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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나은 세상을 위하여

위대한 한국인과 추악한 한국

(2011년 7월 6일)

 

-  딴 짓을 하고 다른 생각을 하면 그만큼 다른 선수들에게 뒤쳐질까봐 축구 이외의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이 낳은 축구 천재 박지성이 '다큐멘터리 3일 - 베트남 자선축구경기'에서 한 말이다.

그가 괜히 축구를 잘하는 것이 아님을 이 한마디의 말이 웅변하고 있다.

박지성 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한국인들은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수영이나, 피겨 스케이트, 골프같은 선진국형 부르조아 스포츠 분야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우리 세대에서는 언감생심이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이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김기수가 프로복싱 세계 타이틀을 땄을 때, 중계하는 아나운서도 울고 라디오를 듣는 우리도 가슴 벅찬 감동으로 흐느꼈다. 어렸을 적, 여자농구가 공산국가에서 열린 세계대회에서 은메달을 확정지을 때,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 기뻐하십시오!'하던 중계 아나운서의 감격에 겨워 울먹이던 목소리가 그래서 지금도 귓전에 살아있다.


조오련씨가 아시아 게임에서 딴 금메달이 몇 달 동안 영화를 볼 때마다 봐야했던 대한뉴스를 장식하기도 했다.

30년 전 우리가 꿈도 꿀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 현실로 나타나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6, 70년 대의 학창시절을 기억에서 꺼내본다.


60년대 국민학생 시절에는 미국에서 준 원조물자로 생계를 이었다. 딱딱한 우유덩어리에 침을 묻혀 깨먹었고, 성조기와 태극기가 표시된 두 손이 악수하는 모습이 인쇄된 포대에 담긴 원조 밀가루로 수제비를 만들어 끼니를 때웠다. 잘 부러지지 않는 노란색의 미제 연필은 최상의 필기도구였다.


조금 커서는 탐 존스, 잉글버트 험퍼딩크, 클리프 리차드와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를 따라 불렀고, CCR, Deep Purple, Bee Gees의 음악에 친구들과 몸을 흔들어 댔다. 다방에 가면 으레 그런 노래를 신청했고 따라 불렀다. 뜻도 모르고 가사를 외워 흥얼댔고, 남진, 나훈아는 천박한 가수로 생각했었다.


보난자, 도망자 같은 TV 시리즈가 인기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존웨인이 등장하는 서부극을 보려고 '주말의 명화' 시간을 일주일 동안 기다렸고, 잘 나오지도 않는 'AFKN(American Forces Korean Network)'을 통해 미식축구와 미대학 농구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


알게 모르게 미국식 사고와 문화를 접하면서, 조상들의 사대주의 대상이 중국에서 우리 시대에 미국으로 바뀌어갔다. 그리고 그런 사대주의가 의식의 밑바닥에서 작용하여 이민이라는 것을 선택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당시에 우리는 공부 외에는 다른 일은 할 수가 없었다. 운동을 한다고 하면 미친놈 소리를 들었고, 기타를 배우려 한다든가 하면 부모에게 치도곤을 당했다. 예체능계를 지원한다는 것은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나 하는 짓이었다. 오죽하면 예체능계를 지원하는 학생들은 예비고사(지금의 수능)를 따로 지원했었겠는가! 하긴, 교대나 사범대도 공부가 쳐지는 친구들이 가는 곳이었음을 부인할 분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 세대가 타고난 '끼'를 감추고 억누르며 살았던 것에 비해 지금 세대는 아니다. '끼'를 발휘할 기회조차 부모로부터 사회로부터 박탈 당했던 전세대에 비해 지금의 세대는 약간의 '끼'만 보이면 응원을 보낼 뿐아니라 멍석도 깔아준다. 부모들이 자신들이 하고싶은 것을 마음껏 하지못한 한을 자식들에게 푸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 그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거기다 한국인의 타고난 우수성과 최고가 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승부욕이 보태져서 박지성, 김연아, 박태환 같은 아이들이 생겨나는 것은 아닐까?


그들뿐이 아니다.

말 난 김에 한국이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야를 살펴보자.

미국에서 TV하면 SONY를 떠올렸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어떤가?

TV뿐 아이라,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가전제품부터 셀폰, 자동차, 조선, 철강에 이르기까지.


한국이 전 세계 비보이 메카라고도 한다. 비보이를 한국의 젊은이들이 휩쓸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한다. 비보이를 한다고 하는 전세계의 젊은이들은 그래서 한국을 동경하고 있다고 한다. 마술도 한국이 몇 년째 세계를 석권하고 있다고 전한다. 데이빗 카퍼필드같은 세계적인 마술사가 나오는 것도 시간문제다.


머리좋은 놈은 노력하는 놈을 당할 수 없고, 노력하는 놈은 재미있어 하는 놈을 당할 수 없다.


한국에 와서 못마땅한 게 있었다. TV만 틀면 어느 프로그램에도 나오는 아이돌 스타라는 아이들이다. 계집아이처럼 생긴 사내 아이들과 그만 그만하게 생겨 누가 누군지 구분이 되지 않는 여자 아이들이 떼로 나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개인적으로 생리에 맞지 않아 비호감이며 이해가 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전세계에 K-POP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물론, 중국과 일본을 휩쓸고, 남미와 유럽의 젊은이들까지 점령당하고 있다. 프랑스의 십대들이 이들의 노래를 한국말로 따라 부르고, 한글로 쓴 플랑카드를 열심히 흔들어 대고 있는 것이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믿을 수 없는 일들이 현실이 되었다.

비틀즈의 고향 유럽에서 파란 눈의 소년들과 금발의 소녀들이 한국말로 한국노래를 따라 부르다니...


소질이 있는 아이들을 일찌감치 발굴하여 3년에서 7년을 강훈련 시킨다고 한다. 합숙 하며 하루에 너댓 시간씩 자고, 노래와 춤은 물론 외국어와 매너까지 배운다고 하는데, 재미가 없다면 그토록 오랜 시간을 훈련만 받으며 철없는 아이들이 견뎌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이 미국에 살면서 미국노래보다는 한국노래를 더 많이 듣 아이들이 이해가 안 되어 못마땅하기도 했었다. 아이들 차를 타보면 미국 POP CD 보다는 한국의 K-POP이 훨씬 더 많았다.

 

옛날 나는 한국에 살면서도 미국노래만 열심히 듣고 따라 부르지 않았던가! 미국 사대주의(?)에 익숙한 내게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아이들 잘못이 아니라 내 사대주의(?)가 문제였던 것 같다.

 

TvN이라고 하는 케이블 채널에서 '슈퍼스타K'라는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더니 'Korea Got Talent'라는 프로그램을 새로 시작했다.

많은 '끼'있는 사람들이 나와 각자의 '끼'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너 댓살의 아이들부터 70대 노인까지, 고아원을 탈출한 노숙인 출신부터 대학교수까지 다양한 참가자들이 노래와 춤, 무술, 악기, 마술, 개그 등을 색다른 각도로 선보이며, 합격하거나 말거나 순간을 즐기는 모습이 재미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다양한 재주를 가진 '끼'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도 신선한 충격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생계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대부분 재미로 하는 사람들이었다. '끼'를 숨기고 감추고 살아온 우리들 세대와는 크게 틀렸다. 부모님의 고달픈 인생을 보고, 재미로 무얼 한다는 것을 죄악시했던 우리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인종(?)을 그곳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30년 전, 사회에 진출했던 우리들은 일본의 가전제품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일을 반복했었다. 그들의 기술을 흉내내고 훔치기 위해, 삼성이나 대우에 취직한 친구들은 별짓을 다 했었다. 미국에 연수가서는 밤 늦게 남아서 그들이 쓴 노트를 베끼기 바빴다. 퇴근하면서 강사들이 두고 간 도면과 교재를 보고 페이지마다 메모해 둔 것을 뜻도 모르고 옮겨 적었었다. 하나라도 더 배우고 가르쳐주지 않을 지도 모를 기술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들이 준 메뉴얼을 밤새 읽고 또 읽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밑줄을 박박 쳐가며 외워 버렸다. 다음날 강사가 문제를 내주면, 앞에 나가 자신있게 척척 풀었다. 같이 수업을 듣는 백인이나 흑인 엔지니어들은 쩔쩔맸지만.


코리아 갓 탈랜트에 나오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의 '끼'를 보면서 크나 큰 감동을 느낀다. 

그리고 한국인의 위대함을 느낀다. 캘리포니아의 몇 분의 일 밖에 안 되는 좁은 땅덩어리에 5천만이 넘는 인구가 바글거리며 사는 곳,  손바닥만한 빈 땅이라도 있으면 상추라도 심고, 고추라도 심어야 먹고 살 수 있던 곳, 자원도 없어 보잘것 없던 그 한국 땅에는 이제 위대한 한국인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그 한국에 추악한 모습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가진 자들, 기득권층에 의해 벌어지는 부패와 부정들이다.

강한 자에 비굴한 모습을 보이고, 약한 이들에게는 무자비한 그들이 한국을 추한 모습으로 만든다.


피와 땀이 어린 대학 등록금으로 교직원들과 사학재단 인사들은 유흥비로 사용한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일식집에서 수십만원 짜리 점심을 먹으며, 단란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아가씨와 2차를 가는  비용에 충당한다. 사학재단 이사장의 손주 분유와 기저귀를 사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등록금의 나라, 추악한 한국의 모습이다.(PD수첩, 6월 28일 방송)


한국 최고의 이기주의 집단인 검찰의 종족보호본능은 기네스 북에 오를 만한 일이다. 일제시대의 무시무시한 고등검사가 근본인 검사들이 자신들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하는 단체행동은 조폭 수준이다. 그들은 그토록 어려운 사시를 그만한 댓가를 치루고 패스했으니 그만한 권위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무리들이다. 그래서 떡값을 받아도, 향응을 받아도, 그랜저를 받아도 되는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이다. 

 

다른 부류의 인간들이 받으면 죄가 되니 잡어 넣어도 그들이 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조차도 그들의 권위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 (시사메거진 2580 7월 3일 방송, 한겨레 신문 7월 5일 기사) 그래서 떡값 검사, 그랜저 검사의 해고조치는 부당하다는 행정처분 취소선고가 내려졌다.


대기업들이 골목의 상권까지 장악하여 소상인들이 설 곳이 없어지고 있다.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소모품을 납품하는 일까지 자회사를 만들어 독식을 한다. LG는 만두, 순대까지 만들어 자기들 회사 식당에 납품하고 마트에 까지 진출한다. 삼성의 이마트는 납품업체들에게 직원을 동원하도록 강요한다. 야간에도 휴일에도 납품업체 직원들은 수당도 없이 매장에 나와 있어야 한다. 대기업 진출에 영세한 동네 빵가게들이 문을 닫고, 골목의 키친 집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에 녹아나고 있다.

 

추악한 한국의 모습이다.


서민들이 폐품을 줍고, 파출부 노릇을 해서 노후자금 하겠다고 한푼 두푼 저축하여 이자 몇 푼 더 받으려고, 그것도 은행직원의 꾐으로 넣어놓은 돈을 자기들 호주머니 돈으로 생각하고 꺼내 쓴 개X끼들도 있다. 주연은 저축은행 사주들이지만, 조연은 금융감독원과 감사원 고위층이다.

어떻게 표현할 방법을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도덕의 붕괴다.


정말 문제는 이런 추악한 모습이 앞으로도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수의 이익과 국민의 복리를 우선시 하기 보다는 당리당략에 눈이 먼 정치인들 때문이다. 대권만 잡을 수 있다면 마음에 없는 거짓말 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최고 통수권자인데, 그 정도의 모럴 해저드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테니까.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적용해서 이런 자들을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하는데,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대통령을 하고 정치를 하고 있으니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부르짖은 지강헌이의 외침이 아직도 설득력이 있는 한국의 추악한 모습이기도 하다.


위대한 한국인들이 추악한 한국을 언제쯤 바로 잡을 수 있을까?


<후기>

다큐멘터리나 시사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국을 다시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파리에서 열린 SM Town Live 공연을 보면서 이수만이라는 천재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날을 위해 준비해 온 그의 탁월함에 경탄이 나왔습니다.

 

샤이니, f(x), 소녀시대, 슈퍼주니어들의 몸짓 하나 하나에 열광하는 유럽 아이들. 눈물을 흘리며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들도 있었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전날 저녁부터 입구에 텐트를 치고 숙박하는 아이들, 물론 극히 일부분이겠지만, K-POP 때문에 한국말을 배우고 한국음식을 먹고 포도주보다 소주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젊은이도 있었습니다. 스페인의 마드리드 부터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온 아이들까지.


우리 세대에는 생각해 볼 수 없었던 일이 불과 30여 년만인 다음 세대에서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지요.


그러나 시사프로그램에서 보는 한국의 모습은 추악함 그 자체이기도 했습니다.

극과 극의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더군요.


답은 무엇일까요?

 

새벽부터 내리던 장마비가 이제야 그쳤습니다.

경쾌한 새소리가 들려 창밖을 보니 개인 하늘이 보입니다.


묵직한 주제로 글을 쓰다 보니 꽤 길어졌습니다.

아침 먹고 쓰기 시작한 글이 점심을 지나 몇 시간만에 겨우 끝냈습니다.

후덥지근한 날씨가 생각을 무디게해서 글에 속도가 붙질 않네요.


정말 오랜만에 겪어보는 한국의 전형적인 장마철의 찐득찐득한 날씨입니다.


제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