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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한국인과 추악한 한국 (2011년 7월 6일) - 딴 짓을 하고 다른 생각을 하면 그만큼 다른 선수들에게 뒤쳐질까봐 축구 이외의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이 낳은 축구 천재 박지성이 '다큐멘터리 3일 - 베트남 자선축구경기'에서 한 말이다. 그가 괜히 축구를 잘하는 것이 아님을 이 한마디의 말이 웅변하고 있다. 박지성 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한국인들은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수영이나, 피겨 스케이트, 골프같은 선진국형 부르조아 스포츠 분야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우리 세대에서는 언감생심이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이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김기수가 프로복싱 세계 타이틀을 땄을 때, 중계하는 아나운서도 울고 라디오를 듣는 우리도 가슴 벅찬 감동으로.. 더보기
초보 역이민자의 소일거리 (2011년 7월 6일) - 앞으로 30년은 더 살아야 할 텐데 뭐하고 지낼려구? - 야, 제주는 70이 넘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야. 거기는 할 일이 없어. 뭐하고 살려고 하니? - 사람은 일이 있어야 살 수 있는 거 아냐? 돈이야 벌지 않는다고 해도 소일거리는 있어야지. 아무 것도 안 하고 어떻게 살려고 해.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국에 돌아와 제주에 살면서 가장 많이 듣고있는 이야기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아니, 다 맞는 이야기이어서 이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걸렸고, 아무 대책이 없다는 게 창피하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월은 흘러 6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금년도 상반기를 끝내고 하반기로 넘어가서 7월이다. '소일거리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걱정말고 오라'고 했던 동서의 말도 내게는 해.. 더보기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 (2011년 6월 21일) 60년대 말이었던 것 같다. 내가 소년시절을 보낸 경기도 고양군 신도읍 화전리(지금의 고양시) 마을에 가끔 가설극장이 들어왔었다. 가을 추수가 끝나 텅빈 논밭 공터에 커다란 천막이 쳐지고, 영화 포스터가 동네 담벼락에 붙었다. 영화는 보고싶고 돈은 없으니 부모님을 하루종일 조르다 안 되면 동네 개구장이들과 몰래 들어갈 궁리를 하기도 했던 기억이 아스라하다. 엄마 조르기에 성공해서 돈 내고 들어가 보았는지, 아니면 실패해서 몰래 텐트 한 귀퉁이를 들추고 들어가 보았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땅바닥에 펼쳐진 가마니 위에서도 세상 어느 누구 부럽지않게 행복하게 본 영화가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였다. 넓다랗게 펼쳐진 흰 천위에 대한뉴스가 나오기 시작하면 어린 가슴은 기대와 행복감으로.. 더보기
한국, 믿지 마세요! (2011년 6월 16일) 나무 몇 그루를 보고 숲을 판단할 수는 없다. 썩은 나무 몇 그루를 보고 숲 전체가 썩었다고 판단하는 것도 큰 잘못이지만, 역으로 보기좋은 숲을 보고 그 곳의 모든 나무가 건강하다고 믿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내가 썩거나 병든 나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느 곳에 병든 나무가 있는지, 햇빛이 잘 드는 곳이 어딘지 알 필요가 있다. 고달픈 이민생활을 끝내고 편안하고 고향 같은 고국에서 여생을 보내기 위해 귀국했다가, 사기에 걸려 재산을 잃는다거나, 오랜 해외생활로 한국을 잘 모르고 타성에 젖어 실수를 하게 되면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그래도 약자인 서민을 보호하는 법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곳이지만, 한국은 아직도 그렇지 못한 곳이다. 어제 방영된.. 더보기
제주를 흉보다. (2011년 3월) - 제주사람들이 외지인을 말할 때 ‘육지사람’이라고도 안 해요. ‘육지 것’들이라고 하지요. - 외지인들이 음식점을 차리면 아무리 맛있어도 제주사람들은 절대 안 갑니다. 결국 음식점 차린 사람은 문 닫을 수밖에 없어요. 그만큼 배타적입니다. - 제주사람들에게는 쉽게 마음을 주지 마세요. 나중에 상처 받습니다. 그리고 말조심해야 합니다. 외지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과장해서 말을 옮기기도 하고 쉽게 삐지기도 합니다. - 외지인들에게는 많이 불친절합니다. 손님에게 웃음을 보이기는커녕 사기 싫으면 관두라는 식입니다. 이곳에 왔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과 충고들이다. 한국사람들이 지역에 따라 차별을 많이 한다고 해도 듣기에 따라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비슷하지 크게.. 더보기
두 죽음 제주에 살면서 알게 된 두 분이 금년에 운명을 달리했다. 그 분들은 제주에서 은퇴생활을 하는 동서 형님을 통해서 알게 된 분들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집들이 행사에 참석하시기도 했고, 노래방에 같이 가서 흥겨운 시간을 갖기도 했었다. 44년생인 남자 분은 젊었을 때, 제주로 내려온 분이다. 돈이 꽤 든다는 ○○ 향우회 지역 회장을 맡을 정도니까, 젊었을 때는 소위 한 끗발(?) 하신 분인지도 모르겠다. 지역 건설회사에서 일하다가 은퇴하신 분으로 자식들도 다 여위고 대여섯 살 차이 나는 부인과 살았다. 향우회 지역회장 취임식 때는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에피소드도 있을만큼 술도 좋아했다. 노래방에서 그 분의 애창곡은 '천년을 빌려준다면'이었다. ♪어느 날 하늘이 내게 천년을 ♪ 빌.. 더보기
장수(長壽)와 건강 2011년 세계은행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인의 평균기대수명은 2010년 80.8세(여자 84세, 남자 77.2세)로 1980년의 65.7세(여자 70세, 남자 61.7세)에서 30년 만에 15년이 늘었다.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전쟁과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여자가 남자보다 7~8년 이상 오래 산다고 통계는 말한다. UN이 2008년에 발표한 세계인구현황 보고서를 보면 세계 평균수명이 67.6세인데 반해, 일본이 82.7세로 1위, 한국은 79.4세로 27위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는 영국(26위, 79.4세)과 미국(28위, 79.2세)의 사이로 큰 차이는 없다. 북한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129위지만, 67.3세로 예상보다는 높은 편이고, 최악의 국가는 아프가니스탄으로.. 더보기
속고 속이는 세상 (2011년 6월 8일) - 우리는 그런 짓 안 합니다. 그런 것을 샀으니까 그런 걸 보낸 거지요. ○ 아니, 내가 선물로 산 건데, 그런 형편없는 물건을 샀단 말이에요. 내가 산 건 보기 좋은 한라봉이었다구요. 내가 얼마나 망신을 당한지 아세요. - 하여튼, 우리는 그런 짓 안 합니다. ○ 알았어요. 그럼, 이곳 시장관리사무소에 이야기 하지요. 제주에서 제일 큰 재래시장이 탑동 중앙로 오른편에 있다. 제주의 명동으로 가장 번화하고 오래된 길인 중앙로 끝자락에 자리한 동문시장이 그곳이다. 지난번 제주에서 은퇴생활을 할 생각으로 집을 사러 왔던 집사람 친구 부부와 같이 동문시장에 들렸다가 과일가게에서 한라봉이라는 밀감을 사서 서울로 택배로 보낸 적이 있었다. 한라봉, 천혜향 등은 일종의 개량품종의 귤로 '.. 더보기
Capitalism: A Love Story (2011년 6월 4일)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며 제작자인 마이클 무어는 조지 부시를 반대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Fahrenheit 9/11'이란 영화를 제작하여 부시가 얼마나 무능하기 짝이 없는 인물인지 웅변했고, ‘SiCKO'라는 영화로 미국의 의료보험제도의 모순을 지적했다. 그가 2009년에 제작한 'Capitalism: A Love Story'라는 영화가 있다.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모든 사람들이 신봉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심각한 문제점으로 경제에 문외한인 내가 그의 이야기가 맞는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미국을 좀 더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다. 상위 1%가 가진 부가 하위 90%가 가진 것보다 많다는 미국의 자본주의를 가지지 못한 자의 입장에서 본 이 영화는 꽤 유명한 화제의 작품으로 감상 소감.. 더보기
한국에서 병원가기 2 (2011년 6월 11일) 대장 내시경 예약일 이틀 전부터 병원으로 부터 Appointment Remind를 위한 문자 메세지가 왔고, 당일인 6월 1일에는 전화로 오늘이 검사일임을 알려왔다. 사전 지시된 대로 전날은 가볍게 먹고 저녁은 흰죽으로 식사를 한 후, 아침부터 가루약을 500ml 물에 타서 8번을 마시면서 뱃속에 들은 것을 다 쏟아내었는데, 옛날에 했던 경험에 비하면 훨씬 쉬웠다. 약속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했으나, 간호사는 검사실로 바로 가라고 했다. 검사실로 들어서자 바로 뒤가 터진 환자복을 건네며, 바로 누우라고 한다. 기다리고 뭐고 잠시 앉아서 기다리는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은 급한 성질에는 '딱'이다. 지난 번 진료했던 젊어보이는 의사가 들어서며, ' 불쾌감이 드실 겁니다. 많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