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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Capitalism: A Love Story

(2011년 6월 4일)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며 제작자인 마이클 무어는 조지 부시를 반대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Fahrenheit 9/11'이란 영화를 제작하여 부시가 얼마나 무능하기 짝이 없는 인물인지 웅변했고, ‘SiCKO'라는 영화로 미국의 의료보험제도의 모순을 지적했다. 그가 2009년에 제작한 'Capitalism: A Love Story'라는 영화가 있다.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모든 사람들이 신봉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심각한 문제점으로 경제에 문외한인 내가 그의 이야기가 맞는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미국을 좀 더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다.

 

상위 1%가 가진 부가 하위 90%가 가진 것보다 많다는 미국의 자본주의를 가지지 못한 자의 입장에서 본 이 영화는 꽤 유명한 화제의 작품으로 감상 소감 따위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구글에서 ‘마이클 무어’만 쳐도 많은 기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진위여부를 떠나서 보는 이로 하여금 충분한 지적 재미를 준다.

 

먼저, 미국의 부강은 1, 2차 세계대전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인해 유럽은 폐허가 되었고, 피해를 입지 않은 참전국은 미국이 유일했다. -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되었지만, 그 피해는 하와이에 국한된 극히 일부다.

 

전 세계가 전후복구에 정신이 없을 때, 미국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원인이다. 일본이 한국전쟁으로, 한국이 월남전으로 경제부흥의 기틀을 다진 것을 생각하면 미국이 전쟁의 혜택을 얼마나 보았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패전한 독일과 일본의 자동차 공장이 쑥밭이 된 덕분에 미국의 자동차는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다는 거다. 즉, 미국이 특별히 뛰어나거나 잘나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 영화는 미국이 다수의 행복을 버리고 자본주의와 위험한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은 레이건 대통령 시절이라고 주장한다. 할리우드 2류 배우이었던 레이건은 대기업들의 광고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지고, 그가 대통령이 되면서 메릴린치 회장이던 돈 리건을 재무부 장관에 앉혀 각종 금융규제를 철폐하기 시작했다. 돈 리건은 나중에 백악관 비서실장이 되어, 무식한 레이건 대통령을 꼭두각시로 만들어 놓고, 자신의 뜻대로 자본주의를 최상의 제도인양 찬양하며 거의 모든 금융규제를 철폐함으로서 서민의 생활을 궁핍하게 몰고 갔다고 전한다.

 

그 예로, 레이건 대통령 시절 8년 동안, 가계부채 111%, 개인파산 610%, 의료비 78%, 재소자 355%가 증가하였고, 주식시장은 무려 1,371%가 폭등했다는 통계를 제시한다. 기업주는 종업원들을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게 되고, 생산성 향상이라는 미명하에 노동조건만 나빠져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도 전과 차이없는 보수를 받게 되었으며 많은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내몰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한다.

 

부자들은 감세와 규제철폐로 더욱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자본주의인데도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자신들도 신분상승이 가능하다는 착각에 빠져들어 자본주의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1인 1투표권이라는, 그들이 보기에는 지극히 불합리한(?) 선거제도 하에 투표권을 가진 국민들이 다른 선택을 할까봐 대중매체를 동원하여 현혹시킨 때문이라는 납득할만한 설명을 한다. - 기업에서는 1인 1투표가 아니라 주식보유수대로 지극히 합리적(?)인 투표권을 행사한다.

 

도입부에 로마제국을 삽입하여 로마의 멸망을 미국과 대비시키는 이 영화는 후반부에 미역사상 위대한 대통령의 한 명으로 꼽히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1944년 연초 대국민연설을 보여주는데, 이 연설에서 루즈벨트 대통령은 제2 권리장전(the Second Bill of Rights)을 도입할 것을 선언한다.

 

Every American has the right to:

1. A job

2. An adequate wage and decent living

3. A decent home

4. Medical Care

5. Economic protection during sickness, accident, old age or unemployment

6. A good education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몇 달 후 뇌출혈로 사망한다. 자기가 약속한 헌법상 제2 권리장전도 실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연합군의 승리도 보지 못한 채.

 

No man ought to own more property than needed for his livelihood; the rest, by right, belonged to the state.

 

그가 한 말이다. 이 말을 생각해 보면, 루즈벨트 대통령은 다수의 행복을 위한 경제체제로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주의를 생각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의 철학은 예상치 못한 그의 사망으로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이루어진다.

 

전후 패전국인 일본, 독일, 이탈리아에는 루즈벨트 행정부에서 그의 철학을 배운 관료들이 파견되어 새 헌법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게 됨으로서, 루즈벨트의 정신이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통치철학이 되었다는 것이고,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이 사는 나라가 될 수 있었다는 거다. - 진실이든 아니든 ‘마이클 무어’의 주장이다.

 

전무후무하게 4번이나 대통령에 당선된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이상이 미국에서 실현되었다면, 현재의 미국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라는 의문이 강렬하게 남는다.

 

규제가 허물어진 금융이라는 괴물은 파생상품, 신용부도스왑과 같은, 일반인은 도저히 알 수 없는 - 전문가들조차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 그물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걸린 다수를 제물삼아 그들만의 잔치를 벌인다. 수백 만에서 수억 달러의 월급과 보너스가 지급되고, 호화판 파티를 벌이며 자기들만의 잔치를 벌이다 회사가 파산지경에 몰리면, 경제가 파탄난다고 국민과 의회를 협박하여 국민의 세금(Bailout)으로 회사를 보전한다. - 어차피 제로섬 게임이니 급여나 보너스로 돈을 빼내 가면 어딘가에 구멍이 나게 되어 있는데 그걸 국민의 세금으로 막아준다는 것이다.

 

루즈벨트의 이상을 아쉬워하는 마이클은 주장한다.

자본주의는 기업인과 관료들이 저지르는 범죄행위를 합법으로 만드는 제도라고. 그리고 그것은 다수가 희생하여 소수를 부자로 만드는 '악(Evil)'이라고.

 

그는 또 말한다.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 그러나 떠나지는 않겠다. 끝까지 싸우기 위해서.

 

<후기>

마이클 무어는 글자 그대로 ‘괴짜’인 친구입니다. 54년생인 그는 고등학생 때 미국 역사상 최연소 선출직 공무원인 교육위원회 위원에 당선되었는데, 공약으로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교장과 교감을 해임시키겠다는 걸 내세웠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또 보면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에 대해 공부하는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사생활은 별로였지만, 대공황 때 대통령이 되어 없는 자들의 참혹한 삶을 보고, 지금의 Social Security 제도를 정착한 분이라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미국은 자본주의의 함정 속에 깊숙이 빠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빚쟁이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들, 서민들이 살고 있는 집까지 사업수단으로 챙기는 금융기관들,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이익을 챙기는 제약회사와 의료관련 기업들, 국민의 세금으로 흥청대는 월스트리트 금융기관들, 집을 잃고 일거리를 찾아 헤매는 국민들의 모습이 로마의 종말을 닮았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미국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있다고 합니다. 바로 99%의 사람들이 가진 투표권입니다. 바로 오바마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는 걸 두려워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자본주의란 머리 좋은 유태인들이 미국을 다스리기 쉽도록 만드는 제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Goldman Sachs, Morgan Stanley, Merrill Lynch 등 월스트리트의 내노라하는 이름들이 다 유태인들 아닌가요?

 

아마 다음 미국 대선은 유태인들과의 전쟁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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