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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는 이야기

She's gone.

그녀가 내 삶에서 떠나갔습니다.

내가 나빴어요, 비난 받아 마땅하지요.

나는 정직하지 못했거든요.

그녀의 사랑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어요.


내 삶에는 빈 공간만 남았습니다.

모든 꿈을 잃은 나는 버림 받았습니다.

용서해주세요, 그대여!


(후렴구)

그대여, 저를 구해주지 않을래요?

제 마음은 당신 것이잖아요

그대여, 저를 용서해줄 수는 없나요?

당신에게 저지른 모든 것에 대해

오 사랑이여


그녀가 내 삶에서 떠나갔습니다.

그녀가 가버렸다구요.

그냥 지내기가 너무 힘듭니다.

내 사랑, 그녀가 정말 그립거든요.


내 품으로 돌아와 주세요,

너무 외롭습니다.

무릎을 꿇고 당신에게 빌겠어요,

저를 용서해 주세요, 그대여


후렴구 3회 반복


헤비메탈 록그룹 'Steelheart'가 1990년에 발표한 'She's gone'이라는 제목의 팝송 가사를 어줍잖은 실력으로 번역해 보았다.(노래듣기)


 


이 곡이 한국의 노래방에서 2005 ~ 2010년 동안 가장 많이 불렸던 팝송(관련 글 보기)으로 알려진 애창곡이라는데, 나는 - 들어보고 나니까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 생소하게 느껴진다. 내게는 오히려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She's gone'이라는 같은 제목의 노래가 훨씬 더 낯익다. 단지 발라드 풍의 'Black Sabbath' 보다는 'Steelheart'의 노래가 헤비메탈 사운드답게 싱어인 '밀젠코 마티에비치(Miljenko Matijevic)'의 샤우팅이 시원스러웠다. 노래방에서 이 곡을 여자친구에게 불러주면 점수를 딸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아마도 노랫말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53살의 밀젠코가 엊그제 방송된 '이웃집 찰스'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미 여러 해 전부터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그는 아예 활동의 주무대를 한국으로 옮기고 싶어한다. 즉, 자신이 살고 있는 LA에서 반, 한국에서 반을 지내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미국에서 반, 한국에서 반을 지내려는 계획은 우리 카페 회원 분들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웃음이 배어나왔다. - (농담)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치킨이나, 짬뽕 반, 자장 반 메뉴도 이래서 나온 것 아닐까?


그가 생소한 한국을 찾게 된 사연도 특이했다. 1992년 공연 도중 쓰러지는 조명탑에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천 파운드의 조명탑에 치이는 사고로 그는 얼굴과 등, 무릎에 큰 부상을 입었고, 설상가상으로 삶의 버팀목이었던 엄마와 절친을 9개월 간격으로 잃어버리는 불운을 경험했다는 거다. 방황으로 지내며 오랜 공백 끝에 공연을 위해 찾은 낯선 나라 한국에서 그는 예상치 못했던 팬들의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고, 그 후로는 일 년에 몇 개월씩 한국에서 공연을 하며 지낸다.


방송에서 보는 그는 거의 한국 사람이었다. 크로아티아 출신의 그는 이탈리아 식당 보다는 한국 식당을 더 즐기고, 콩나물 국밥, 김치, 닭갈비 등 모든 한국 음식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한국을 여행하며 구경하는 것도 즐겼다. 물론 그의 정착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LA에 있는 자신의 주택보다 훨씬 못할 뿐 아니라, 자신의 직업에 필요한 소리도 마음대로 지를 수 없는 집도 너무 비싸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밀젠코의 인생 스토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 세상에 완벽한 곳이란 없다. 하지만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하면 이 세상 어느 곳도 완벽한 장소가 될 수 있다. 

그 곳과 인연만 있다면!


그러고 보니 이해가 된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것도, 도대체 이유가 없어 보이는 '아톰'님이 제주로 그토록 돌아오고 싶어 하는 것도.


▼ 방송을 캡춰한 화면. 밀젠코의 친구가 말한다.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없다면 불평만 하게 된다고. 이해하면 모든 것은 달라진다.


▼ 올 때 마다 호텔방에 머물 수가 없는 밀젠코는 서울에서 집을 구하려고 한다.


▼ 한국을 사랑하는 로커(Rocker) 밀젠코는 한국에 올 때 마다 즐거움을 만끽한다.


▼ 모든 것을 잃고 방황할 때, 그를 붙잡아 준 것은 한국과 한국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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