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비아그라 (최근 일주일 비아그라가 한국에서 화제에 올랐습니다. 청와대에서는 왜 비아그라를 구입했을까요? 발표한 대로 고산병 때문에 샀다는 말을 믿어야 할까요? 더군다나 여성이 대통령이니 안 믿을 도리도 없습니다. 아래 글은 2년 전에 썼던 '비아그라 이야기'를 토대로 수정한 글입니다. 글의 소재상 남성 성기에 관련한 단어가 사용되니, 다소 불쾌한 점이 있더라도 한심한 수컷들의 이야기로 치부하거나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과학적 이론이나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며 제 경험에 기초했기에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미국 이민생활 중에 몸 담고 있었던 회사가,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신약(New Drug)을 개발하여 식품의약 관리청(FDA)에 승인 신청할 때 수반되는 수많은 임상실험자료와 서류.. 더보기
탄핵정국을 보며 '대통령 탄핵'이라는 말을 처음 접한 것은,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 때문에 닉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던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유신의 서슬이 시퍼렇던 때라 그런 정도의 일로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기도 했다. 결국 닉슨은 탄핵받기 전에 사퇴함으로써 탄핵되지 않았고, 따라서 유죄판결도 피할 수 있었으며, 240년이 넘는 미국 역사상 아직까지 탄핵된 대통령은 기록되지 않고 있다. 십수 년 전 미국에 살면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기사를 접했으나, 한국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던 탓이었는지는 몰라도 '뭐 이런 걸 가지고 탄핵을 운운하나?'라고만 생각했다. 촛불집회를 하며 탄핵을 반대하는 민심을 도외시하고 국회는 탄핵을 가결했고, 그 여파로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 더보기
두맹이골목에서 6년을 제주에서 살았으면서도 이런 골목이 있는지 몰랐다. 마치 어릴 때 살았던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3가의 60년대 뒷골목과 흡사했다. 다른 것은 흙바닥이 아니라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라는 것뿐, 차 한 대 들어설 수 없는 좁은 골목하며 구불구불한 길도 먼 기억 속의 그곳과 아주 흡사했다. 다른 길과는 다르게 좁은 도로 한 가운데는 1미터 정도의 폭으로 주황색이 칠해져 있었으나 예사롭게 지나쳤다. 그러나 며칠을 근처에 머물면서 그곳이 관광코스라는 걸 절로 알게 되었다. 제주에는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사설 테마파크가 있다. 6~7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낯익은 장소와 소품들을 전시해 놓은 곳으로 당시의 향수를 달랠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꾸민 곳인데 반해, 이곳은 그 옛날의 모습을 자연적으로 간직한 곳이었.. 더보기
제주의 오랜 동네, 건입동 사람들 할머니 혼자 사는 집들이 많았다. 할아버지와 자식들을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같았다. 영감은 몇 년 전에 하늘나라로 갔고 자식들은 육지에 나가 산다는 답변이었다. 한 집에 수도계량기가 두 개 있는 집도 있었는데, 하나는 이층에 사는 아들 네 것이라고 했다. 그 아들네 식구들은 놀러가서 집에 없다고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혼자 살기에는 넓어 보이는 집도 있었고, 쪼개서 세를 준 것으로 보이는 집도 있었다. 집들은 대개 오래된 낡은 집이었다. 제주에서 태어나서 근처에 있는 국민학교를 1960년대 다녔다는 P에 의하면 원래는 초가집이었는데 나중에 슬래브를 치거나 기와를 얹어 고쳐진 집이라는 것이다. 제주 변두리 시골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돌담집도 곳곳에 보였다. 제주시 한가운데 있는 동네인데도. 그는.. 더보기
가을아침(秋朝)의 역설적 단상 드디어 약속한 일을 끝냈다. 장장 5주에 걸쳐 궂은 날을 제외하고 아침부터 어두워질 때까지 쉼 없이 케이블을 자르고 연결하는 단순한 일을 반복했다. 사실 육체적으로 고된 일은 더 이상 싫었다. 평상시 같으면 거절했겠지만, 한국을 방문했던 딸아이 부부가 돌아가고 난 후, 마음이 영 허전해서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잡념이 심했다. 책을 펼쳐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부질없이 불쑥불쑥 찾아드는 자책과 회한으로 괴로웠다. 그러던 중 제주에서 사귄 친구 P가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니 11월 말까지만 도와달라는 말에 전혀 망설임 없이 나섰다. 기대했던 대로 시간은 잘 갔다.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하는 일이지만 20가닥의 가느다란 통신선을 착오 없이 연결하는 일에 집중하지 않으면 실수하기 쉬웠으므.. 더보기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자! 기억 속에서 최초로 병원에 갔던 기억은 중3이다. 등교 길 만원버스에서 누군가의 구둣발에 발등을 밟혔다. 쓰리고 아팠으나 담임에게 말하고 양호실에 찾아 갈 용기가 없었다. 그깟 걸 갖고 그러냐는 핀잔을 받을 게 두려웠을 것이다. 그냥 지나친 발등은 날마다 무섭게 부어올랐으며, 결국 너무 붓고 아파서 신발을 신지도, 학교에 가지도 못할 정도까지 되었다. 동네 의원의 나이 든 의사는 엄마를 시켜 나를 꼼짝 못하게 붙잡게 하고는 마취도 없이 칼로 째고 피고름을 짜낸 뒤 심지를 넣고 상처를 싸맸다. 살면서 그보다 더 아팠던 기억은 없다. 교련시간에 뙤약볕 아래서 모의총을 들고 행군훈련을 하면서 쓰러질 것 같은 어지럼증을 느껴도, 쌍코피가 주르르 쏟아지고 교관으로부터 양호실에 가라는 말을 듣고서야 양호실이나 숙직.. 더보기
반동(反動)의 시대 살면서 옳다고 믿었던 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릇된 것으로 판명되곤 한다. 훌륭한 스승이라고 알았던 분이 나중에 보니 위선자에 불과했다는 것, 어렸을 때 세상에서 가장 아는 것이 많다고 생각했던 부모님이 실상은 무지한 분들이었다고 깨닫게 된다. 긍정에 대한 부정이다. 그러나 그 또한 바뀐다. 무지한 부모였을지 모르지만 자식들을 위해 헌신했던 훌륭한 분들이었음을 다시 인식하며, 부정에 대한 부정을 하게 된다. 250년 전의 독일 철학자 헤겔은 '긍정에서 부정, 그리고 부정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지는 인식의 변화를 변증법 이론으로 설명했고, 이를 나중에 후학들이 정(正)반(反)합(合)이라는 용어로 정형화했다. 헤겔은 만물이 끊임없이 변화함으로써 발전한다고 믿었다. 흐르지 않는 물이 썩는 것은 시간이 문제일.. 더보기
백인의 나라, 미국 설마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미국 대통령이 된 것이다. 힐러리의 당선을 결정적이라고 예측했던 세계적인 언론들과 정확하기로 명성이 높은 여론조사기관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그의 선거구호(Campaign Slogan)는 'Make America great again'이었다. 이는 36년 전 레이건 대통령의 슬로건이었던 'Let's make America great again'을 모방한 것으로, 우연찮게도 그들의 퍼스트 네임도 스펠링 하나('R'과 'D') 차이다. 그의 연설 때마다 반복하는 'America First(미국우선주의)'를 보고, 그가 당선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했었다. 베트남 전쟁부터 최근의 이라크 전쟁까지 미국이 참여하여 천문학적인 전.. 더보기
아버지의 손 아침에 일어나면 주먹이 쥐어지지 않는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뻑뻑해서 주먹을 쥐느라고 힘을 가하면 통증이 온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인지라 아침에 일어나서 밥 한 술을 뜨고 현장으로 나간다. 일이 복잡하거나 힘든 것은 아니다. 단지 바깥에서 아무 데나 땅바닥에 앉아 단순한 작업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눈대중으로 길이를 재고 손가락 두께의 케이블을 적당하게 자른 후 케이블 양 끝에 손바닥만 한 전자기기를 연결한다. 한쪽 끝은 대문 문패 근처에 나사로 고정시키고 다른 한쪽은 수도계량기 위에 실리콘 접착제로 부착한다. 케이블은 가급적 눈에 안 띄는 곳에 보기 좋게 고정시키고 난 후, 설치된 장치와 케이블을 단말기로 촬영하고 기기와 계량기 번호를 적은 스티커를 붙이면 끝나는 일이다. 물론 전체 기기가 제대로 설치.. 더보기
비정상 사람, 비정상 대통령 (이곳에 올릴 생각 없이 쓴 글입니다만, 오랜만에 블로그에 올린 글이고 최근에 글을 올리지 않아 가져왔습니다. 정치 관련 글에 식상한 분들은 백스페이스 키를 누르시기 바랍니다.) 1.지난 7월 한 사람이 흙으로 돌아갔다. 계절이 순환하듯 낳고 죽는 일이 자연현상의 일부이기는 하나, 사람의 일이기에 낙엽 지고 눈 내리는 것처럼 그렇게 대할 수만은 없다. 1947년생이니까 70세를 다 채우지 못했다. 담도암 진단을 받고 6개월 정도 더 살았을 뿐이었다. 나와는 스쳐 지나가는 정도의 인연이기는 해도, 전해 들은 고인의 인생만큼은 평범하지 않았다. 1960년대 군대생활 중 전우를 사망하게 하는 총기 오발사고를 냈다. 때마침 김신조 무장공비 일단이 청와대를 습격하는 사건을 겪었던 군은 두 가지 옵션을 제안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