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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야기/기타

제주를 찾는 분들에게

제주는 누가 뭐래도 한국에서는 제1의 관광지입니다. 공항을 나서면서부터 볼 수 있는 아열대 식물인 팜트리와 야자수는, 이곳이 마치 한국이 아닌 외국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처음 집사람이 제주에 가서 살자고 했을 때, '섬'이라서 답답할 것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그런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대신 은퇴하는 마당에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의 선택은 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이유는 도시의 편리함과 농촌의 쾌적함을 동시에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각설하고, 이 글을 쓰려는 목적부터 밝히겠습니다. 제주에 와서 사시라고 권하기 위한 것은 절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달 초에 'NY벙개'님 부부와 '코리'님이 다녀가셨고, 다음 주에도 다녀갈 분이 있는 걸로 알고 있으며, 어제는 '경주애인'님이 7월 말에 다녀가시겠다며 교통편을 물어보셨습니다.


그래서 제주의 교통편이나, 제주에서 찾아갈만한 곳 등을 소개하는 것이 제주에 사는 사람이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이 글을 쓰게하고 있습니다.


● 제주의 교통편: 모든 정보는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 항공편: 서울 김포 ~ 제주 간의 항공편은 웬만한 버스노선보다 자주 있습니다. 아침 6시부터 저녁 10시까지 10분에서 15분 간격으로 있습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는 편도 10만원 선이고, 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등 저가항공으로 분류되는 5개 항공사는 편도 5만원 안팍에서 구입이 가능합니다. (유류할증료과 공항이용료가 첨가되며, 성수기와 비수기 그리고 이용시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일주일 전에 예매를 하면 싸게 구입할 찬스가 있고, 서울에서 올 때는 오전보다는 오후가, 제주에서 서울로 갈 때는 오후보다는 오전의 항공편이 더 싸게 구입할 찬스가 많습니다.


서울만큼 자주 있지는 않지만 서울 이외에도, 부산, 광주, 대구, 청주 등에서도 항공편이 있어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항공편을 알아보는 웹사이트로 http://www.webtour.com 을 추천합니다.


- 선박편: 인천과 부산, 목포, 장흥, 완도, 고흥에서 제주로 왕래하는 페리가 있습니다. 페리의 장점은 승용차를 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점은 일기가 나쁘면 출발하지 않습니다. 인천 ~ 제주 페리는 이번 세월호 사건으로 영향을 받아 잠정 중단된 상태일 것이고, 장흥은 제주의 동쪽 성산항을 기항지로 하고 있으며, 다른 선박편은 제주항으로 들어옵니다.


- 렌트카: 제주가 섬인만큼 렌트카는 아주 흔하고 경쟁이 심해서, 비수기에는 저렴하지만 성수기에는 제 값을 다 주어야하고 구하기가 힘들 수도 있습니다. 차량 종류에 따라, 소형 경차일 경우 1일 2만 원대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나 뉴욕이나 LA같은 복잡한 도시에서 운전하시는 분이 아니면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만큼 이곳의 운전질서가 엉망입니다.


- 대중교통: 제주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여러 노선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제주 ~ 서귀포 간은 평균 15분 간격으로 버스가 있으며, 해안선을 따라 운행하는 동일주노선이나 서일주노선 버스도 이용하기에 불편이 없습니다. 다만, 버스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나 띄엄띄엄 다니는 곳도 많으나, 어디든 콜택시를 부르면 손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 택시 대절: 택시를 하루 전세 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보통 10만원선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택시를 이용하게 되면 택시기사들이 커밋션을 받는 음식점이나 관광지로 안내한다는 소문도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관광지, 둘러볼만한 곳


영주십경(瀛州十景)은 제주에서 경관이 특히 뛰어난 열 곳을 선정한 것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제1경 성산출일 (城山出日) - 성산의 해돋이 과정

제2경 사봉낙조 (紗峯落照) - 사라봉의 저녁 노을

제3경 영구춘화 (瀛邱春花) - 영구(속칭 들렁귀)의 봄꽃

제4경 정방하폭 (正房夏瀑) - 정방폭포의 여름

제5경 귤림추색 (橘林秋色) - 귤림의 가을 빛

제6경 녹담만설 (鹿潭晩雪) - 백록담의 늦겨울 눈

제7경 영실기암 (靈室奇巖) - 영실의 기이한 바위들

제8경 산방굴사 (山房窟寺) - 산방산의 굴 절

제9경 산포조어 (山浦釣魚) - 산지포구의 고기잡이

제10경 고수목마 (古藪牧馬) - 풀밭에 기르는 말


위 열 곳을 계절마다 다 가볼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하지만, 옛날에 정해놓은 것이므로 지금도 통할지는 의문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꼭 가볼 곳 세 곳을 꼽으라면, 성산일출봉, 산방산 부근의 용머리해안, 한라산 사라오름입니다. 그 밖에, 중문의 아름다운 해변, 외돌개 주변의 경치, 고산의 수월봉 일대 등입니다.


최소 2박 3일부터 4~5일에 이르기까지 체류기간에 맞춰 돌아볼 곳을 얼마든지 플렉서블하게 짤 수 있습니다.


- 등산 코스: 한라산 성판악에서 출발, 백록담을 거쳐 관음사에 이르는 한라산 코스(7~8시간 소요)와 영실에서 윗새오름을 거쳐 어리목 코스로 하산하는 코스(5~6시간 소요)가 있습니다. 또한 올레길 9코스도 거의 등산에 가까운 코스입니다.


- 걷기 코스: 제주도에는 걷기에 좋은 곳이 참 많습니다. 올레길 21개 코스와 부속 5개 코스 중에서 꼽으라면, 8, 10, 21코스를 추천합니다. 또 2, 13, 14-1 코스도 추천할만 합니다. 올레길 외에도 사려니 길, 절물, 삼다수 길 등 추천할만한 곳이 다수 있습니다.


- 박물관 및 테마파크: 제주에는 관광지답게 수많은 그러나 대부분 허접한 박물관 및 테마파크가 많습니다. 10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돌 박물관부터 섹스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많습니다. 중국에서 온 아이들을 고용한 서커스단도 있지요. 대부분 저는 가보지 않아서 잘 모릅니다. 오직 한군데 추천할만한 곳은, 6~70년대의 옛날 추억이 그리운 분들에게 '선녀와 나뭇꾼'이라는 Theme Park를 추천합니다. 선데이 서울같은 잡지부터, 석탄난로에 도시락 데워먹던 옛날 교실까지 재현해 놓은 곳입니다. 

제주 자연사 박물관, 해녀 박물관 같은 도(道) 정부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은 관심있는 분들에게는 괜찮습니다. 또한 성읍의 민속촌이나 표선의 민속박물관도 가볼 만한 곳입니다.


- 폭포와 동굴: 서귀포에 천지연과 정방폭포가 있고, 중문에 천제연폭포가 있는데, 시간이 충분하면 다 둘러봐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천지연 폭포만 보시라고 권합니다. 동굴로는 유명한 만장굴과 나중에 발견된 미천굴 및 협재굴이 있습니다만, 저는 만장굴 밖에 가본 곳이 없습니다.


 숙박


- 호텔: 5만원에서부터 2~30만 원에 이르는 고급호텔까지 다양합니다. 이곳에서 잠만 자는 분들을 위해서는 5만원 짜리도 괜찮습니다. 숙박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을 위하여 아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인들을 위한 음식이 주종입니다. 바다가 보이는 방은 만 원 정도 더 비싸고, 현금으로 결제하면 10% 할인 받을 수도 있습니다. 칼 호텔, 라마다 르네상스, 하이야트, 신라 등이 고급호텔입니다.


- 펜션 및 리조트, 콘도: 4인 이상일 경우에는 호텔보다 편리하고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가격은 4인 기준 10만원±5만원으로 주중과 주말,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더 비싼 곳도 있습니다.


- 게스트 하우스: 보통 B&B(Bed and Breakfast)와 같은 개념입니다. 6인실, 4인실, 2인실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인당 2만원 선입니다. 올레길을 걷는 분들에게는 좋은 선택입니다. 짐을 다음 묵을 게스트 하우스까지 운반해주고, 출발장소까지 라이드도 준다고 합니다.


 음식과 술


- 회: 바닷가 섬에 왔으니 싱싱한 회를 맛보시려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관광지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바다경치를 즐기며 드시려면 주량에 따라 1인당 5~10만원 정도 듭니다. 그러나 재래시장이라면 똑같은 싱싱한 회를 일인당 3~4만원 정도로 충분합니다. 물론 바다는 보이지 않겠지요.


- 관광지 음식점: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음식점은 대체로 비쌉니다.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갈치국이나 그 밖에 전복탕, 생선구이 같은 음식은 일인당 만 원에서 만 오천 원 가량 합니다.


- 제주 토속음식: 고기국수, 몸국, 흑돼지, 말고기 등이 있습니다. 제가 먹어본 것들 중에 특별한 것들로, 밀국수(밀로 만든 냉면), 회국수(회를 고추장을 넣은 비빔국수), 각재기국(전갱이를 넣고 끓인 것으로 시원한 느낌) 같은 것도 있습니다. 말고기도 육회와 곰탕을 먹어보았는데, 아주 고소하고 괜찮았습니다.


- 술: 한라산이라는 소주가 있습니다. 하얀색은 21도, 초록색은 19도이고 제주의 물이 좋아서 그런지, 뒤끝이 깔끔하다는 평판을 받고 있습니다. 또 제주막걸리가 있는데 유산균이 살아있는 생막걸리라, 좋아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음식점에서 소주는 병당 3천원에서 3천5백원, 막걸리는 2천원에서 3천원을 받습니다.

 

이상으로 제주에 관한 정보를 알려드렸습니다. 앞으로 방문하실 계획이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카페를 통해서 오시는 분들을 제가 집에 모셔야함에도, 형편상 그러지 못함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덧붙일 것이 있습니다. 오셔서 연락해오는 분들을 만나 같이 다니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개인적으로 재미가 있고 즐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곳에 오시는 분 대부분이 조금이라도 폐(?)가 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십니다. 저는 작년에 미국에서 폐를 끼치며 돌아다녔는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가실 때 공항에 데려다 주면, 기름값이라도 하라며 배춧잎들을 쥐어주는 바람에, 받아라, 못 받는다 하며 싱갱이가 벌어지곤 합니다. 해서 꼭 주시겠다고 하는 분들에게는 공개적으로 받겠습니다. 대신 제가 가이드 노릇을 정식으로 하면서 정당하게 받겠습니다. 이 카페 회원에 한해서 하루 5만원에 추가 소요 비용을 받겠습니다. 다만, 제 차가 소형차라 불편할 것을 각오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안 주셔도 괜찮습니다. 이건 진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