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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잡담한설(雜談閑說) - 16

● 플라시보 효과 (Placebo Effect)


아다시피 플라시보는 가짜 약이다. 녹말이나 옥수수 가루를 알약이나 캡슐로 만들어 약처럼 겉모습만 위장한 것으로, 약 성분이 전혀 없는 플라시보가 환자에게 치료효과를 보이고 일반인에게 약리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은 의학계에서도 인정하는 과학아닌 과학이다. 실험에 의하면 알약보다는 캡슐이, 작은 것보다는 큰 사이즈의 약이, 싼 것보다는 비싼 약이 더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그뿐이 아니다. 심지어 실험대상자에게 포도당 성분 밖에 없는 가짜 약이라고 알려주고 나서, 복용시켜도 효과를 보인다는 실험결과는 흥미를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영국 BBC에서 제작한 방송을 보면서 나름대로 논리를 추론해 보았다. 분명한 것은 물리적인 약리 효능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100% 심리적 효과다. 자신을 위해 무언가 하고 있다는 자기 위안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즉 스스로에 대한 위로가 내적치료라는 커다란 효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논리를 행복이라는 화두로 넓혀보자.


행복에도 플라시보 효과가 있지 않을까.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면 내적위안이 되지 않을까. 실내에 우두커니 있는 것보다는 밖에 나가 밝은 햇살 아래서 심호흡이라도 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귀찮아서 움직이기 싫더라도 잠 안 오는 새벽녘에 억지로 누워있기 보다, 밖에 나가서 조깅이나 걷기를 한다면 자신의 몸에 도움을 주었다는 느낌으로 스스로에게 떳떳해서 하루 정도는 기분 좋게 지낼 수도 있다.


마시고 싶은 대로 마시고, 피고 싶은 대로 피고, 먹고 싶은 대로 배를 채운 다음에 후회하며 자신의 몸에 죄책감을 갖는 것은 정신적으로도 문제를 일으킨다. 참을 수 있으면 참은 다음날, '너, 참 잘했다!'라고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줄 수 있으면 플라시보 효과 덕분으로 건강이나 행복감이 몇 배나 증가할 것이 틀림없다.


▼ BBC 방송에서는 '기적의 약'이라고까지 명명했다.


▼ 플라시보는 약리효과는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약이다.


▼ 싸이클 국가대표 남녀 선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절반 이상이 플라시보 효과를 보였다. 기록단축이 생명과 같은 이들에게 0.1초의 단축이라도 무시할 수 없는 효과라고 한다.


▼ 플라시보 효과가 단순히 심리적 요인이라는 증거다.

● 최근 화제영화 세 편


지난 여름 한국의 극장가를 뜨겁게 했던 영화를, 주말과 어제 철이 지난 후에야 TV로 보았다. '인천상륙작전', '터널'과 '부산행'이 그것이다. 순도 100%의 주관적 감상평이다.


- 인천상륙작전: 1970년대 유신시절의 반공영화, 딱 그만큼 수준이었다. 국민학생 시절 반공만화를 보면 북한군은 늑대나 이리로, 한국군은 개, 고양이, 토끼 같은 짐승으로 곧잘 그려졌는데, 바로 그런 만화가 연상되는 내용이었다. '리암 니슨'이 캐스팅되었다는 유명세마저 없었다면 영화로서의 재밋거리나 어떤 교훈이나 메시지도 없는, 초등학생 수준에나 맞는 정도의 만화 같은 시간이 아까운 영화였다.


- 터널: 하정우의 무덤덤하면서도 사실적인 연기가 돋보였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세월호 사건을 연상케하는 안전불감, 부실시공, 전시행정, 엉터리 문서관리 등 한국의 총체적 부실에 대한 풍자였다. 그런 중에도 구조대장(오달수)과 작업반장(이름 모름)을 등장시켜, 이 나라, 이 사회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인가? 라는 물음을 메시지로 던졌다.


행사마다 나타나 브리핑을 받고, 립서비스를 하며, 기념사진이나 찍는 통에 구조만 더디게 하는 장관들은 이 사회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장관 역에 김해숙이라는 중견 여자배우를 기용한 것도, 세월호 사건 당시 팽목항에 나타나 립서비스와 9시 뉴스를 위한 촬영 연기로 일관한 박 대통령을 연상시키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느낌이었다.


- 부산행: 좀비라는 가장 비현실적인 소재로 만든 영화지만, 영화적인 재미만 따진다면 세 편 중에서는 단연 압도적이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같이 사는 방법 대신 혼자만 살려고 한다면 그것은 결국 다같이 파멸하는 길이라는 것으로 최근 남북관계가 연상되었다. 사고의 비약이 너무 심한지는 몰라도, 북한이 남쪽에 미사일을 쏘면 평양을 지도에서 사라지게 만들겠다는 국방부의 엄포는, 1994년 남북회담에서 북한대표 박영수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연상시켰다.


당시 북한의 NPT(핵확산금지협정) 탈퇴로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의 위기상황에서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미국 교포사회에서는 한반도 전쟁설이 급박하게 돌았다. 미국출장시 만나는 교포들에게서 '정말 전쟁이 날 것 같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었다. 상대가 한 대 치면, 나는 두 대 되받아 치겠다며 엄포하는 것이 한 나라의 국방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할 일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평양이 지도에서 사라지면, 서울은 아무 일 없이 지도에 그대로 자리하고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엄포라는 것은 아무 것도 할 방법을 찾지 못한 무능한 사람들이나 취하는 '립서비스'일 뿐이다. 1974년 북한대표 박영수처럼.


▼ 영화 '부산행'의 한 장면


● 우남찬가


내게 한국에 산다는 의미는 매일매일 코미디에 버금가는 재밌는 기사를 만난다는 것이다.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세상에서, 이렇게나마 소리 내어 웃을 수 있다면 이 또한 행복을 위한 '플라시보 효과'가 아닐 수 없다.


지난 3월 24일 '자유경제원'이라는 단체에서 개최한 '제1회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에 출품한 어느 청년의 '우남찬가'라는 제목의 시(詩)가 입선되어 포상금까지 지급받았다. 그런데 이글은 가로로 읽으면 이승만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듯한 글로 보이지만, 세로로 첫 글자만 모아놓으면, '한반도 분열 친일인사 고용 민족반역자 한강다리 폭파 국민버린 도망자 망명정부 건국 보도연맹 학살'이란 전혀 엉뚱한 내용이 되었다.


뒤늦게 이것을 인지한 주최측에서 25세 청년을 고소했으나, 경찰과 검찰에서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고소를 각하처분했다. 출품자의 심오한 의도(?)를 읽어내지 못한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탓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고소하여 국가 행정력을 낭비시키는 한편, 망신까지 곱배기로 당해야 했다. 그럴 정도니까 이승만을 미화하는 행사를 기획한 것이라는 생각은 사이다 같은 시원한 맛이었다.(관련기사)


▼ 문제가 된 출품작 전문

우남찬가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 자유당 시절 이승만 대통령을 미화하고 찬양하는 행사. 동서고금을 통털어 역사적으로 스스로 미화해서 추앙받는 진실된 위인이 있었을까? 정말 진정한 위인이라면 이런 짓거리 없이도 개·돼지(?)의 동물적 감각으로 개·돼지들 같은 민중들이 알아서 섬길 것이다. 김일성이나 김정일 같은 최악의 독재자가 아니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