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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야기/제주의 삶

집과 이웃 (6)

(2012년 8월 20일)

 

더위가 날짜 가는 것을 잊은 듯 연일 기승을 부린다.

어떻게 된 일인지, 삼복 때 보다도 더 더운 것 같다. 육지는 몰라도 삼복 때도 이렇게 덥지는 않았는데, 요즘은 제주가 서울 보다 더 더운 것 같다. 일기예보를 보아도 기온이 더 높다. 저기압이 중부권에 머물며 비를 뿌리는 대신 남부와 제주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맹위를 떨치는 모양이다. 이곳은 여름에 에어컨이 필요 없다는 주민들의 이야기는 공염불이다. 내년에는 아무리 전기료가 무서워도 에어컨을 설치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위와 더불어 짜증이 나는 일들이 생긴다. 한국에서는 차량을 주차시킬 때 후진으로 주차한다. 또 한국은 디젤차량이 대세다. 후진주차는 시간도 더 걸리고 악셀을 밟아야 하기 때문에 소리도 요란하다. 거기다 디젤차량이니 소음과 매연은 더 심하다. 창문을 열어 놓고 살아야 하는 여름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거기다 자정 무렵에 들어오는 차가 주차를 하는지, '오라이, 빠꾸, 스톱' 하는 소리까지, 붕붕대는 소리와 함께 들리기도 한다. '쿵'하고 문을 닫는 소리와, 왁자지껄 하며 집으로 들어가는 소리까지 듣고 나서야 한밤의 소음이 끝난다.


무더위와 함께 높은 불쾌지수로 심신이 고달프고 짜증이 나서 잠들기도 쉽지 않은데, 이런 소동까지 겪고 나면 아무리 양반이라도 심신이 고요할 수만은 없다. 공중도덕을 모르는 이웃을 탓하기 보다는 이 정도의 불편은 감수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인내심을 키울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정도에는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는 무감각을 키우던가.


그래도 이층에 사는 나는 일층에 사는 이웃들에 비하면 양호하다. 다음에 주민회의 비슷한 것이 있을 때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볼 생각이다. 최소한 단지 내에서는 정면주차를 시행하자고. 또 승용차 이외에는 바깥에 주차시키고, 이웃에게 피해가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지난 토요일에는 안덕면에 사는 도치형님 댁에 갔다. 집사람이 갖다 줄 물건이 있다고 가자고 하는데, 에어컨이 있는 곳으로 피난을 간 셈이다. 그 댁에는 2KW 짜리 태양열 전지판이 있다. 하루종일 에어컨을 켜도 월 전기료가 10만원 정도 나온다고 한다. 평상시에는 만 원도 안 나오고. 10여 년 전에 시범마을로 선정되어 지방정부에서 무상으로 설치해 주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2천만 원 정도로 꽤 비쌌지만, 최근에는 많이 내려 용량은 3KW로 더 크면서도 7백만원 가까이로 싸졌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나마 50%는 정부에서 지원해준다고 한다. (무상지원인지 무이자 대출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집 부근에 짓고 있는 다세대 주택에 플랭카드가 걸렸다. 보는 집(견본)을 오픈했다는 것이다. 도치형님 댁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렸다. 밀감밭이었던 것을 작년에 수확을 하고 난 후, 다 뽑아버리고 지반공사를 하더니 집을 짓기 시작해서 두 동을 짓고 있다. 공사현장을 조심스럽게 지나자, 어떤 친구가 오더니 안내한다. 평당 600 ~ 700만 원이고, 30평형과 40평형이 있다고 한다. 맨 꼭데기 층은 복층구조로 40평이고 나머지가 30평 짜리다. 바다 조망이 나오는 곳은 700만 원대, 그렇지 않은 곳이 600만 원이라는 것인데, 제주시에서는 바다가 보이면 다 북향집이다.


거실도 안방도 작은 방도 다 좁았다. 인테리어만 그럴 듯해 보였지 - 새 것이니 당연하겠지만 - 이 정도가 2억이 넘는다니 기가 막혔다. 바다가 보이지 않아도 남향이고 넓고 여유있는 우리 집이 훨씬 좋아 보인다. 오래 되고 낡았지만, 만약 바꿔준다고 해도 바꿔 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게 팔린다면, 제주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오른 거로 볼 수 밖에 없다. 실수요에 의해 오르는 건지, 거품이 낄대로 낀 건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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