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미국은 왜 강한가?

(2011년 3월)

미국에 사는 동안 항상 궁금했던 것이 '왜 미국은 강한가?'였다.

넓은 국토, 성숙한 민주의식, 프론티어 정신, 평등한 교육제도 등을 생각해 보았지만, 세계에는 그 비슷한 나라들도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되어 정답은 아닌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부정적인 측면들이 더 많았다. 각각의 나라에서 온 온갖 종류의 인간들이 모여 사는 곳, 매사에 느려터진 일처리, 인건비는 택도 없이 높고, 각종 규제와 오버헤드는 왜 그리 많은지. 백만 밖에 살지 않는 주나, 몇 천만명이 사는 주나 똑같은 수의 상원의원을 뽑는 불합리한 선거제도와 비합리적인 대통령 선거제도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유대인 편에 서서 세계평화를 무력으로 다스린 아버지 부시에 이어, 911 원인을 제공한 아들 부시까지 대통령으로 두 번씩이나 뽑아 미국경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까지 말아먹은 어리석은 인간들이 사는 나라가 강한 이유는 무엇인가?

 3년 전, 출장 중에 탔던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일을 글로 남겨놓은 것이 있었는데, 그 의문에 대한 한가닥 대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래에 옮긴다.

 

베이징 발 뉴저지 뉴악행 컨티넨탈 88편, 드디어 이륙을 한다.

어제 3월 10일 토요일 오후 5시에 떠날 예정이었던 것이 이륙직전에 엔진고장이라며 지연을 하더니 결국은 하루를 늦춰 11일 아침 8시 20분경에 출발하는 것이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또 다시 들린다. 내가 앉은 정 중앙의 좌석에서 두 시 방향으로 갈색머리의 조그만 몸집의 30대로 보이는 여자가 동글 납작한 얼굴을 한 어린아이를 연신 어르고 있다.

아이는 두세 살이 되었을까 싶다.

 

아이는 붉은색 가로줄 무늬의 남루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누런 콧물을 훌쩍이며 연신 큰소리로 울고 있는 것이다.

 

나는 다시 보고 있던 책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생각했다.

 

‘아이를 입양하는 모양이군. 중국아이를 고아원에서 데려가는 것 같아. 자기들 아이가 둘이나 있는 듯 한데. 옷을 사서 갈아 입힐 시간도 없었나 보지. 어떤 마음일까? 남의 아이를 데려다 키우려는 저 마음은? 온 식구가 다 비행기를 타고 중국으로 와서 아이들 데려가는 저 사람들의 마음은? 천사의 마음일까? 예수님을 닮고자 하는 마음일까?’

 

그 비행기에 아이를 입양해 가는 가족은 그들뿐만이 아닌 듯 했다.

 

그 가족은 아이가 시끄럽게 우는 바람에 빨리 눈에 띄었을 뿐이고 가만히 보니 왼쪽 11시 방향에도 한 금발의 여인이 두 돌이나 되었을까 보이는 아이를 안고 있었고, 화장실을 가다 보니 화장실 주변에 확보된 공간에도 한 사내가 자그마한 아이를 안고 어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니까 이 비행기 안에는 최소한 세 명의 입양되는 아이가 타고 있는 셈이었다.

 

베이징에서 뉴악까지 14시간의 비행시간 중에 그들은 부부가 번갈아 가면서 아이를 달래고 어르고 있었다. 혼자인 나 하나의 몸도 거추장스러워 비비 꼬며 14시간을 버티기 지겨워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자기 아이도 아닌 남의 아이를 안고 왔다갔다하면서 그 지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 지겨운 14시간이 지나고 뉴악공항에 도착해서 Baggage Claim에서 짐들을 찾으려고 또 한번 기다리고 있을 때, 그 입양아들의 부모들은 서로 허그하면서 Good Luck을 빌어주고 서로 연락할 것을 인사말로 남기면서 먼저 짐을 찾은 사람들은 그렇게 떠나갔다.

 

 

8년쯤 전인 1999년 2월의 어느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보스턴의 외곽지역에 있는 한 회사에서 몇 달 동안 출장 가서 일했을 때, 다소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했다.

 

상대회사의 Contact Point였던 Nancy라는 아줌마가 하루는 베이지 색의 두툼한 포대기에 싸여진 아이를 데려와 우리들에게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했다.

 

자기 친구가 한국에서 입양한 계집아이라는 것이었다.

 

‘지선’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귀여운 아기는 심장병이 있는 아이였는데 석 달 전에 데려와서 수술을 해서 다 나았다는 것이었다. 피부가 유난히 뽀얗고 맑았던 그 아기는 돌아가면서 안아주고 얼러주는 우리를 보고 얼마나 예쁘게 웃던지 지금도 그 모습이 생생하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일이 끝나고 설치했던 장비를 회수하러 그곳에 다시 방문했을 때 Nancy로부터 다시 들은 이야기는 놀라웠다. Nancy는 다시 방문한 나를 보고 지선이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아이가 그날 이후로 울지 않고 잠을 잘 잔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미국에 온 이후로 매일같이 잠을 편히 자지 않고 깜짝깜짝 놀라 깼으며 깨면 쉽게 잠들지 않고 울어 양부모의 속을 많이 태웠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에게 보인 그날 저녁부터 아이는 잘 자고 잘 먹고 밤에도 깨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록 간난아이라 말은 모르지만, 낯 설은 언어와 사람들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가 우리가 하는 한국말을 듣고 한국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는 자신의 해석을 Nancy는 마지막으로 첨부를 했다.

 

 

이곳에 Commerce Bank라는 은행이 있다. 상업은행으로 번역을 해야 할까?

이 은행은 교통 때문인지 아니면 광고효과 때문인지 몰라도 주로 4거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밤에도 환하게 불을 켜놓고 있어 지나다니면서 참 특이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들릴 일은 없었다.

 

그런데 두어 달 전에 무슨 일로 갔는데, 특이한 겉모습만큼이나 안의 영업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꼭 호텔 로비 같은 인테리어에, 들어가면 카운터에서 무엇 때문에 왔는지 묻고는 텔러에게 안내하는데 텔러와 일대일로 응접실에 와서 앉은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날 만난 텔러는 70살이 다 된 마음 좋게 생긴 노인이었는데, 은퇴 후에 시간제로 나와서 일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는 작성할 양식을 내게 준 후, 신청양식을 작성하고 있는 내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고, South Korea에서 왔다고 하자 자기 딸 이야기를 꺼냈다.

 

자기는 아이가 둘이 있었는데 딸을 한국에서 입양해 왔다는 것이다. 그 딸이 지금 35세로 시집을 가서 잘 산다는 이야기와 한 달에 한번 남편과 함께 자기를 찾아온다는 이야기, 그래서 행복하다는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미국이 왜 강할까?

 

미국에 살면서 매사 느려터지고, 일하는 질에 비해 인건비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되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만난 미국인들도 면면을 보면 똑똑하다거나 일을 잘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전쟁광인 아버지 부시에 이어 그 아들 부시까지 대통령으로 두 번이나 뽑은 멍청한 국민이지만, 그런데도 미국은 강하다.

 

왜 그럴까?

 

세계 제일의 부자라는 빌 게이츠와 그 다음 부자라는 워렌 버펫을 보면 알 수 있을까?

빌 게이츠는 자기 재산의 대부분을 그와 부인이 세운 자선재단인 멜린다 엔드 빌 게이츠 자선단체에 기증하겠다고 이미 공표하였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워렌버펫이다. 그는 자신의 재산의 80%를 빌이 세운 재단에 기증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는 이미 자신의 죽은 부인 이름으로 된 자선 재단을 갖고 있었지만, 빌의 뜻이 더 숭고하기 때문에 대부분을 그의 재단에 기부한다는 것이었다. 그 액수가 380억불.

 

빌과 워렌은 자기 스스로 부를 창출한 사람들이다. 한국의 이건희나 정몽구처럼 부모로부터 부를 물려받은 사람이 아니다. 한푼 이라도 더 자식들에게 부를 더 물려주기 위해 불법도 마다 않는 한국인에게 이 같은 사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져야 할까?

 

더욱이 그들의 재단은 미국만을 위한 재단이 아니라 세계를 상대로 가난과 질병, 무지를 퇴치하기 위해 돈이 쓰여지는 재단인 것이다.

 

우리의 정신세계에는 없는 어떤 것이 이들의 정신세계에는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것이 미국을 강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기독교 정신에서 왔든, 청교도 정신에서 왔든, 혹은 이들이 말하는 프런티어 정신이든…

 

200년이 약간 넘는 역사를 가진 나라. 한 세대를 30년으로 본다면 이 땅에 사는 누구도 7대만 거슬러 올라가면 조상이 이 땅에 없었다는 뜻이다. 고조부가 4대 위니까 고조부의 고조부는 이 땅에 없었다. 한국처럼 광산 김씨의 3십 몇 대 손이니 하는 것은 이들에게 없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그런 것이 이들에게는 장점이 되고 우리들에게는 단점이 되는 것일까?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지루한 비행시간을 잊기 위해서 시작한 상념을 적어 보았다.

 

2007년 3월 어느 날 눈 녹는 소리를 들으며…

'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아직 멀었다.  (0) 2013.11.01
제주도민의 서울 방문기  (0) 2013.11.01
친구 부친상과 같이 한 상념  (0) 2013.11.01
속이는 10%, 속는 90%  (0) 2013.10.30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다  (0) 2013.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