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제주를 걷는다. (2013년 3월 18일) - 건방지거나 오만한 마음이 내게 있었던 것 아닐까? - 미국에서 살았었다는 쓸데없는 자부심으로 한국의 자연경관을 무시하고 가소롭게 여기는 교만함이 있었나? -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좋은 곳을 지척에 두고 3개월이 넘도록 몰랐을까? 올레길 8코스를 다녀온 후 내 자신의 교만을 반성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미국에 살았을 때도 기회만 있으면 여행을 즐겼다. 비행기를 타거나 10시간씩 운전해가며 며칠씩 걸려 엘로우스톤이나 로키마운틴을 갔었고 싫다는 아이들을 끌고 산으로 바다로 다녔다. 20시간을 운전하여 플로리다 올랜도를 아이들이 어렸을 때 다녀온 적도 있다. 그런데 제주에서는 한 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이렇게 멋진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도 지금까지 찾아보지 않은 .. 더보기
포기도 용기다. (2010년 10월) 몇 년 전 시민권 준비할 때 배운 것이 있다. 행복추구(Pursuit of Happiness)가 생명(Life)과 자유(Liberty)와 함께 인간이 갖는 3대 기본권리라는 것이다. ‘행복추구’라는 단어가 강렬한 느낌으로 깨달음을 주었다. 인간이 일상에서 하는 모든 생각과 행동은 행복추구가 그 목표다. 어떤 이는 도박을 할 때 행복을 느끼기에 폐창가를 찾고, 라스베가스에 가서도 사진 한 장 찍지 못하고 갬블만 하다 온다. 술을 찾고 마약을 하고 돈으로 여자를 사는 등, 행복을 위해 잘못된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행복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때 사람은 절망을 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행복을 위해 정든 고향과 형제와 친구 그리고 고국을 떠난 사람들도 있다.. 더보기
미국은 왜 강한가? (2011년 3월) 미국에 사는 동안 항상 궁금했던 것이 '왜 미국은 강한가?'였다. 넓은 국토, 성숙한 민주의식, 프론티어 정신, 평등한 교육제도 등을 생각해 보았지만, 세계에는 그 비슷한 나라들도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되어 정답은 아닌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부정적인 측면들이 더 많았다. 각각의 나라에서 온 온갖 종류의 인간들이 모여 사는 곳, 매사에 느려터진 일처리, 인건비는 택도 없이 높고, 각종 규제와 오버헤드는 왜 그리 많은지. 백만 밖에 살지 않는 주나, 몇 천만명이 사는 주나 똑같은 수의 상원의원을 뽑는 불합리한 선거제도와 비합리적인 대통령 선거제도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유대인 편에 서서 세계평화를 무력으로 다스린 아버지 부시에 이어, 911 원인을 제공한 아들 부시까지 대통령으로 두 .. 더보기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다 (2011년 3월) 나는 왜 한국을 떠났을까? 14년 전의 한국에서 지냈던 날들을 돌이켜 본다. 지금은 ‘신들도 다니고 싶은 직장’이라고 불리는 곳을, 당시에 나는 못 견딜 정도로 힘들어 했었다. 한 두 장의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밤을 새웠고, 일이 없어도 윗사람의 눈치를 살펴가며 퇴근시간을 정했다. 1980 ~ 1990년대의 한국은 권모술수가 판을 치고, 일을 하기 위해 돈을 주고 받는 일이 당연시되었으며, 그런 돈으로 사회 전체가 흥청망청 되던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88 올림픽이 끝난 후 고속으로 성장하는 사회분위기 탓도 있었겠지만, 군사독재가 끝나고 문민정부가 들어선 탓인지 잔치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어 모든 부문에서 팽창에 팽창을 거듭했다. 민간회사는 물론 국영기업에서도 자회사를 만드는 등 몸집을 .. 더보기
미국의 실업문제를 생각해 본다. (2011년 3월 15일) 어떻게 하면 이익을 극대화하는가? 하는 문제는 모든 회사와 경영자의 최대 과제이자 고민거리이다. 생산성 향상, 경영 효율화, 능률 극대화, 경비절감 등의 보기 좋은 구호들은 결국 이익을 어떻게 하면 극대화하는가 하는 문제로 경영자가 현재의 이익에 만족을 못하여 임직원들을 쥐어 짜겠다는 뜻이다. 내가 다니던 회사도 매출대비 이익이 줄어들자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이익극대화 혹은 생산성 향상이라는 문제에 매달렸다. 직원교육 강화, 경비절감, 인턴제 확충 등의 여러 가지 방안이 논의되었지만 크게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해외지사 설립에 눈을 돌렸다. 한국, 중국, 인도, 필리핀 등이 거론되었으나 최종적으로 중국이 결정되었다. 한국은 이미 인건비가 너무 높았고, 인도는 인프라가 부족했고.. 더보기
이사하기 (2011년 3월 7일) 미국은 수입을 하는 나라지 더 이상 수출하는 나라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화물선과 화물비행기는 가득 차서 들어오지만, 미국에서 나가는 배가 비행기는 많이 빈다고 합니다. 미국이 그만큼 수입을 많이 하는 덕에 천문학적 무역수지 불균형을 이루는 것이고 다른 나라는 미국인의 광적인 소비 덕분에 국가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지요. 우리나라가 그랬던 것 처럼. 얼마전 중국이 일본을 제쳐 미국 다음의 경제규모를 갖게 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2010년 GDP가 5조 9천억 달러로 5조 5천억 달러인 일본을 제쳤다고 합니다. 미국은 15조 달러가 넘지만 15년 후에는 중국이 미국도 추월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야기가 딴 곳으로 흘렀는데, 이 덕분에 .. 더보기
생활비를 따져본다 - 식비: 40만원, 주당 10만원 - 각종 공과금: 30만원 o 전기: 5만원 o TV, 인터넷, 전화: 5만원 o 휴대폰 2대: 5만원 o 의료보험: 5만원 o 가스 및 난방비: 10만원 - 자동차: 15만원 - 외식, 취미, 세금 및 기타: 15만원 이렇게 해서 두 내외가 생활하는데 월 100만 원 정도의 생활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3달에 가까운 한국생활에서 얻은 결론이다. 물론 이것은 내 경우라는 조건이 붙는다. 생활비야 그 수준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를 수밖에 없겠으나, 일정한 직업이 없는 50대 실업자가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리 궁색한 티를 내지 않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항목에는 설명이 필요하다. 식재료는 비싼 물가 때문에 미국에서처럼 풍족하게 구입하기는 힘들다. 미국처럼.. 더보기
의료보험 이야기 (2011년 2월) - 보험은 오늘부터 적용됩니다. - 이달부터 만 원 정도 추가되어 5만 2천 원 가량의 보험료가 청구될 겁니다. - 선생님은 사모님 동거인으로 적용이 되기 때문에 덕을 보는 겁니다. 혼자라면 외국인이기 때문에 8만원이 넘습니다. - 병원에 갈 때는 보험카드를 가급적 소지하셔야 합니다. 일부 병원에서는 컴퓨터에 안 뜰 수가 있거든요. - 보험수가는 일 년에 한번 11월에 조정이 됩니다. 12월에 집을 구입하셨기 때문에 현재는 무주택자로 지역보험에 해당이 됩니다. 집을 파신 분이 보험료를 조정해 달라고 요청을 하게 되면 보험료가 오르게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금년 11월부터 적용됩니다. - 선생님은 외국인이기 때문에 자동으로 주소가 옮겨지지 않습니다. 만약 이사를 하게 되면 반드시 이곳 공.. 더보기
제주를 배운다 (2011년 2월) 미래는 주춤주춤 다가오고, 현재는 쏜살같이 지나간다. 그리고 지나간 과거는 항상 아름답다. 어디에서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중고등학교 때부터 외우고 다니던 싯귀의 일부분이다. 방 한 칸에서 다섯 식구가 살았다. 겨울이면 창호지 미닫이 방향 윗목에 둔 걸레가 꽝꽝 얼었다. 방안에서도 입김이 하얗게 뿜어져 나왔고, 밤중에 오줌을 싸기 위해 요강 앞에 무릎을 꿇고 뚜껑을 열면 살얼음이 보이기도 했다. 모두들 잠든 한 밤에 잠든 동생들 발치에 자리 잡고, 저녁식사 때 사용했던 밥상 앞에 책상다리 하고 앉아 담요를 뒤집어 쓴 채 밤새 시험공부 하던 중학생 시절의 모습이 가끔 떠오른다. ‘아이고, 내 새끼! 이태까지 공부했어? 잠을 좀 자둬야 학교에 가지?’ 새벽에 일어난 어머니가 얼른 .. 더보기
물가를 비교한다 (2011년 2월) - 어이구, 친구야! 오랜만이다. 잘 지냈나? 웬 일이냐? 5일장엘 다 나오고. - 진짜 오랜만이다. 장사는 잘 되냐? -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5십만 원 주고 갈치 13마리를 사서 구색을 갖춰 놓았거든. 한 마리에 5만원씩 팔고 있는데 한 마리도 못 팔았어. 명색이 생선가겐데, 갈치 없이 장사할 수도 없고. 제주 오일장을 둘러보는 중이었다. 특별한 일이 있어 오일장을 간 것도 아니고, 집사람을 따라 나선 것인데 이리저리 서성대며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내겐 흥미롭다. 2일, 7일은 제주에서 4일, 9일은 서귀포에서 장이 선다고 한다. 한겨울의 차가운 공기와 함께 살포시 비린내를 풍기는 생선지역으로 들어섰다. 바둑판처럼 좌판을 진열하고 그 사이가 통로다. 좌판 안쪽으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