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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야기

종합건강검진

2년마다 돌아오는 건강검진을 지난주에 받았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보험제도를 갖는 한국의 시스템 상, 모든 한국의 국민은 주기적인 메디컬 체크를 하게 된다. 귀국한 이후 세 번째다. 미국에서는 의료보험이 있었어도 의무적으로 건강검진을 하지는 않았다. 몸에 이상이 있을 때만 병원을 찾았을 뿐, 메디컬 체크를 위해 병원에 가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주위에서 누가 암에 걸렸다거나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나, 신문에서 한국인의 30%는 암에 걸려 사망한다는 기사를 접할 때는 찜찜했다.


2년 전 검사에서는 혈액 등 검사에서 나타난 수치들이 별로 좋이 않아, 대사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던 것이 걸려서 그동안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얼마나 좋아졌는지 궁금해 일찌감치 예약을 해두었다. 아침에 일어나 일을 보면서, 사전에 지시받은 대로 대변을 찍어 준비된 용기에 담았다. 전날 10시 이후로는 물도 마시지 말라는 지시도 받았으나 저녁을 일찍 먹고 8시 이후부터 물을 포함 아무 것도 먹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이것은 위 내시경 때문이었다.


우편으로 온 건강검진 안내문에 의하면 일정 나이 이상(만 40세나 50세)이 되면 의무적으로 암검진을 실시한다. 위암, 대장암, 간암검사가 그것이다. 여성은 여기에 유방암과 자궁암이 추가된다. 대장암과 간암은 1년마다 검사하는데 간암은 B형간염 같은 고위험군 속한 사람에 한하며, 대장암은 대변검사에 증후가 발견될 때만 내시경과 같은 추가 검사를 한다.


아침 8시 40분경에 병원에 도착해서 왔다는 것을 간호사에게 알리고 잠깐 기다렸더니 이름을 불렀다. 키와 체중을 재고, 시력과 청력검사를 간단하게 하고는 혈압을 쟀다. 운동 덕분인지 전에는 다소 높았던 혈압이 정상이었다. 다음은 엑스레이 촬영인데, 그 전에 검사료를 내라고 한다. 6,310원으로 6불도 되지 않은 금액이었다. 가슴 엑스레이를 찍고는 소변을 받아 제출하고, 혈액검사를 위한 피를 뽑았다.


다음은 의사 면담이었다. 위 내시경 검사에 대한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 내가 작성한 설문지를 보고는 술을 줄이라는 말과 체중을 빼야겠다는 말을 들었다. 바로 위 내시경 검사실로 올라갔다. 검진표를 간호사에게 주고, 받은 약물을 삼키고 15분 정도 기다렸을까? 이름을 부르기에 곧바로 들어가 병상에 누웠다. 5분 정도의 사전준비가 끝나자 의사가 들어와 입에 호스를 넣었다. 두 번의 역겨운 삼킴으로 내시경이 식도를 통해 위로 들어가는 느낌이 왔다.


삽입이 너무 빠른 듯한 느낌이 전해지고 기분 나쁜 역겨움이 있었지만,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의사는 연신 발로 셔터를 눌러대며 사진을 찍었다. 고통 때문에 시간이 더 길게 느껴졌는지는 몰라도 5분은 넘은 것 같았다. 역겨움을 덜기 위하여 '우~'하는 신음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검사가 끝났다는 간호사의 말이 들리고 식도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검사실로 가서 의사를 만났다. 의사는 모니터로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식도, 위의 입구, 위벽, 십이지장이라는 설명과 함께 선명한 사진들을 보여주며 화살표로 표시된 곳을 다시 가리켰다. 위는 건강하지만 식도에 '역류성 식도염' 증세가 있다는 것과, 좁쌀처럼 보이는 것이 있으니 소화기 내과에 진료를 받으라고 조언했다. 이로서 한 시간 남짓 걸린 종합건강검진은 모두 끝났다. 채취한 샘플에 대한 화학적 분석을 포함한 자세한 결과는 우편으로 보내질 것이다. 


2년 전 검사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소화능력에 전혀 문제가 없었기에 따르지 않았던 전력이 있어 망설이다가 이번에는 진료를 받기로 하고 접수대로 가서 진료신청을 했다. 의사는 일단 약을 두 달 동안 먹어보고, 그 후에 다시 내시경 검사를 하자고 했다. 미국에서도 '역류성 식도염' 진단을 받고 약을 먹었으나 치료되지 않았던 병이다. 그렇다고 소화나 생활하는데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고구마나 떡을 간식으로 먹으면 속쓰림이 오거나 답답할 때가 간혹 있을 뿐이다.


또 한 번 속아보기로 했다. 진료비 8,300원을 내고 처방전을 받았다. 처방된 약은 8주치 펩타졸이었다. '헬리코박터' 세균에 의한 궤양치료 항생제다. 약값은 22,800원이었다. 위 내시경을 포함한 건강검진과 내과진료, 두 달 치 약값으로 37,410원을 지불했고, 시간은 약 두 시간 반이 걸렸다. 다른 것은 몰라도 병원진료만큼은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이 편리하다. 단, 큰 병에 걸려서는 안 된다.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운동장을 15바퀴나 힘들게 뛴 이유다.


<후기>

혹 관심이 있는 분들이 있을지 몰라 비교적 자세히 적었습니다.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사는 동안은 건강하고 싶어서 건강만큼은 나름대로 신경을 씁니다. 건강이 유일한 자산이기도 하고 또 나이도 있으니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할 겁니다.

수면 내시경을 할 수도 있지만, 웬지 내키지 않아서 저는 일반 내시경을 합니다. 전에는 대장 내시경도 했었는데, 언제부턴가 대장내시경은 변검사도 대체되었습니다. 변검사에서 대장암 증후가 있을 때만 내시경을 합니다. 대장 내시경은 사전 준비가 훨씬 불쾌해서 피검사자 입장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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