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가짜 뉴스 (Fake News) (상) 10년 전 회사 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짝퉁시장을 간 적이 있다. 가짜 상품으로만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큰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여자 핸드백을 포함한 가방류, 시계, 보석, 장신구 같은 온갖 액세서리류, 아이팟 같은 전자제품류, 구두, 지갑, 벨트 같은 가죽제품류 등 몇 종류 되지 않는 상품들의 엄청난 양이 그 넓은 시장 골목골목과 빌딩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을 눈앞에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았다. 제대로 돌아보려면 하루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 중국지사에서는 젊은 여직원을 시켜 나를 안내하도록 했다. 키가 나와 비슷했던 그녀는 내가 관심을 보이면 나를 대신해 물건 값을 흥정했다. 주인이 3~4백 위안을 호가하면 무조건 백 위안으로 흥정을 시작했고 가격도 대충 그 근방에서 결정됐던 것이 .. 더보기
3월을 열며 일 년 열두 달을 4계절로 나누면 3개월이 하나의 계절이 된다. 일 년의 시작은 1월이지만 계절의 시작은 봄이고, 봄의 시작은 3월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늘날의 달력인 '그레고리력' 훨씬 이전에 사용하던 로마시대의 달력은 1년이 10 달이었으며, 실제로 밤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이 새해의 첫날이었다. 지구 온난화로 계절의 변화가 옛날 같지 않더라도, 우리에게 3월의 시작은 정초와는 다르게 또 다른 의미의 출발선이다. 새 책과 새 노트로 새 학년을 시작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일 수도 있을 테고, 뒷동산에는 진달래가 피고 동네 울타리에는 개나리가 흐드러져 세상이 화사한 색으로 치장하는 탓일 수도 있다. 어제 새벽에 만난 차가운 공기가 오늘이라고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텐데도, 오늘 새벽이 보다 .. 더보기
생각의 운동법칙(후) 누구나 인정하듯이 마음을 담는 그릇은 몸이다. 영어로 마음을 ‘Heart’라고 하는 것을 보면 신체 중에서도 심장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생각은? 누구나 알듯이, 머리다. 머리 중에서도 뇌가 생각을 담는 그릇이자, 생각을 작동시키는 엔진이다. 생각은 스스로 동작한다는 점에서 자동차와 논리적으로 흡사하다. 자동차의 엔진은 기름을 태워 움직이지만 생각은 보고 듣고 배워서 느끼고 기억한 것이 동력이 된다. 성능이 좋은 엔진은 몇 초 만에 일정 속도에 도달할 수 있는 것처럼, 머리가 좋은 사람의 지식도 보통사람보다 훨씬 앞선다. 성능이 좋은 자동차의 운전자는 사고를 낼 때도 타인에게 크게 피해를 준다. 좋은 두뇌를 소유한 마음의 의도가 불량할 때, 타인에게 주는 피해 역시 일반인과 비할 바가 아니다. 소년 .. 더보기
생각의 운동법칙(전) 생각과 마음은 같을까, 다를까? 영어단어로 바꾸면, 생각은 ‘Thinking’, ‘Thought’, ‘Idea’, 마음은 ‘Mind’, ‘Heart’이니까 다른 의미로 봐야 할 것 같다. 이성에 가까운 게 생각이라면, 마음은 본성에 근접한다고 하겠다. 인간이 태생적으로 선한 것인지 악한 것인지 논할 만큼의 지식은 없지만, 그런 게 있다면 그것은 마음일 것이다. 사람은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보고 들으면서, 생각의 폭과 깊이를 더하며 발전시킨다. 부모로부터 건강한 체질을 받고 태어나기도 하는 반면에,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병적인 유전인자를 받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약한 체질도 꾸준히 운동하고 섭생과 절제에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건강한 체질로 바꿀 수 있다. 타고난 마음이 성악설이나 성선설에 의한 것이.. 더보기
참척의 고통(慘慽之痛) 인간사에서 가장 큰 슬픔은 어떤 것일까?라는 물음으로 글을 시작한다. 유교문화권에서 농경사회를 살았던 우리 앞 세대는, 부모의 사망을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라는 의미의 천붕지통(天崩之痛)이라고 표현하여, 인생 최고의 슬픔으로 여겼다. 아버지로부터 전수받은 농경 지식으로 농사를 해서 먹고살았던 시대였으니 당연했다. 즉, 부모의 경험에 의지해서 씨를 뿌리고 추수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다가, 부모의 죽음으로 인해 스스로 식솔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으니 하늘이 무너진다는 표현이 과장만은 아니다. 어렸을 때 읽었던 무협지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로, 부모의 복수가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모를 살해한 원수를,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다는 불구대천(不俱戴天)이라며 최고의 무술을 연마한 후, 찾아가서 통쾌.. 더보기
좋은 담장이 좋은 이웃을 만들까? 담장은 사생활을 보호하고 사유 재산의 경계 표시입니다. 국경의 담은 국가 간의 경계를 표시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담은 내 재산의 경계 표시로 담을 쌓는 사람이 당연히 비용부담을 해야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멕시코와 국경의 담 건설비용을 멕시코가 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멕시코는 담이 필요치 않습니다. 국가 간 경제력 차이로 일어나는 인구 ‘삼투압’ 현상이 지속하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국경의 담이 의미 없다는 것은 캐나다와 미국 간의 담 얘기가 없는 것만 봐도 지극히 포퓰리즘 정책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담도 부족해 유리를 깨 담 위에 꽂아도 도둑은 넘습니다. 트럼프 같은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 것은 레이건 시대부터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폐해입니다. 자본주의의 단점인 부익부 빈익빈의 .. 더보기
내 아들은 비정규직 자식들이 모두 성인이 된 탓인지, 아니면 은퇴하고 아이들과 멀어져서 무기력하게 사는 자격지심 탓인지는 몰라도 아이들 눈치를 보게 된다. 너희들이 보고 싶어서 뉴저지에 가려고 하는데 언제가 좋겠느냐고 물어본 것도 그런 까닭이었다. 딸아이의 결혼식 때 갔다 오면서 남은 아이들도 곧 짝을 만날 걸로 생각했고, 어차피 그때 가면 될 걸로 생각했던 것이 벌써 4년이나 지났다. 그동안 미혼인 딸은 남자 친구를, 아들은 여자 친구를 만나 사귀는 것 같더니 헤어지고 말았다고 들었다. 4개월 전에 딸과 사위가 다녀갔지만, 그 아이들이 다녀간 이후로 마음에 구멍이 뚫린 듯 허전함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여행은 그때 가봐야지 알아요. 요즘 일이 많아지고 있어서요." 아들에게서 받은 카톡이다. 이번에 가면 아이들과 멀지 .. 더보기
반기문 씨에게 배우는 겸손의 의미 '겸손'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음(네이버 어학사전)'이다. 유사어로는 '공손', '겸양', '겸사', 반대말로는 '교만', '거만', '오만'이 있다. 영어에도 여러 단어가 있겠지만,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는 'humble'이다. 아이들을 키울 때, 직원들과 대화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였다. 말로 하기는 쉽지만 현실에서는 지켜지기 힘든 게 바로 "Be humble"이다. 내가 경험했던 이민사회도 그랬다. 낯선 타국에서 성인으로 만난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한국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 얼마나 대단했는지 과시하기 쉬었다. 묻지도 않았는데 S대를 나왔다고 말하든가, OO회사에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다든가 하는 식이다. 이민생활.. 더보기
정치와 종교 정치와 종교라는 토픽만큼 사람들 사이에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치열한 소재는 없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어느 커뮤니티에서나 이에 대한 글이나 토론은 웬만하면 자제하자는데 의견이 일치하는 이유다. 심지어 모처럼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날에도 정치 이야기를 피하는 게 좋다고 충고한다. 60대 이상의 부모와 자식 세대 간에 대화를 단절시켜 분위기를 망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정치적 인식이 높은 한국인이라 그렇다는 의견도 있지만 공감하지 않는다. 트럼프를 당선시킨 미국도, 극우세력이 득세하는 일본이나 서유럽의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갈등의 원인을 이해하기에는 정치보다 종교가 쉽다. 종교의 근간은 신앙이다. 믿는 사람이 없으면 종교도 없다. 2년 전 동남아를 여행했을 때 가장 특이했던 점은 대중적인 불.. 더보기
노무현과 트럼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처음 참가한 투표가 2008년 오바마가 출마한 대선이었고, 오바마는 그때까지 내가 선거에서 투표한 사람으로 당선된 첫 대통령이었다. 그 오바마가 오늘로 두 번의 임기를 끝내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다. 나는 그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금융위기 때 해고된 나는 평상시의 네 배가 넘는 장장 98주에 걸친 실업수당 덕분에 2년 동안 생계유지에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었다. 레이오프 전까지는 정치나 경제 같은 시사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탓에, 오바마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예상치 못한 실업자가 되어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기도 했지만, 미국의 금융위기를 가져온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궁금증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면서 시사에 관심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