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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야기

건강 챙기기

(2012년 5월 17일)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자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 언제쯤부터인지는 기억이 불분명하지만, 아마 30대에 들어서부터다. 생전 모르고 살던 증상들이 하나, 둘 생겨났다. 편도선이 붓고, 두드러기가 나고, 알러지 증상이 그것인데, 한 번 시작하면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사회생활에 불편한 점도 많았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운동이었다. 하루에 한 시간도 건강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건강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 아닌가! 하는 게 당시 생각이었다.

 

미국에 와서 뉴저지에 살면서도 새벽 6시면 나가서 뛰고, 땀을 흘린 후에는 찬물 샤워를 했다. 여름은 물론 한겨울에도 뛰고 땀을 낸 뒤에는 냉수욕을 하곤 했다. 찬물이 처음 맨살에 닿을 때는 소름이 돋지만, 샤워 후의 그 개운함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었다.


10여년 전, 가정과 직장에서 여러가지 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독한 위스키를 매일같이 마시며 불면증에 시달릴 때도, 건강을 크게 다치지 않고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운동 때문이었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지난 1년 동안 상황은 많이 좋아졌다. 불면증은 거의 사라져서, 술에 취하지 않고도 쉽게 잠이 들고, 자다가 몇 번씩 깨는 버릇도 많이 고쳐졌다.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체념하고 포기하니, 마음 속에 한 쪽 자리를 차지하고 끊임없이 괴롭히던 원망이나 분노도 점점 작아지는 것 같다.


학원차량을 운전하기 시작하면서, 생활이 규칙적으로 변하고 있다. 일이 없을 때는 긴장이 풀어져서 그런지, 아니면 맥이 풀려서 그러지는 몰라도 아침마다 하는 운동도 소홀이 했었다. 아침에는 인터넷으로 시간을 보내다 낮으로 미루고, 낮에는 햇빛 때문에 저녁으로 미루고, 저녁에는 귀찮아서 내일로 미루곤 했다.


아하, 이래서 일을 한다는 것이 '건처사재우'에서 세 번째로 중요한 일임을 깨닫는다.

새벽 5시 전후에서 잠에서 깨면, 세수하면서 입가심을 하고 냉수를 최대한 많이 들이킨다. 그리곤 맨손체조로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손발을 털어주고, 목운동, 어깨와 허리, 다리 비틀기를 하고 몸을 둥글게 말아 20번을 뒹구는데 걸리는 시간은 5분이면 충분하다. 다음은 팔굽혀 펴기와 윗몸 일으키기다. 다리를 소파에 올려놓고 70회를 하고 난 후, 윗몸 일으키기를 25회에서 30회를 하는데 이것도 5분이다. 이러는 중에 반드시 아랫배에서 화장실을 부르는 신호가 온다.


그리곤, 스마트 폰에 이어폰을 꽂고 새벽의 찬공기를 마시러 나간다. 15분을 천천히 뛰었다가, 15분은 빨리 걸으며 듣는 것은 요즘 유행하는 팟캐스트 뉴스다. 제도권 뉴스에서 다뤄지지 않는 이슈에 대한 젊은 친구들의 해설을 들으면 건강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좀 더 강열하게 뛰고 싶지만, 아직은 몸을 더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땀을 적당히 흘리고 난 후의 냉수욕은 더 없이 상쾌한 아침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해준다. 오늘은 모처럼, 정말 오랜만에 완전한 냉수로 샤워를 했다. 그리고 나서 느껴지는 허기에 생기가 난다.


다음에 할 일은 컴퓨터를 켜고, 반가운 분들을 만나는 일이다. 내가 쓴 글에 댓글도 보고 답글을 달거나, 어떤 글을 써서 이곳을 방문하는 분들과 인사를 할까 아이디어도 얻는다. 인터넷으로 신문도 보고, 일찍 잠들어 보지 못한 시사프로그램들을 찾아 보기도 한다. 지금보다 열 배는 더 많은 보수를 받으며, 미국에서 회사에 출근할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몸이 편하면 마음이 불편하고, 몸이 힘들면 마음은 편한 게 세상이치임을 깨닫는다. 

몸과 마음이 함께 편한 일이 이 세상에 있을까?


<후기>

새벽에 뛰다보면, 지렁이나 송충이 같은 벌레들이 길에 널려있습니다. 그걸 보면 아직은 제주가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제주의 모습을 사진으로 소개합니다.


- 아침에 뛰는 길 주변의 밀감밭. 귤나무마다 하얀 귤꽃이 잔뜩 달렸습니다. 귤꽃 내음이 향기롭습니다.


- 오늘 아침 운동한 코스입니다. 아래는 뒤돌아보고 찍었고, 그 밑은 앞을 보고 찍었습니다.


- 사진 한가운데 뱀이 보이시죠? 고사리 꺽고 나오는 길에 보았는데, 1미터가 훨씬 넘는 큰 놈입니다. 제주에서 이렇게 큰 놈은 처음 보았습니다. 군복무 시절, 전방에서 뱀을 많이도 잡아 먹었는데, 오랜만에 큰 놈을 보니 징그러웠습니다.


- 언젠가 오셔서 제주의 10경을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 아래 사진 몇 장은 제주문화회관에서 찍은 건데, 이 사진만 보면 한국 같지 않습니다. 캘리포니아 어디라고 해도 믿지 않을까요?

 


- 문예회관에 있는 잘 정비된 산책로. 시내 한 가운데 이런 산책로가 있습니다.


- 지난 토요일, 다시 가 본 고사리 밭. 고사리가 죄 꽃이 피어 끝무렵임을 알려줍니다. 노란색 이름모를 들꽃이 들을 가득 메웠습니다.

 


- 제가 운전하고 있는 학원근처의 모습. 제주에는 곳곳에 이렇게 운동기구나 쉼터가 설치되어 있어, 운전하다 사이사이 이곳에 앉아 책을 읽습니다.


- 학원근처에서 차를 길옆에 바짝 붙이려고 애쓰고 있는데, 어떤 승용차가 길 한가운데(과장하자면) 주차하더니 젊은 여자가 내려 사라지더군요. 이런 차들 때문에 모든 골목길들이 일방통행로가 됩니다.


- 참, 이 사진을 빠트렸네요. 문예회관 안에서 본 도연명의 시입니다. 처음 읽는 시이지만, 음미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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