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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야기

딸의 방문

(2012년 3월 31일)

 

뉴욕 JFK에서 아시아나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아이가 리무진을 타고 김포에 도착한 것은 예약해둔 항공기 출발보다 2시간이 빨랐다고 한다. 추가요금을 얼마 내고 빠른 항공기로 바꿀 수 있었으니 거기까지는 모든 게 순조로왔던 셈이다.


- 아빠, 빨리 도착하게 되었어요. 5시 35분 비행기로 출발해요.


아이의 전화를 받고, 인터넷에서 실시간 도착정보를 검색한 후 공항으로 나갔다. 2010년 말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뉴저지에 들렸을 때 보고는 처음 만나는 아이다. 새끼를 만나러 가는 심정이 청춘 때 애인을 만나듯 설레인다.


아이의 항공기가 도착했다는 정보가 스크린에 좀처럼 뜨지 않는다. 같은 시간에 김포에서 출발한 KAL 항공기는 제시간에 도착했지만, 아이가 탄 저가 항공사의 비행기는 감감 무소식이더니 안내표시가 '회항'으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생긴 해무로 착륙할 수가 없어서 모든 비행기의 이착륙이 금지되었다는 것이 공항당국의 설명이었다. 공항 안은 순식간에 혼란이 왔다. 내 아이도 아이지만, 놀러왔다가 돌아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당황하기 시작한다. 하루종일 날씨가 좋았던 바깥은 높다랗게 걸린 가로등이 짙은 안개 속에서 뿌옇게 존재를 알리고 있다.


항공사에 전화를 했더니 천재지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대답뿐이다. 안개가 쉽게 걷힐 기세가 아니니 집으로 돌아와 아이의 연락을 기다리는 수 밖에. 섬에 살기에 겪어야 하는 불편함을 제대로 치른 셈이다.


제주공항 위까지 왔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간 비행기 속의 아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른 사람의 전화를 빌려서 쓴다고 한다. 인터넷이 되는 곳에 가서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하라고 해놓고, 서울에 사는 매제에게 연락을 취해 급히 공항으로 가도록 당부했다. 이미 밤 9시가 넘었다.


뜻하지 않게 고모네 집에서 하룻밤을 지낸 아이가 도착한 것이 그제 목요일 아침이었다. 쥐띠니까 한국식으로 나이를 계산하면 29살이다. 새끼들을 자주 보지 못하게 된 건 가슴이 아프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다 자란 아이들이다. 나도 그 나이에 그랬듯이 더 이상 부모가 필요한 나이는 이미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말을 똑부러지게 하던 아이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다는 남자친구 이야기, 동생 이야기, 결혼한 친구들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모처럼 아이를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성산 일출봉에서 딸 아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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