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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來日)의 의미 ‘내일(來日)’이라는 단어에는 긍정적인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내일과 함께 연상되는 단어는 ‘희망’이다. 사람이나 어떤 상황에 따라서는 내일과 희망은 같은 의미로 인식되기도 한다. 최소한 우리 세대는 그랬다. 우리 세대가 젊었을 때는 확실히 그랬다. 아니다, 지금까지 그랬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는지 모르겠다. 희망은 추상명사다. 오감으로는 어떤 것인지 확인할 수 없는 실체는 느낌으로 알 수밖에 없다. 아마도 그 실체가 나아진다거나 좋아진다는 의미라는 걸 부인할 사람은 거의 없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에 ‘내일=희망’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오늘'을 버틸 수 있는 것은 ‘내일’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희망적’이라는 상태보다 인간에게 시련을 견디.. 더보기
잡담한설(雜談閑說) - 16 ● 플라시보 효과 (Placebo Effect) 아다시피 플라시보는 가짜 약이다. 녹말이나 옥수수 가루를 알약이나 캡슐로 만들어 약처럼 겉모습만 위장한 것으로, 약 성분이 전혀 없는 플라시보가 환자에게 치료효과를 보이고 일반인에게 약리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은 의학계에서도 인정하는 과학아닌 과학이다. 실험에 의하면 알약보다는 캡슐이, 작은 것보다는 큰 사이즈의 약이, 싼 것보다는 비싼 약이 더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그뿐이 아니다. 심지어 실험대상자에게 포도당 성분 밖에 없는 가짜 약이라고 알려주고 나서, 복용시켜도 효과를 보인다는 실험결과는 흥미를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영국 BBC에서 제작한 방송을 보면서 나름대로 논리를 추론해 보았다. 분명한 것은 물리적인 약리 효능.. 더보기
성공적으로 나이 들기 (9) "미래는 주춤주춤 다가오고, 현재는 쏜살 같이 지나간다. 그리고 지나간 과거는 언제나 아름답다."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바로 코 앞이다. 정부에서 과거에는 공식적으로 음력을 인정하지 않아서, 구정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 연휴였던 기억이 별로 없다. 추석 당일만 휴일이었다. 일반 서민들은 양력으로 설을 쇠기 보다는 구정을 지냈고, 설날과 추석에는 어른들로부터 양말이나 내복, 옷 등을 특별 하사품으로 받았던 기억이 난다. 가래떡, 시루떡, 만두, 녹두 지지미 등 명절 음식을, 연탄가스 마셔가며 밤새도록 만들었던 기억은 아스라해졌지만, 그 기억들이 아름답게 회상되는 것도 지나간 과거인 탓이리라. 만약 요즘에 그렇게 하라고 시킨다면. '미쳤어?' 하면서 싸우자고 대들 사람이 한둘이 아닐 거다. 행복했던.. 더보기
성공적으로 나이 들기 (8) ⑤ 의미의 수호자(Keeper of the Meaning) 베일런트 교수는, '다음 세대에게 과거의 전통을 물려주는 '의미의 수호자'가 되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말로 이 단계를 설명했다. 생산성이라는 전(前) 단계와 다른 것은 보다 너그러워진다는 것이다. 어느 편에 치우치기보다는 반대측의 의견이나 입장도 수용하는 태도를 취하며, 공정한 자세를 취하려고 노력한다. 이렇듯 삶에 대해 냉정하고 공평한 자세를 취하려는 것이, 노인들이 고집만 세고 완고하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변증법적 작용과 반작용으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넘어 사회적 지평을 확장하는데 관심을 쏟다보면, 반작용 또한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베일런트 교수는 레이건과 링컨 대통.. 더보기
성공적으로 나이 들기 (7) 베일런트 교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에릭슨 교수가 수립한 '성인발달과정' 6단계 개념을 구체적인 사례 연구로 실증했다. 책에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으나 책을 읽으면서 정체성은 20대에 어른으로 태어나는 과정이고, 친밀감은 20대 중반부터 배우자를 찾아가는 과정, 직업적 안정은 30대의 사회인으로서 정착하는 과정이라고 나름대로 정의해 보았다. (책의 한국말 번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단 책의 용어를 그대로 인용한다.) 이런 단계는 사람에 따라 나이와 상관없을 수도 있겠지만, 50세가 되어도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다음의 단계인 생산성은 40대, 의미의 수호자는 50대, 통합은 60대 이후에 나타나게 되는 과정이라고 판단했다. 이미 언급.. 더보기
잠 못 이루는 밤에 어제는 시리아와의 월드컵 예선전이 끝나고 나서 잠을 청했다. 90분 내내 이어지는 답답한 경기를 본 탓도 있겠지만, 10시 이전에 취침하는 나로서는 잘 시간을 놓친 탓에 쉬 잠들지 못했다. 게다가 잠이 들만 하면 왜~앵하는 모기 소리가 귓전을 맴돌았다. 이미 물렸는지 발가락 근방이 가려웠다. 할 수 없이 불을 켜고 모기 사냥에 나섰다. ◀ 전기 충격 모기채. AA 배터리 두 개가 들어가는 이 모기채는 한국살이의 필수품이다. 모기만 발견하면 백발백중이다. 전통적인 파리채로 잡다가는 벽지나 천정에 피가 번져 얼룩이 남는다. 아주 가끔이지만 지네 같은 벌레를 잡을 때도 유용하다. 흡혈로 통통해진 모기가 하얀 색 천정에 붙어 있으니 눈길 위에 떨어진 동백꽃처럼 눈에 확 들어왔다. 전기충격 모기채를 갖다대니 '딱.. 더보기
천수(天壽)를 누리면 행복할까? 인간이 육체적으로 최고조에 이르는 시기는 인종이나, 성별, 식성, 생활방식에 따른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20세에서 25세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물학자들이 포유류를 연구 관찰한 바에 의하면, 모든 동물은 신진대사가 가장 활발한 시점에 도달하는 시간의 다섯 배를 산다고 한다. 그 이론을 인간에게 적용하면 인간의 수명은 100~125세가 된다. 실제로 공식적으로 기록된 최장수 프랑스 할머니는 122세를 살았으며, 불가리아나 일본의 장수 마을에는 백세를 사는 노인들이 흔한 걸로 봐서 그럴 듯하다. 구약 창세기에는 노아가 500살에 아들을 낳고, 아브라함은 100살에 이삭을 낳았다고 기록하고 있지만, 설화일 뿐이지 학문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잔 칼망 할머니가 122세까지 살았고, 백세 노인이 흔해졌.. 더보기
성공적으로 나이 들기 (6) ① 정체성(Identity) 정체성을 갖게 되면서 부모와 갈등을 겪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고 난 후에 발생한 어떤 사건으로 인해 옳다고만 여겼던 부모님(엄마)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더 이상 부모님에게 얽매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경제적인 도움까지 회피할 수는 없었다. 성인발달연구 대상자들 중에 쉰살이 되었어도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이들은 부모에게 종속되어 살거나, 시설에 의존해서 삶을 이어갔으며, 친구관계도 끊어졌고, 일이나 사회생활, 취미 등 어느 곳에서도 성취감이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이민 1세들은 2세들의 정체성 문제를 도외시하기 쉽다. 살기 좋은 나라에 데려다 놓았으니 무슨 불만이 있겠느냐는 지레짐작이 앞서고, 언어문제도 .. 더보기
성공적으로 나이 들기 (5) ('Aging Well'을 한글로 어떻게 바꿀까 고민하다가, '성공적으로 나이 들기'가 가장 적합한 것 같아 바꾸었습니다. '잘 나이 먹기'로 직역하면 아무래도 이상한 듯해서 원제목을 사용했었는데, 영어 사용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50이 넘어 60대로 접어들거나 이미 접어든 사람에게 '성공적으로 늙어가기'보다 중요한 것은 없을 겁니다. 나이 드는 것도 억울한데, 최소한 '꼰대'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성장기의 성격이나 배움의 깊이 같은 사회 초년생들에게 중요하게 작용했던 요소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영향력이 차츰 줄어들어, 노후의 성공여부에는 관계가 없어진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내성적이고 소심했던 겁쟁이나 외향적이고 용감했던 사람이나 6~70대가 되면 별 차이가 없다는 .. 더보기
잡담한설(雜談閑說) - 15 ● 10 Life-Hacks You Need to Know for Summer! 오늘은 가벼운 소재를 글감으로 택합니다. 미국은 이번 주말 공식적인 여름이 끝나는 노동절(Labor Day) 연휴가 시작되겠네요. 미국의 공식적인 여름은 메모리얼 연휴로 시작해서 노동절 연휴로 끝납니다. 뉴저지에서 살았던 콘도 단지내 풀장도 이 기간에만 오픈했는데, 한 번도 이용해 본 적은 없습니다. 백인들만 썬그라스에 수영복을 걸치고 하얀 비치 의자에 길게 누워 일광욕을 하고 있는데, 그 사이에 끼어들기가 뻘쭘해서 솔직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 부에나팍 아파트에 살 때는 단지 내 풀장을 몇 번 이용했더랬습니다. 멕시칸들부터 한인들까지 다양한 인종들이 있으니 괜찮았던 겁니다. 인간이 워낙 소심해서 저만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