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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야기

Google News 사용하기 젊었을 때는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별로 없었습니다. 시력만 근시가 아니라 생각도 근시여서 관심은 항상 주변에만 머물렀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독재를 하건 말건, 민주화운동으로 학생이나 지식인들이 구속되건 말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던 겁니다. 저녁 9시 뉴스가 나오면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리곤 했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나 마시며 잡담하는 게 더 즐거웠고, 직장에서 과장이나 부장에게 터지지 않고 아무 일 없이 정시에 퇴근하는 게 더 중요했으며, 휴일에는 바둑을 두거나 소파를 독차지하고 비스듬히 누워 오징어 다리나 질겅거리며 소주를 앞에 놓고 야구 같은 스포츠 중계나 보며 지내는 게 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뉴스에 관심을 둡니다. 은퇴해서 시간이 많다거나 달리 소일거리가 없는 탓도 있.. 더보기
종합건강검진 2년마다 돌아오는 건강검진을 지난주에 받았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보험제도를 갖는 한국의 시스템 상, 모든 한국의 국민은 주기적인 메디컬 체크를 하게 된다. 귀국한 이후 세 번째다. 미국에서는 의료보험이 있었어도 의무적으로 건강검진을 하지는 않았다. 몸에 이상이 있을 때만 병원을 찾았을 뿐, 메디컬 체크를 위해 병원에 가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주위에서 누가 암에 걸렸다거나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나, 신문에서 한국인의 30%는 암에 걸려 사망한다는 기사를 접할 때는 찜찜했다. 2년 전 검사에서는 혈액 등 검사에서 나타난 수치들이 별로 좋이 않아, 대사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던 것이 걸려서 그동안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얼마나 좋아졌는지 궁금해 일찌감치 예약을 해두었다. 아침에 일어나 일.. 더보기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을 보고 프로그래머는 아니지만 평생을 컴퓨터로 먹고 살았고, 비록 젊었을 때 이야기지만 아마추어 세계에서는 적수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강1급 실력이었던 만큼 이번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 특별히 관심이 컸다. 6개월 전 알파고가 유럽 바둑 챔피언인 '판후이'를 5대0으로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대부분 다른 이견이 없다는 듯, 이세돌의 승리를 확신한다고 방송했다. 또한 언론의 취재에 응한 이세돌은, 한 판이라도 자신이 진다면 그건 알파고의 승리라고까지 호언하며 승리를 자신했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달랐다. 알파고를 개발한 사람이 웬만큼 자신이 없다면 세계 최고수에게 도전장을 던졌을 리 없고, 또한 최초 개발자이자 설립자인 옥스포드 출신 중국계 영국인은 수학 천재로 아마추어 바둑 고수이었다. 가로, 세로 19줄.. 더보기
동(東)과 서(西)의 차이(續編) 지난 4월 17일에 쓴 '동(東)과 서(西)의 차이' 에서 이어지는 것으로, 지난 4월 15일에 방송한 1부, '명사로 세상을 보는 서양인, 동사로 세상을 보는 동양인'에 이어, 22일 교육방송인 EBS에서 방송한 2부 '서양인은 보려하고, 동양인은 되려한다.'이다. 이번에도 역시 퀴즈로 시작하는데, 아래 그림에서 가장 앞에 있는 물건은 어느 것인가? 라는 질문이다. 크게 보이는 제일 아래 것인가? 아니면 제일 작게 보이는 맨 위에 있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그리스와 로마를 기원으로 하여 기독교 사상을 중심으로 한 서양문명과 중국의 고대문명을 기원으로 불교와 유교사상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동양문명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법에서부터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한다. 즉, 자기 .. 더보기
제주를 찾는 분들에게 제주는 누가 뭐래도 한국에서는 제1의 관광지입니다. 공항을 나서면서부터 볼 수 있는 아열대 식물인 팜트리와 야자수는, 이곳이 마치 한국이 아닌 외국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처음 집사람이 제주에 가서 살자고 했을 때, '섬'이라서 답답할 것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그런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대신 은퇴하는 마당에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의 선택은 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이유는 도시의 편리함과 농촌의 쾌적함을 동시에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각설하고, 이 글을 쓰려는 목적부터 밝히겠습니다. 제주에 와서 사시라고 권하기 위한 것은 절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달 초에 'NY벙개'님 부부와 '코리'님이 다녀가셨고, 다음 주에도 다.. 더보기
동(東)과 서(西)의 차이 재미있는 다큐를 보고, 그 재미를 여러분들과 나눌까 합니다. 사실 서양문화의 뿌리는 로마이고, 동양문화의 뿌리는 중국이라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미국과 캐나다는 한국의 동쪽에 있고 호주는 남쪽이지만, 모두 서양문화일 뿐입니다. 즉, 이민 1세대는 동양적 사고를 가지고 서양에 살고있는 셈이지요. 따라서 서양인들과 친구가 되기도 힘들고 그들과 섞이는 것, 또한 쉽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은 어떨까요? 동양적 사고의 뿌리를 둔 부모 밑에서 서양식 교육을 받으며 그들 틈에서 생활하고 자랐습니다. 정체성에 혼란이 우리 보다 훨씬 더 심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아이들의 고민과 갈등을 이해하려고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자, 우리 이민자들은 동·서양의 차이가 무엇인.. 더보기
병원과 친해지다 병원에 가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내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살 때는 병원에 갈 일이 별로 없었다. 30년 전 부친 회갑 때, - 옛날에는 환갑잔치도 했고, 회사에 부모회갑을 보고하면 얼마간의 축하금도 나왔다. 하하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다. - 과식을 했는지 잔치 다음날 배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맹장염 같다며 수술한 것과 알러지 비염으로 코가 막힌 탓에 코로 숨쉬기가 어려울 때 갔던 게 다다. 미국에서는 의료보험이 있었어도, 웬만하면 참고 견뎠지 병원에 가기가 꺼려졌는데, 그 이유는 집 가까운 닥터오피스는 영어 때문에 위축되었고, 한인이 사는 곳까지 가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했고 한 시간을 운전해서 가서도 한참씩 기다려서야 의사를 만나는 게 너무 귀찮았다. 그러나 50대에 들어서면서 .. 더보기
20 most beautiful places in South Korea - CNN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40곳이 있다. 그 중에서 상위 20곳을 이곳에 소개한다. (출처: http://travel.cnn.com/gallery-40-travel-destinations-south-korea-742046) 1. 한라산 △ 등산은 오직 낮 시간에만 허용된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또한 제주도의 가장 상징적인 지형으로 약 4000 종의 동물들이 살고 있다. 등산코스는 아주 아름답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겁이 나기도 한다. 2. 창덕궁 △ 지금 많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궁궐이기도 하지만, 조선왕조에 걸쳐 많은 군주들에게도 그랬던 장소이었다. 다섯 곳의 대궁전 중에서 두 번 째로 오래된 창덕궁은 - 창경궁은 다른 곳이다 - 뛰어나게 아름다운 곳 중에서도 으뜸으.. 더보기
동창회 3~40년 정도 된 이야기다.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 과 친구들은 뿔뿔히 흩어졌다. ROTC들은 군대에 갔고, 군대에 미리 갔던 친구들은 돌아와 복학을 하기도 했고, 대학원을 가거나 취직을 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유급을 해서 아직도 학교에 남아있던 친구들도 있었다. 1970년대 전교생이 등록금 절반 정도의 장학금 혜택을 받는 국립특수대학으로, 등록금이 다른 국립대학의 절반도 안 되었다. 다섯 개 학과에 한 학년이 180명 밖에 안 되는 작은 규모의 단과 대학이었지만, 저렴한 학비 때문에 가난한 처지의 학생들이 많았고, 평균 예비고사 성적만은 서울대 보다 높았다. 유급률이 얼마나 높았던지, 3학년이 되었을 때는 40명 동기 중에 19명만 남았었다. 겨우 유급을 면하고 졸업한 나는 멍청했던 탓에 육군 일반병으.. 더보기
아껴야 할 것과 아끼지 말아야 할 것들 살아가면서 아껴야 할 것과 아끼지 말아야 할 것들도 세월에 따라,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 같다. 젊었을 때는 시간을 아껴야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공부하는데 비용과 시간을 아끼지 말아야겠지만, 나이가 들면 그런 상황은 아무래도 달라진다. 세월을 불문하고 아끼지 말아야 할 것들은, 웃음과 땀 그리고 배풂이고, 아껴야 할 것들은 말과 시간과 에너지다. 나이가 들어서는 말하는 것을 아껴야 하고, 지갑 여는 것에 아끼지 말아야 한다. 몸을 깨끗이 하고 많이 움직이는 것을 아끼지 말아야 하고, 아껴야 할 것은 노년의 시간이고 생각이며 건강이다. 나중에 더 나은 삶을 살겠다고 아껴두었던 모든 것은 후회가 되어 돌아온다고 한다. 그래서 돈과 사랑이 남아있다면 아낌없이 풀라고 충고한다. 당신의 건강과 당신에게 주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