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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야기/기타

동(東)과 서(西)의 차이(續編)

지난 4월 17일에 쓴 '동(東)과 서(西)의 차이' 에서 이어지는 것으로, 지난 4월 15일에 방송한 1부, '명사로 세상을 보는 서양인, 동사로 세상을 보는 동양인'에 이어, 22일 교육방송인 EBS에서 방송한  2부 '서양인은 보려하고, 동양인은 되려한다.'이다. 


이번에도 역시 퀴즈로 시작하는데, 아래 그림에서 가장 앞에 있는 물건은 어느 것인가? 라는 질문이다.  크게 보이는 제일 아래 것인가? 아니면 제일 작게 보이는 맨 위에 있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그리스와 로마를 기원으로 하여 기독교 사상을 중심으로 한 서양문명과 중국의 고대문명을 기원으로 불교와 유교사상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동양문명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법에서부터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한다. 즉, 자기 자신이 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양에서는 자신이 보고 느끼는 것을 남들도 똑같이 보고 느낀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대상(Object, 물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양에서는 물체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삼라만상을 이루는 물질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 서양에서는 '보는 것'이 바로 '믿는 것'이 된다. 믿기 위해서 보려고 노력했고, 따라서 자연과학이 발달했다. 또한 '나는 본다'가 곧 '나는 이해한다'가 된다. 동양적 사고로는 그냥 받아들이기에 의아하기만 하다.

 

▼ 반면에 동양에서는 '보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있어서 '보이는 것'으로 생각했다. 즉, '견(見)'자는 '보이다, 나타나다' 라는 뜻이다.


▼ 즉, 서양인의 이런 관점을 인사이더 관점이라고 하고,


▼ 동양인의 관점을 아웃사이더 관점이라고 한다.


 

▼ 동·서양의 이러한 근본적인 개념의 차이는, 서로 섞이기에 쉽지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민이라는 것은 동양적 사고를 가진 우리가 서양문명 속에 녹아드는 것인데, 이민 1세대, 특히 나이가 들어서 이민 갈수록 어려움이 큰 것은 이러한 근본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속으로 들어가라'고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 우리의 민화(民畵)다. 서양의 원근법과는 반대개념이다. 대상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이런 그림이 가능했다.

 

 

맨 처음 그림으로 돌아가서, 질문에 대한 답이다.


서양인은 가장 작은 물체, 즉 제일 위에 있는 물건을 제일 앞에 있다고 답했다. 자기가 사물을 보는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동양인은 가장 큰 그림을 앞에 있다고 대답한다. 대상, 즉 물체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부정의문문'이다. "Don't you like an apple?"하고 물었을 때, 동양인과 서양인의 대답은 반대가 된다. 서양인이 부정의문문이든 긍정의문문이든 상관없이 'Yes'나 'No'로 답하는 것은 내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지만, 동양인은 묻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아니요, 나는 좋아합니다."라고 대답한다는 것이다. 시험문제로 나오면 곧잘 맞추지만, 실상 생활에서는 이민 초기에 정말 많이 헷갈렸다.


미국에서는 친구나 손님이 방문하면, "What would you like to drink?"하고 선택권을 손님에게 준다. 자신이 줄 수 있는 음료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Soda, water, juice, coffee or tea?" 가 뒤따른다. 한국이라면, "덥지? 잠깐만 기다려!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갖다줄게!" 하고 자기가 결정한다. 순간적으로 상대방 입장이 되어서, 더운 날 이렇게 찾아왔으니 목이 탈거야. 시원하게 얼음을 넣은 커피를 줘야겠다. 커피를 좋아하는 친구니까! 하고 결정해 버린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가 불편과 오해를 낳기도 한다. '보면 몰라! 적당히 갖다주면 돼지, 대답하기 귀찮게 왜 물어보는거야!' 하는 거북함이 되거나, '물어보지도 않고 지 멋대로 갖다주는 거야! 예의가 없는 것 아냐!'라는 식이다. 식당에 가서 마음대로 착석하는 우리식에 익숙해있다가, 미국에서 기다리는 것이 안내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짜증이 나기도 한다.


▼ 개인(Individual)이라는 단어는 'In + Divide'의 합성어, 즉 더 이상 나눌 수 없다는 뜻이다. 서양에서 개인은 모든 사고의 중심에 있고, 개인주의가 발달하는 근본이 된다. 모든 물질의 기본 요소인 원자(Atom)가 라틴어로 더 이상 자를 수 없다는 뜻의 'Uncut'과 같은 의미다.

 

 

 ▼ 이 분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우리는 종종 나를 위한 최선이 다른 사람을 위한 최선이 아닌 상황을 종종 만나게 된다. 때로는 그 다른 사람이 가족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타인은 항상 나 자신만큼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나의 성공, 나의 일, 나의 기분이 가장 중요하다.'

 

 

 

단테의 말이다. "남의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목적을 위해 생존하자"

 

 

▼ 이 분의 말도 들어보자. "물론 중국이나 한국에서도 행복의 중요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미국처럼 행복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국에서는 행복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믿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희생하려고 하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자신의 행복과 부모의 기대가 대립하는 경우,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선택을 한다."

 

 

▼ 서양인들이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는 독립적(Independent)라는 단어는 '매달리지 않는'의 어원을 갖는다. 부정적의미의 접두사인 In과 매달린다는 뜻의 Pend의 합성어다. 서양인들의 사고방식에 대한 정의는 계속된다. "자기 혼자 힘으로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것은 지나치게 똑똑함을 추구하거나 거의 불가능한 수준으로 능력있는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거의 슈퍼맨 수준의 자아를 지향한다. 

 

 

▼ 그녀의 말은 계속된다. "자신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도록 아이들을 키우고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들에게 '내가 최고다, 나는 똑똑하다, 나는 능력있다, 나는 할 수 있다'고 말하도록 장려한다."

 

 

▼ 실제로 실험에 의하면 서양인들은 동양인들보다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면 항상 알아챌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한다는데, 개인주의 성향이 많은 서양인들이 이와 같은 진술에 동의했다고 한다.

 

 

▼ 동양에서는 '겸손'을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치지만, 서양에서는 '똑똑함'이 인정받는다. 하지만 그게 뭘 의미하는가 하는 것은 문화에 따라 다르다. 동양에서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표현한다는 말은 법을 어기지않고, 경우에 맞게 행동하고, 좋은 친구로서 신뢰받으며, 집단의 일원으로서 다른 사람을 잘 도와주는 것을 뜻하는 반면, 서양에서 자신을 긍정적으로 표현한다는 말은 다른 사람보다 똑똑하고 평균 이상으로 능력 있으며 독립적인 것을 뜻한다. 따라서 서양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인간형은 자신의 성격과 능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동양에서는 자랑하는 사람은 바람직하지 않다. 겸손하고 규칙을 준수하고 경우에 맞게 행동하는 사람이 바람직하다.

 

 

이런 문화적 차이는 동서양 간의 커다란 다름을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서양의 엄마는 아이들이 아침으로 어떤 시리얼을 먹을지 선택하게 하는 반면에, 동양의 엄마들은 아이들의 아침식사로 어떤 것이 좋은지 결정을 해서 준비한다. 아이들도 엄마의 결정을 신뢰하고 따른다. 아이들을 공부시킬 때도, 풀어야 할 문제를 서양의 아이들은 스스로 선택하고, 동양의 엄마는 아이가 풀어야 할 문제를 선택해준다.

 

 

▼ 유럽계 미국인들은 자신이 선택한 문제를 더 잘 풀었고,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부모가 선택해준 문제를 더 잘 풀었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행동양식이 달라진다. 서양인들은 판단의 기준이 자신의 내부에 있기 때문에, 스스로 정당하다고 생각하면 남의 판단에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한다. 반면에 동양인은 자신을 독립된 개인으로 보지않고, 그룹이나 사회에 속한 일원으로 보는 탓에,  사회 속에 자신의 역할이나 지켜야할 규범같은 것에 정당성이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끊임없이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동료, 상사,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정당성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름은 느끼는 행복감에서도 차이를 만든다. 동양인은 개인의 행복과 만족감을 찾는데 서양인보다 불리하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의 평가 속에서 행복을 찾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특성은 동아시아인에게 두드러진다고 한다.

 

▼ 동양인의 사상에 뿌리가 '일중다 다중일' 사상이라고 한다. 부분이 전체가 되고 전체가 부분이 된다는 것인데, 자연현상도 그와 같다는 생각으로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데 중점을 두고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고, 이런한 이치에 순응하지 않을 때 건강을 잃는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 서양인은 '자연의 이치' 보다는 '인간의 정신'이 더 우위에 있다고 믿어왔다. 괴테는 말했다. "건축가는 이러한 자연이라는 우연덩어리를 최대한 경제적이고 합목적적이며 확고하게 그의 정신에서 우러나온 원형상으로 만들어 놓을 때만이 자신의 이름값을 하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진리를 발견하게 하는 것이 자연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이라고 믿은 것이다.

 

그리스 시대부터 서양인들은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상을 관찰하고 분석함으로써 진리를 발견하게 되는데, 관찰의 주체인 인간이 서로 다르게 관찰할 수 있으므로, 서로 관찰한 것을 함께 토론하여 오류를 제거하는 과정을 통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양인에서는 전통적으로 말을 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능력으로 여겨져왔고, 웅변과 수사학이 발달해왔다.

 

반면에 남의 눈을 의식하는 동양인은 토론과 논쟁에 약하다. 자신이 속한 그룹이나 사회로부터 이탈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동양인은 쉽게 자신의 주장을 접는다. 종북이니 좌빨이니 하는 말도 안되는 논쟁에 그토록 심하게 집착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 반대로 동양에서는 '말이 많은 사람'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일본에서는 '입은 불행의 원천이다'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진짜 많이 아는 사람은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건데, '겸손이 미덕'이라는 동양적 사고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노자 왈,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장자 왈, "득의망언(得意忘言), 뜻을 얻었으면 말은 잊어라!"  공자 왈, "언불진의(言不盡意), 언어로는 그 뜻을 다 전할 수 없다!"고 했다.

 

 

서양인은 말을 하면서 문제를 풀게했을 때 더 잘 풀었지만, 동양인은 침묵하고 풀었을 때 더 빨리 더 잘 풀었다 실험의 결과가 이같은 차이를 증명하고 있다.

 

 

▼ 자신이 보고있는 것이 모든 사고의 시작이 되는 서양사상은 '동질성의 원리(Principle of identity)'가 중심사상이지만, 대상이 보여지는 동양에서는 모든 대상이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변화의 원리'를 믿는다. 따라서 같은 산을 계절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부르는 것을 서양인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 교수의 이론은 계속된다. 태권도, 우슈와 검도같은 동양무술을 할 때 집중력을 위해 명상의 상태로 이르기 위해 마음을 깨끗하고 고요하게 하도록 한다. 미국인들은 이것을 마음이 텅 비었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런데 마음이 비었다는 것은 정신이 나갔다는 말이니까, 미국인들에게는 아주 무서운 얘기가 된다. 그러기 때문에 항상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고 독백을 하기도 한다. 미국인에게는 마음을 비우는 상태가 매우 어렵게 느껴진다.

서양인이 풍경화를 그릴 때는 캔버스와 물감을 가지고 나가 보면서 그리지만, 동양화에서는 화가가 풍경속으로 들어가 감상하고 난 후, 집에 돌아와서 머리 속에 있는 것을 그린다. 서양인은 자연을 보이는 대상으로 그리지만, 동양인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자연과 일체가 되어 느끼는 감정을 그리는데, 마음을 비우지 않고는 자연과 일체가 될 수 없다.


이처럼 동양인과 서양인은 대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 서양인은 대상을 보고 분석함으로써 이해하려고 하지만, 동양인은 대상과 하나가 되려고 한다. 즉, 서양인은 보려하고 동양인은 되려하는 것이다.


<후기>

이 프로의 내용이 100% 맞는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대학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을 많이 인용하였으니 일반적으로 상당부분 일리있다고 보여집니다. 동양적 사고를 갖고 서양문화 속에서 살아야하는 이민자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런 내용을 이민가기 전에 알았다면, 이민생활이 다소나마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카메라를 갖고 다니지도 않고, 스마트 폰으로도 사진을 찍지 않는 친구가 있습니다. 19살에 부모님을 따라 이민을 갔다가, 연방 공무원으로 은퇴하여 제주에 사시는 분입니다. 사진을 찍는 대신, 풍경을 기억 속에 넣으려고 노력하는 거지요. 그냥 보지 않고, '되고자 하는' 동양인의 사고가 읽혀집니다. 그러니 미국에서 40년을 살았어도, 언어와 재정 등 미국에서 지내기가 힘든 저와는 다르게 모든 면에서 미국에 사는 것이 더 편할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제주에 베이스캠프를 차리려는 이유를, 이 프로를 보고나니 분명해집니다. ㅎㅎㅎ


수양하고 도를 닦으면 스스로 부처가 된다는 동양의 불교와, 예수님(신)을 열심히 믿고 따라하면 구원을 받는다는 서양의 기독교도 이러한 동서양의 차이가 만들어낸 것 아닐까요?


 

40분짜리 TV프로그램을 그냥 시청해도 되지만, 글이 더 확실하게 의미를 전달한다는 생각에 다소 길지만 - 이민1세대가 생존을 위해서는 그 나라 속으로 들어가야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라는 의미에서 - 꼭 쓰고 싶었던 글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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