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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는 이야기

건강과 단식 (2) 포도단식과 실패 경험 단식에 대해 전혀 몰랐던 내가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다. 아주 오랜 전 총무로서 직장 동문회 산행을 준비하러 충주 월악산에 사전답사를 갔던 적이 있다. 월악산도 설악산, 관악산, 치악산, 운악산처럼 ‘악(岳)’자가 들어가는 산으로 쉬운 산은 아니다. 힘들게 정상에 오르면 평평한 능선이 이어지고, ‘영봉’이라고 불리는 작고 험한 봉우리가 능선 위에 불쑥 솟아 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영봉 아래에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사전답사라 집사람을 대동했던 나는 힘들어 하는 집사람을 그곳에 두고 3~40분 걸려 혼자 영봉에 올라갔다 왔더니, 집사람은 여남은 명의 무리 속 어느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그마하고 곱게 생긴 할머니가 씨알이 굵은 포도를 드시며 하는 말이 흥미로웠다... 더보기
건강과 단식 (1) 지난 주말로 TV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가 16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극중 70대 조희자는 자신이 치매에 걸린 것을 알고 스스로 요양원을 찾아들어가고, 60대 장난희는 간암수술을 받는다. 한국인이 치매에 걸릴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망원인의 3분의 1이 암이라고 하니, 확률적으로 보면 60대 이상에서는 암, 70대 이상에서는 치매가 인생 최대의 장애물이다.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음을 맞게 되는 암도 무섭지만, 인간성을 말살한다는 점에서는 치매가 더 비참하고 치명적이다. 치매의 원인도 많고 그 증상도 다 다르지만, 내가 경험했던 – 실제로 경험한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몇 번 다녀갔을 뿐이니까 - 모친의 치매는 어떤 수를 쓰더라도 저런 죽음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 더보기
디어 마이 프렌즈 인터넷에서 드라마에 대한 평을 보고, ‘디어 마이 프렌즈’라는 드라마를 14회까지 다운 받아, 이틀에 걸쳐 몰아서 보았다. 드라마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경험을 모처럼 했다. TV 연속극이나 보고 바보 같이 울다니… 과거의 자신을 되돌아보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오만과 편견 – 같은 제목의 소설에서 인용 – 속에 갇혀서 강퍅했던 젊은 시절에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드라마를 보지 못하게 하는 폭거를 저지르기도 했으니 말이다. 먼저 ‘노희경’이라는 시나리오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꼰대들의 유쾌한 인생찬가'라는 부제에 걸맞게 우리 같은 구세대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상황을 젊은이의 시각에서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시도, 세대 차이의 본질을 객관적으로 투시하려는 노력, 가까운 이웃에서 .. 더보기
두 개의 대륙에서 펼쳐지는 전쟁 글자 그대로 전쟁이다. 총칼이 아니라 발로 차고 머리로 받는 싸움이지만, 그 어느 싸움보다도 치열하게 전개된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건장한 젊은이들이 조국의 명예와 국민들의 성원에 부응하기 위해 1파운드(450그램)도 안 되는 공을 전력으로 쫓아다니며 온몸을 던지기도 하고, 하늘로 솟구치기도 하며 승부를 겨루고, 그들의 몸동작 하나하나에 구름 같이 모인 관중들이 내지르는 환희의 함성은 다른 쪽의 낙담의 한숨으로 연결된다. 유럽축구대회 ‘UEFA 2016’을 주최한 프랑스와 ‘COPA 100’이 벌어지는 미국에서 6월 한 달 동안 매일같이 ‘축구’라는 전쟁을 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국가경제파탄으로 국민들이 극심한 고통 속에 생활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도, 세계최강국이자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등에 없고 있는 미국.. 더보기
She's gone. 그녀가 내 삶에서 떠나갔습니다.내가 나빴어요, 비난 받아 마땅하지요.나는 정직하지 못했거든요.그녀의 사랑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어요. 내 삶에는 빈 공간만 남았습니다.모든 꿈을 잃은 나는 버림 받았습니다.용서해주세요, 그대여! (후렴구)그대여, 저를 구해주지 않을래요?제 마음은 당신 것이잖아요그대여, 저를 용서해줄 수는 없나요?당신에게 저지른 모든 것에 대해오 사랑이여 그녀가 내 삶에서 떠나갔습니다.그녀가 가버렸다구요.그냥 지내기가 너무 힘듭니다.내 사랑, 그녀가 정말 그립거든요. 내 품으로 돌아와 주세요,너무 외롭습니다.무릎을 꿇고 당신에게 빌겠어요,저를 용서해 주세요, 그대여 후렴구 3회 반복 헤비메탈 록그룹 'Steelheart'가 1990년에 발표한 'She's gone'이라는 제목의 팝송 가사를.. 더보기
6촌 형님을 찾아가다 친척이라면 보통 친가와 외가로 나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1·4 후퇴 때 부모형제와 처자식을 북에 두고 단신 월남했던 부친이었으니 제대로 된 친가는 있을 리 없다. 전쟁 전부터 서울에 살고 계시던 선친의 이모님이 가장 가까운 일가였다. 선친의 고종사촌이 되는 분도 계시고 나와는 6촌 관계인 형님도 있었지만 워낙 나이차가 커서 거의 왕래가 없었다. 빛바랜 그분의 결혼식 흑백사진 속에서 콧수건을 가슴에 단 꼬마가 나였다. 충남 부여가 고향인 엄마 쪽은 달랐다. 막내이었던 엄마의 언니인 이모님을 비롯해서, 오라버니인 외삼촌까지 있었으니 사촌들까지 포함하면 적지 않았다. 우리 집도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외가는 더했다. 모르긴 몰라도 서울에 사는 동생(내 모친)을 믿고 부여 ‘뒷떼기’라는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했던.. 더보기
서울 시티 투어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과 그 부근에서만 40년을 살았기에, 그래서 서울을 잘 안다고 생각했기에 서울을 돌아보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서울을 관광하자는 생각을 했던 것은 작년 동남아를 여행할 때였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베트남의 하노이, 라오스의 비엔티엔, 태국의 방콕,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를 여행하던 중, 내가 과연 서울을 돌아본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창경원이나 경복궁, 비원은 초등학교 소풍이나 중학교 사생대회 때 가본 것이 전부였다. 남의 나라는 기꺼이 돌아다니면서 정작 내 나라에는 무심했다는 자각이 뒤늦게 생겼다. 지리산을 걷고 여수를 거쳐 서울로 돌아온 다음날 서울 거리에 나선 것은 그런 생각 탓이었다. 인터넷으로 조사하니 ‘서울시티투어’가 검색되었다. 1코스와.. 더보기
금오도 - 술에 취하고, 정에 취하고 6시간만 자고나면 더 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 새벽 4시에 눈이 떠졌으나 조금 더 자볼까 하는 생각에 누워있었지만 언감생심이었다. TV를 켜고 애꿎은 채널을 돌리다가 결국 일어났다. ‘경주애인’님과 약속한 6시 20분경에 모텔입구로 내려갔다. 차를 어떤 차가 막고 있었다. 이렇게 남의 차를 가로막고 주차한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차 앞에 적힌 연락처를 보고 전화해서 차를 빼달라고 요구했다. 백야도에 도착한 것은 7시로 금오도행 첫 배는 7시 30분이어서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었다. 잠시 후 ‘감사함’님과 ‘자수정’님 부부가 도착했다. ‘감사함’님은 7명의 아침으로 팬케이크, 삶은 계란, 우유, 커피까지 준비해 오셨다. 그 치밀하고 섬세한 정성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저녁에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 날은.. 더보기
지리산둘레길 - 열 사진으로 읽는 못 다한 이야기 절반 이상을 걸었으니 남은 절반은 언젠가 다시 돌아와 반드시 끝낼 생각입니다. 내년이 될지, 내후년이 될지는 모르지만. ▼ 맛깔스러운 전라도 음식. 6일째 걸은 후 도착한 남원시 주천의 민박집 아래 '송림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6천원짜리 김치찌게에 반찬이 9가지다. 파전 5천원에 소주 한 병을 곁들여 배 터지게 먹었다. ▼ 3월 28일 토요일에 묵었던 어천마을 펜션의 정경이다. 비수기라 그런지 손님은 전혀 없었다, 가는 곳 마다 펜션들이 있었는데 그 많은 펜션이 어떻게 영업이 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여름 한 철 벌어서 일 년 살 수 있을까? 여름방학 때는 방 하나에 15만원을 받아도 방이 모자란다고 했다.▼ 펜션 내부 모습 ▼ 마을 마다 볼 수 있는 노인들을 위한 무더.. 더보기
지리산둘레길 - 아홉 지리산둘레길을 끝내고 여수로 아무리 민박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좁은 방은 난생 처음이었다. 눕고 배낭을 풀어놓을 공간이 있는 것도 혼자이기에 가능할 정도였다. 게다가 화장실도 밖에 있으니 속옷 차림으로 나가기도 께름직했다. 깨끗하다는 것과 게스트하우스를 겸하고 있었기 때문에 거실 같은 공간이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내가 들어올 때는 손님이 하나도 없었는데, 잠자리에 들려고 하니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젊은이들이 들어오는 기척이 났다. 몸은 솜처럼 피곤했지만 잠들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새벽은 왔다. 창문을 열어젖히고 지리산의 맑은 공기를 흠뻑 들이켰다. 생리작용을 해결하고 나니 시장기가 돌았다. 엊저녁에 컵라면 두 개나 먹었지만 밀가루 음식이라 효과가 별로였나 보다(?). 인터넷으로 버스 시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