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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제주도민의 서울 방문기

(2011년 5월 11일)

 

언제 가보아도 서울은 늘 화려하고 번화하다.

먼저 여인들의 모습으로 인해 화려함을 더하는데 시선이 즐거우면서도 당혹스럽다.

나보다도 더 커보이는 젊은 여인들이 핑크색 짙은 야한 영화에서나 보았음직한 민망한 살덩어리를 드러내놓고, 심한 화장과 패션을 한 채 거리를 활보한다.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선 건물들은 어디서나 보인다.

미국에는 대도시의 Skyrocket 빌딩들은 다운타운에만 있지만, 서울은 도시 전체에 50층 이상의 건물들이 즐비하다. 서울뿐만이 아니라 수도권 전체가 그렇고, 웬만한 중소도시에 가도 20층 이상의 아파트가 보인다. 최근에 지어지는 아파트는 60층도 넘는다고 하는데 부천에도 66층 짜리 주상복합 타워가 두 동이 지어지고 있다.

거대한 빌딩들의 위용에 위축되고 주눅이 드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다.

 

사람들은 바쁘다. 대부분 종종걸음이다. 에스컬레이터에서조차 가만히 서있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걷다가 부딪혀도 'Excuse me!'라고 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전화기 스크린을 보면서 부지런히 손가락을 움직이며 걷는 기술좋은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지하철은 깨끗하고 산뜻하다.

앉아있는 사람이나 서있는 사람이나 대부분 전화기 화면을 보고 있다.

TV를 보는 사람, 소설을 읽는 사람, 게임을 하는 사람들로 시간을 요령(?)있게 사용하고 있다.

 

눈도 가렵고, 귓구멍, 콧구멍과 목구멍까지 가렵다.

이때 눈을 비비면 눈이 시뻘개지고 부어오른다는 걸 경험으로 알기에 기를 쓰고 참는다.

걷잡을 수 없이 재채기가 나오고 콧물이 줄줄 흐른다.

코스트코 양평점에 가기위해 문래역에서 내려 걷기 시작한 뒤 오분쯤 지났을 무렵, 뉴저지를 떠난 후 잊고 있었던 알러지가 시작된 것이다.

 

이것은 꽃가루 때문이 아니고 공해가 원인일 거라고 추측된다.

이런 공해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단하게 생각되기도 한다.

20여년 전에 내 사무실이 이곳에 있었던 적이 있어서 낯이 익을 줄 알았으나, 주위에 새로 생긴 고층 아파트 때문에 어디가 어딘지 분간할 수가 없다.

 

물어서 찾아간 코스트코에는 눈에 익은 상품들이 많았다. 코스트코 자체 브랜드인 'Kirkland'상품들은 한국에서는 전에 볼 수 없던 것들이었는데, 바이타민에서 생활용품까지 많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전에 보았던 신문기사가 생각난다.

코스트코에서 물건을 싸게 팔다보니, 경쟁업체들이 단합을 해서 코스트코에 물건을 주는 생산업체에 대해 보이콧을 했다는 거다. 그렇게 해서 코스트코에 물건을 대는 한국내 업체들이 없어졌다고 한다. 대단한 나라, 한국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서는 물건을 싸게 구입할 방법이 없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려 가격비교 사이트에 들어가봐도 물건값이 거기가 거기다.

 

어제 저녁 뉴스에는 의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폐질환이 한국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심한 공해 속에서 새로운 병이 생겨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날도 덥지만, 높은 습기 때문인지 몸이 끈적거린다.

아침에 일어나 얼른 인터넷으로 제습기를 주문했다.

 

하늘은 맑은데 바람이 심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절에서는 사월초파일 행사로 분주하다.

신도들이 타고온 차들로 주위가 채워져 있다.

 

코막힘 때문에 잠 못이루고 새벽부터 깨어 지난 며칠을 회상해 본다.

 

사월초파일 제주에서 산사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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