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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는 이야기

비아그라 (최근 일주일 비아그라가 한국에서 화제에 올랐습니다. 청와대에서는 왜 비아그라를 구입했을까요? 발표한 대로 고산병 때문에 샀다는 말을 믿어야 할까요? 더군다나 여성이 대통령이니 안 믿을 도리도 없습니다. 아래 글은 2년 전에 썼던 '비아그라 이야기'를 토대로 수정한 글입니다. 글의 소재상 남성 성기에 관련한 단어가 사용되니, 다소 불쾌한 점이 있더라도 한심한 수컷들의 이야기로 치부하거나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과학적 이론이나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며 제 경험에 기초했기에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미국 이민생활 중에 몸 담고 있었던 회사가,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신약(New Drug)을 개발하여 식품의약 관리청(FDA)에 승인 신청할 때 수반되는 수많은 임상실험자료와 서류.. 더보기
제주의 오랜 동네, 건입동 사람들 할머니 혼자 사는 집들이 많았다. 할아버지와 자식들을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같았다. 영감은 몇 년 전에 하늘나라로 갔고 자식들은 육지에 나가 산다는 답변이었다. 한 집에 수도계량기가 두 개 있는 집도 있었는데, 하나는 이층에 사는 아들 네 것이라고 했다. 그 아들네 식구들은 놀러가서 집에 없다고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혼자 살기에는 넓어 보이는 집도 있었고, 쪼개서 세를 준 것으로 보이는 집도 있었다. 집들은 대개 오래된 낡은 집이었다. 제주에서 태어나서 근처에 있는 국민학교를 1960년대 다녔다는 P에 의하면 원래는 초가집이었는데 나중에 슬래브를 치거나 기와를 얹어 고쳐진 집이라는 것이다. 제주 변두리 시골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돌담집도 곳곳에 보였다. 제주시 한가운데 있는 동네인데도. 그는.. 더보기
가을아침(秋朝)의 역설적 단상 드디어 약속한 일을 끝냈다. 장장 5주에 걸쳐 궂은 날을 제외하고 아침부터 어두워질 때까지 쉼 없이 케이블을 자르고 연결하는 단순한 일을 반복했다. 사실 육체적으로 고된 일은 더 이상 싫었다. 평상시 같으면 거절했겠지만, 한국을 방문했던 딸아이 부부가 돌아가고 난 후, 마음이 영 허전해서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잡념이 심했다. 책을 펼쳐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부질없이 불쑥불쑥 찾아드는 자책과 회한으로 괴로웠다. 그러던 중 제주에서 사귄 친구 P가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니 11월 말까지만 도와달라는 말에 전혀 망설임 없이 나섰다. 기대했던 대로 시간은 잘 갔다.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하는 일이지만 20가닥의 가느다란 통신선을 착오 없이 연결하는 일에 집중하지 않으면 실수하기 쉬웠으므.. 더보기
아버지의 손 아침에 일어나면 주먹이 쥐어지지 않는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뻑뻑해서 주먹을 쥐느라고 힘을 가하면 통증이 온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인지라 아침에 일어나서 밥 한 술을 뜨고 현장으로 나간다. 일이 복잡하거나 힘든 것은 아니다. 단지 바깥에서 아무 데나 땅바닥에 앉아 단순한 작업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눈대중으로 길이를 재고 손가락 두께의 케이블을 적당하게 자른 후 케이블 양 끝에 손바닥만 한 전자기기를 연결한다. 한쪽 끝은 대문 문패 근처에 나사로 고정시키고 다른 한쪽은 수도계량기 위에 실리콘 접착제로 부착한다. 케이블은 가급적 눈에 안 띄는 곳에 보기 좋게 고정시키고 난 후, 설치된 장치와 케이블을 단말기로 촬영하고 기기와 계량기 번호를 적은 스티커를 붙이면 끝나는 일이다. 물론 전체 기기가 제대로 설치.. 더보기
사위傳(完) 여동생은 한국을 찾은 조카부부를 위해 한옥을 체험하라며 부천시에서 운영하는 전통한옥에서의 숙박을 마련했다. 널찍한 대청마루와 노란 종이장판이 깔린 온돌방이 꽤나 깔끔했다. 문제는 수요일 하루만 예약이 비어 있었다.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짐은 프런트에 잠시 맡긴 후에 남대문 시장을 아이들과 둘러보며 필요한 쇼핑과 식사를 했다. 오후에 아이들 고모부가 차를 갖고 와서 예약한 한옥으로 가방을 옮겼다. 다음날 사위의 외숙모와 경복궁에서 약속이 있다며 아침 일찍 한옥을 나섰다. 외숙모는 경복궁 영어 가이드 투어를 준비하고 조카부부를 구경시키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젊은이의 메카라는 홍대입구에 시간이 되는 조카들을 나오게 했다. 피난민의 자식으로 친척이 별로 없던 나는, 미국과 한국에 떨어져 살더라도 아이들만큼은.. 더보기
사위傳 제주에 정착하고 나서 일 년쯤 되었을 때, 세 아이 중에서 큰 아이가 가장 먼저 제주를 찾았던 때가 2012년 3월이었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제주공항 하늘 위까지 왔던 항공기는 갑자기 짙어진 해무 탓에 김포로 회항하는 우여곡절을 거쳐 다음날이 돼서야 겨우 조우할 수 있었다. "아빠, 비행기가 곧 착륙한다고 안내방송을 하고 나서 계속 빙빙 돌기만 하는 거야. 30분도 더 그러더니 해무 때문에 착륙이 어려워서 김포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나는 해무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답답한 거야. 그래서 스튜어디스를 불러 물어보았더니 옆자리 아저씨가 한심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더라." 그렇게 만난 아이가 자신이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다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려주었다. 원래는 남자 친구의 모임에서 만난 남자.. 더보기
잠 못 이루는 밤에 어제는 시리아와의 월드컵 예선전이 끝나고 나서 잠을 청했다. 90분 내내 이어지는 답답한 경기를 본 탓도 있겠지만, 10시 이전에 취침하는 나로서는 잘 시간을 놓친 탓에 쉬 잠들지 못했다. 게다가 잠이 들만 하면 왜~앵하는 모기 소리가 귓전을 맴돌았다. 이미 물렸는지 발가락 근방이 가려웠다. 할 수 없이 불을 켜고 모기 사냥에 나섰다. ◀ 전기 충격 모기채. AA 배터리 두 개가 들어가는 이 모기채는 한국살이의 필수품이다. 모기만 발견하면 백발백중이다. 전통적인 파리채로 잡다가는 벽지나 천정에 피가 번져 얼룩이 남는다. 아주 가끔이지만 지네 같은 벌레를 잡을 때도 유용하다. 흡혈로 통통해진 모기가 하얀 색 천정에 붙어 있으니 눈길 위에 떨어진 동백꽃처럼 눈에 확 들어왔다. 전기충격 모기채를 갖다대니 '딱.. 더보기
끔찍했던 운전경험 한국으로 돌아온 것도 거의 6년이 되어간다. 제주에 정착하고 나서 3개월이 안 돼 만든 카페였으니 나의 한국생활은 이 카페가 전부인 셈이고, 글쓰기는 실질적인 직업인 동시에 취미이자 소일거리였다. 댓글이나 한줄 메모장을 제외한 글만 해도 1,200개가 넘었으니, 글의 질적 수준을 따지지 않는다면 실로 엄청난 양의 글을 쓴 셈이다. 내가 죽어서 사라진다 해도 그동안 쓴 글은 어디엔가 남아 누군가에게 읽힐 거라는 착각으로 오늘도 글을 쓴다. 글을 다루면서 느끼는 것은 글쓰기에 일단 발동이 걸리면, 글감이 계속 떠오른다는 것이다. 뉴스를 보거나, 소설을 읽거나, TV의 다큐멘터리를 접하면서, 순간순간 글감이 생각나고 글로 남기겠다는 욕망에 휩싸이곤 한다. 물론 그렇게 떠오르는 글감을 전부 글로 옮길 수는 없다.. 더보기
건강과 단식(최종 결과편)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서 가급적 자세히 적은 것으로, 다소 긴 글이고 불필요한 내용이 많으니 관심 없는 분들은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보잘 것 없는 내용에 비해 자료를 합치고 용어를 정리하느라 시간은 많이 걸린 글입니다.) 식이요법 10일 원래는 식이요법 기간을 보름으로 계획했었으나, 열흘로 끝낸 것은 더위 탓이 컸다. 더위를 피해 도서관에 다니다 보니 점심을 먹으러 집에 오기에도 그렇고, 사먹을 수도 곤란하다는 문제가 생겼다. 또 열흘이면 충분하지 않느냐는 이기적인 타협도 한몫했다. 식이요법 기간에는 인스턴트나 동물성 음식은 철저히 피했다. 된장국과 나물, 콩자반, 김치가 대부분이었다. 후반부에 두어 번 먹은 계란말이 정도가 유일한 동물성 단백질이었다. 3분도 안 걸리는 분량이었지만, 가급적 오래 씹.. 더보기
도서관에서 펼쳐보는 상상의 나래 무더위가 절정이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역사상 기록적인 더위가 예상된다는 협박성 장기 일기예보가 위협만이기를 바라면서도, 작년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느낌이 있었는데 며칠 전부터 바뀌고 말았다. 새벽에도 26~28℃ 부근으로 열대야가 이어져서 매일 하던 운동을 쉰 것도 4일째다. 더위가 어느 정도 가실 때까지는 더 멈추어야 할 것 같다. 제주의 여름기온은 육지보다 낮은 것이 보통인데, 엘니뇨 현상이 통상적인 개념마저 깨트렸는지 연일 땡볕에 33~35℃를 오르내리는 한낮 기온을 보인다. 어지간하면 자유롭고 편한 집을 벗어나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려고 도서관을 찾지 않았었으니, 요 며칠 도서관을 찾는 것은 더위에 항복하고 도서관으로 피서를 빙자한 피난인 셈이다. 집에서 10분이면 충분한 제주도서관을 마다하고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