼저 밝힙니다. 다만, 제가 1년 좀 넘게 살면서 주위에서 보고들은 풍월과 제가 직접 경험한 것들을 중심으로 글을 씁니다. 아래 어떤 분이 서귀포의 30평대 아파트 가격에 대한 문의를 보고 제가 보고 들은 것을 위주로 글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에도 복덕방이 있지만, 시내에만 편중되어 있어 약간만 외곽으로 나가면 복덕방도 별로 없지만, 있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제 경험상) 그래서 거리에서 무료로 배포되는 벼룩시장 같은 무가지를 통해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먼저 오일장(www.jejuall.com)이라는 무가지가 있는데, 제주시와 서귀포시.. 더보기
주유소 아르바이트 (2012년 1월 29일) 1년이 넘는 제주생활에서 깨달은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그냥 막연하게, 중학생 정도면 수학이나 영어를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았고, 또 제주의 특산품인 밀감 관련 일을 할 수 있겠거니 생각했지만, 아이를 가르치는 일에는 나이가 문제 되었고, 밀감과 관련된 일은 힘이 부쳤다. 중앙일보 장병희 기자와 인터뷰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주유소에서 펌핑하는 정도뿐이니 그 일이라도 할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지난 명절 직전 토요일 아침 TV에서는 고향찾아 내려가는 사람들 이야기로 설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교차로 광고를 뒤적이던 집사람이 화북에 있는 주유소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가 있다는 말에 '전화나 해봐'라고 했더니, 통화를 끝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