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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나은 세상을 위하여

Glory taking, blame passing 모든 사극(史劇)에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충신과 간신이다. 극에서는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지는 않지만, 이 둘의 차이를 굳이 생각해본다. 먼저, 사극에서 충신들이 하는 언행의 특징들로, 이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머리에 떠오르는 것만 나열해보면 이렇다. - 자신이나 가정의 안위보다는 군주와 백성을 먼저 생각한다.- 옳고 그른 것의 사리분별이 분명하여 임금이 듣기 싫어하더라도 직언을 서슴지 않는다.- 신념과 소신이 쉽게 변하지 않으며, 이에 어긋나는 일은 추구하지 않는다.- 솔직하고 책략이 부족해서 모함이나 누명에 약하다. 반면에 이와 반대되는 행태가 간신들의 특징이겠으나 이 또한 나열해보자. - 군주와 백성이 어떻게 되던 일신의 영달과 가문의 광영이 중요하다.- 옳고.. 더보기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 (노스텔지어라는 분은 인터넷에서 조우한 최고의 글쟁이 중의 한 분입니다. 만난 적은 없지만 촌철살인의 글이 좋아 그분의 불로그에 새 글이 올라올 때마다 가져오고 있습니다. 시를 표방하여 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글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코스모스 하늘대는 둑길을 지나고 철길을 건너그대 등에 기대어 한없이 걷고 싶다 인터넷 시대니 쇼셜 미디어(SNS)시대니 난리지만나와는 관계없다바쁠 때일수록 돌아가라고아이들이 죽어간다는 문서를 가지고세월아 네월아 한가롭게 자전거를 타고와서벨을 두 번 눌러도 그가 연서를 전하러 온우체부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어차피 읽어봐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니나와는 관계없다오늘 밤에 촛불이 바람에 번져도나는 나의 길을 꿋꿋이 가야 한다머리를 올리고 주름을 펴야 한다 아무도 .. 더보기
앵커브리핑과 항소이유서 '땡전뉴스'라는 것이 있었다.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땡'하는 아홉 시 시보와 함께 TV에서 뉴스를 전하는 앵커의 첫마디가, "전두환 대통령은 오늘 ~~" 하면서 그날의 대통령 동정을 첫 소식으로 전했기 때문에 붙여진 비하다.(Youtube 동영상보기) TV를 '바보상자'라고 비하하며, 멍청한 사람들이나 TV 앞에 앉아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다는 폭력적(?) 주장을 한 것도 '땡전뉴스'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혈기왕성한 서른 살 전후의 일이었으니까. 6년 전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 한국의 변한 모습에 감동이 여럿 있었다. 말단 공무원의 친절도 놀라움이었으나 더 큰 감동은 TV의 수준 높은 시사와 다큐 프로그램이었다.(지난 글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다.' 읽기) 일본의 NHK나 영국의 BBC에도 견줄만하다고 .. 더보기
우리에게 북한이라는 존재는? 어제의 일이다. 국정조사를 중계하는 국회방송을 찾느라 우연히 돌린 채널에서 축구를 중계하고 있었다.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결승(FIFA U-20 Women's World Cup Papua New Guinea 2016)이었는데, 전반 20분 즈음에 북한은 프랑스에게 1대 0으로 지고 있었다.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기도 했지만, 워낙 메가톤급 뉴스가 많아 스포츠에 관심이 사라진 탓에 언제 한 경기인지도 몰랐다. 원래의 목적을 잊은 채 채널을 고정시켰고, 어느새 북한을 응원하며 몰입하고 있었다. 나뿐이 아니었다. 중계를 하는 해설자도 아나운서도 북한 편이었다. 쌍꺼풀도 없이 광대뼈가 불거진 채 가무잡잡한 얼굴에서 20세 한창나이의 여성다움이나 발랄함은 찾아볼 수 없는 북한 선수들. 게다가 키까지 작아서 화려.. 더보기
탄핵정국을 보며 '대통령 탄핵'이라는 말을 처음 접한 것은,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 때문에 닉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던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유신의 서슬이 시퍼렇던 때라 그런 정도의 일로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기도 했다. 결국 닉슨은 탄핵받기 전에 사퇴함으로써 탄핵되지 않았고, 따라서 유죄판결도 피할 수 있었으며, 240년이 넘는 미국 역사상 아직까지 탄핵된 대통령은 기록되지 않고 있다. 십수 년 전 미국에 살면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기사를 접했으나, 한국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던 탓이었는지는 몰라도 '뭐 이런 걸 가지고 탄핵을 운운하나?'라고만 생각했다. 촛불집회를 하며 탄핵을 반대하는 민심을 도외시하고 국회는 탄핵을 가결했고, 그 여파로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 더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유일한 업적으로 마지막 남길 수 있는 것 (1년만에 노스텔지어의 글이 올라와 퍼왔습니다. 역시 통찰력이 시원합니다. 즐감하시기 바랍니다. 원글보기) 8.13.2016.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1년만인 것 같습니다. 글을 쓰지 않았더니 저의 글을 사랑해 주시는 여러분께서 많이 궁금해 하셨습니다. 심지어 죽은 것 같다는 메일도 여러 번 받았습니다. 전혀 이유는 없고 하는 비즈니스는 여전히 잘하고 있습니다. 단지 이유라면 저만이 알고 있는 글 구절 때문입니다. 나태 복음 제1장 7절에 나오는 글입니다. "쉴 때 확실히 쉬어라, 여행도 가슴 떨릴 때 해야지 다리 떨릴 때 하면 너무 늦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사랑도 창조해라" 우주가 도와주지 않아 사랑은 창조하지 못했지만, 글을 한 번 놓고 나니 자꾸 게을러졌습니다. 산으로 이사를 왔더니 자연 속에.. 더보기
내가 보는 김영란 법 25년 전 쯤, 이민이라는 일생일대의 결정을 놓고 숱한 나날을 고민했던 시절이 있었다. 회사에서 바쁘게 일하던 처지인데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도, 외국에 대해 많은 정보가 흔하지도 않았던 때라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간첩이 접선하듯 몰래 정보를 주고받았었다. 불합리하고 권위적인 상명하복 식의 직장이 견디기 어려웠을 뿐, 모든 것은 그런대로 순조로운 인생이었다. 운 좋게도 3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분당이라는 신도시에 서른 평이 넘는 아파트도 당첨되어서 시간만 가면 내 이름으로 된 집을 가질 수 있었고, (최근에는 신들도 다니고 싶어 하는 직장이라고 불리지만) 국영기업이었으니 신분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장이었다. 게다가 본사의 젊고 유능한 과장이었으니 처세만 잘하면 부장 승진도 맡아놓은 당상이었다... 더보기
(續) 나는 1등이 싫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스포츠인 프로야구가 지난 주 전반기 일정을 끝내고 이번 주부터 후반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총 10개의 팀이 단일 리그로 7개월 동안 팀당 144게임을 소화하는 국내 시즌이, 36개 팀이 양대 리그로 나뉘어 벌어지는 미국의 메이저리그에 수준이나 규모면에서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국인 특유의 열정이 담긴 응원과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경기 내용이, 재미에 있어서만큼은 메이저리그 부럽지 않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이래 줄곧 응원해오던 'MBC 청룡'이 오늘의 'LG 트윈스'다. 이팀은 금년에도 꼴찌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선수들 면면을 보면 절대로 허약한 팀이 아닌데도 나를 비롯한 팬들의 응원과 기대에 제대로 부응한 적이 없다. 무엇이 원인일까? (개인적인 소.. 더보기
나는 1등이 싫다! 한국에 돌아온 후 처음에는 TV의 모든 것이 재밌었다. ‘차마고도’와 같은 다큐는 물론이고 평소에 도외시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는 물론, 심지어 광고까지도 각별하게 흥미를 유발했다. 특히 ‘개콘’이라고 불리는 ‘개그 콘서트’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보았던 것도 그만큼 한국의 변화가 신기했고 그 변화를 이해하려는 시도였을지 모른다. 당연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보지 않는다. 그때 보았던 개콘에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외치는 코너가 있었다. 평범하게 생긴 낯선 코미디언이 술에 취한 채 파출소에 들어와,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이라던가, “1등만 좋아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외치며, 한국사회의 ‘웃픈’ 현실을 꼬집었다. (註: ‘웃픈’은 웃기지만 슬프다는 인터넷 신조어) 그런데 이 .. 더보기
'니스(Nice) 테러'에 대한 상념 “제주가 뭐 좋다고 사람들이 몰리고, 땅값이 그렇게 오르는지 모르겠어. 이거 뭐 잘못된 거 아냐?” “듀크, 프랑스 남부 니스나 칸느 같은 지중해는 어떤지 알아? 연중 평균기온이 15도 정도니까 살기 좋을 뿐만 아니라 자연환경이나 경치가 좋아서 백만장자가 아니면 집을 살 수가 없을 정도로 비싸거든. 게다가 여름이나 휴가철에는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물가가 열 배나 비싸진다고!” “뭐, 열 배! 두 배나 세 배가 아니고 열배라고? 너무 과장하는 거 아냐?” “아냐, 정말야! 두 배, 세 배 아니고 열 배. 여름 관광시즌이 되면 그곳에 사는 주민들도 빵이나 우유 같은 생필품 쇼핑하기 위해서 내륙으로 몇 시간씩 운전한다니까. 내가 보기에는 제주도도 곧 그렇게 될 거야. 니스처럼 두 부류로 나뉘는 거야. 우리처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