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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천수(天壽)를 누리면 행복할까?

인간이 육체적으로 최고조에 이르는 시기는 인종이나, 성별, 식성, 생활방식에 따른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20세에서 25세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물학자들이 포유류를 연구 관찰한 바에 의하면, 모든 동물은 신진대사가 가장 활발한 시점에 도달하는 시간의 다섯 배를 산다고 한다. 그 이론을 인간에게 적용하면 인간의 수명은 100~125세가 된다. 실제로 공식적으로 기록된 최장수 프랑스 할머니는 122세를 살았으며, 불가리아나 일본의 장수 마을에는 백세를 사는 노인들이 흔한 걸로 봐서 그럴 듯하다.

 

구약 창세기에는 노아가 500살에 아들을 낳고, 아브라함은 100살에 이삭을 낳았다고 기록하고 있지만, 설화일 뿐이지 학문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잔 칼망 할머니가 122세까지 살았고, 백세 노인이 흔해졌다고 해서 누구나 그렇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은, 로또에 당첨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로또에 당첨되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20대가 육체적 능력의 최고점이라고 하더라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독립해서 스스로 살아갈 때까지 보살펴야 하는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노화과정은 서서히 진행된다. 모든 생명체의 첫 번째 본능이자 의무이기도 한 종족보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조물주의 섭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무가 끝날 즈음 생명체는 노화가 보다 빨리 진행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여성은 폐경이, 남성은 성욕의 감퇴를 동반하는 갱년기가 나타나고 생전 처음 경험하는 여러 증상들이 찾아온다.


노화가 죽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갱년기를 지난 사람들은 날마다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더라도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여자들이 남자보다 수명이 긴 것도 할아버지보다는 할머니가 손주들을 보살피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학설이 있다. 그 증거로 수컷이 자손을 돌보는 어떤 원숭이 종의 경우에는 암컷보다 수컷의 수명이 길다는 것이다. 이런 진화인류학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자연이 그 종족이 잘 보존되도록 의도한 설계는 인체의 구조만큼이나 정교하다.

 

마치 오래 사는 것이 큰 성공인양 보도하는 것을 매스컴에서 자주 본다. 동시에 폐지를 수집하거나, 이른 아침부터 500원짜리 동전을 나눠주는 종교기관을 순례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노인들이나, 또는 고독사로 사망한지 몇 달이 지나 부패한 시신이 발견되었다거나, 자살하는 노인들의 소식까지 자주 접하면서 모순됨을 느낀다. 오랜 시간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과연 복()이고 성공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삶은 질이 중요하지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행복이라는 삶의 목적과 즐거움이라는 삶의 수단을 생각하면 보다 명확해진다. 주어진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일찍 사망하는 원인을 유전병이 없는 한, 자연의 섭리를 따르지 않는 것에서 찾는다. 술과 담배, 스트레스와 분노, 과식과 운동부족 등이 원인이 되어 노화가 빨리 진행되거나 신진대사의 조화가 깨져 병에 걸리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스트레스를 피하기가 어렵고, 바쁜 사회생활을 병행하면서 술·담배를 멀리하기도 쉽지 않으며, 제 때의 식사나 운동을 적당하게 한다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불가능에 가깝다. 아니 그것보다도 장수를 목적으로 온갖 즐거움을 도외시하고 절제와 고행만 해야 한다면 나는 차라리 일찍 졸하는 것을 택하겠다. 평범한 인간의 인생은 그런 것 아니겠는가.

 

따라서 얼마나 오래 살까?’ 라는 질문은 언제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갈까?’ 라는 물음으로 바뀌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이다. 로또에 당첨되는 행운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잔 칼망 할머니처럼 오래 살게 될 거라는 요행을 바라지 않는다면, 확률과 통계를 통해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 4년 전 통계임을 감안해도 요행을 바라지 않는다면, 불행하게도 우리 카페 분들의 건강수명은 많이 남았다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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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명 건강수명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60세 남자라면 앞으로 21.5년을 살되, 그중에 9년 가까이는 병치레를 경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건강하게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은 10년 정도다.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이삼일 앓다가 죽는다는 속어)를 소망한다고 해서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일 뿐이다.






◀ 미국이니 캐나다에 사는 분들은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의외로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나 미세먼지가 어떻고 떠들어도, 매스컴에서 요란을 떠는 것만큼 심각하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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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산마다 주말에 넘치는 인파들이 건강에 대한 우리 민족의 열정을 증명한다. '제주아톰'님의 증언에 의하면, 스위스에서 온 전문가 수준의 산악인이,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윗새오름(제주 한라산 인근의 고도 1,700m 고지)까지 오르는 초등생들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한국의 건강검진 시스템은 일본 것을 대부분 답습했다는 것은, 한국이 일본과 함께 높은 순위에 있는 원인일 것이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세기까지만 해도 미국인에 뒤졌으나,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역전되었음을 통계가 나타낸다.

예로부터 장수는 오복(五福)의 으뜸으로 간주되었다. 중국 유교의 5대 경전 중 하나인 서경(書經)에는 수(壽)를 오복의 첫째로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장유유서가 사회의 규범이었던 봉건사회에나 가능했다. 현대는 노인들이 오래 살면 연금으로 세금이나 축내는 기생충(?) 정도로 여기는 세상 아닌가. 선진국 어느 나라든 연금 수령시기는 늦추고 혜택은 축소하려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는 추세다.


어디선가 보았던 신(新) 현대판 오복은 이렇다.


첫째가 건강한 몸을 갖는 것. 둘째는 서로 배려하고 아끼는 친구 같은 배우자, 셋째는 자식에게 기대지 않아도 될 만큼의 재산, 넷째는 삶에 보람과 활력을 주는 적당한 소일거리, 마지막으로 나를 인정해주는 친구다. 바로 '건처재사우(建妻財事友)다. 전근대적 사고와는 달라서 장수(長壽)는 언급되지 않는다.


오래 사는 것은 더 이상 복이 아니며 인생의 성공과도 거리가 멀다. 그래도 장수가 성공의 요인인양 매스컴에서 취급하는 것은 의료기관과 건강식품 업계의 마케팅에 지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평균 9년이나 되는 병치레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가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 다행인 것은 통계는 통계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다. 남은 인생을 행복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래서 매일매일 보람과 즐거움을 추구한다면 2~30년 후에는 성공한 인생을 수확할 수 있을 걸로 확신한다.



<후기>

이글은 어느 분이 작성한 댓글을 보고 글감을 떠올렸습니다. 120살을 상수(上壽)라고도 하지만 천수(天壽)라고도 한답니다. 현대과학이 없던 시대의 선조들도 이미 하늘이 내려준 수명은 120살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천수를 누린다는 것은 로또를 두 번 연속으로 맞히는 것보다 확률적으로 적을 것입니다. 아래에 나이에 따른 별칭을 첨부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