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민

운명과 인연 나는 운명론자는 아니다. 아니,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운명론을 무능력자의 한심한 변명이라고 비웃었던 적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리는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뿐이라고 했던가. 살면서 운명이라는 비과학적 요소로 해석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만나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정리해고를 당한 뒤 점점 무능력자가 되면서 운명이라는 존재에 의지하고 싶어졌다는 것이 솔직할 거다. "듀크, ○○○ 부에 대학선배 C과장이 있는데 이민을 간다네. 아이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구한다는데 내가 자네를 만나보라고 했으니까,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업무관계로 중요한 분이거든. 부탁한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과장의 부탁 전화 한 통이, 잠복되어있던 이민병.. 더보기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 뉴스는 대부분 자극적이다. 자극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뉴스도 상품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백화점에 진열된 상품과 마찬가지 이유로 눈에 잘 띄도록 하기 위해서 자극적일 필요는 충분하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바카라로 수만 불을 잃었다는 것보다는 어쩌다 당긴 슬롯머신에서 수십만 불이 쏟아졌다는 기사가,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거나 부동산으로 도널드 트럼프 같이 거부가 되었다는 기사가, 도박이나 주식, 부동산 투자 잘못으로 파산했다는 기사보다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은 당연하다. 뉴스의 소비자는 독자지만 수익은 광고주로부터 온다. 독자가 많은 뉴스나 시청률이 높은 방송에 광고가 몰리고 수익은 커진다. 주식투자 대박기사에는 증권회사의 광고가 몰리지만, 주식실패로 자살한 사람의 기사에 광고하는 회사는 없다. 이민도 마찬.. 더보기
절친의 절교선언 참 많이 아팠다. 정말이지 요 며칠 동안 마음과 함께 심한 가슴앓이를 하며 지냈다. ‘개ㅅ끼 같으니라고, 씨x놈’ 같은 심한 욕설을 나도 모르게 순간순간 읊조리기도 했고, 그래도 지난 40년 넘게 가까운 친구로 지내며 고마웠다는 자조적인 고소(苦笑)가 지어지기도 했다. 대학에서 처음 만난 이후 정말 좋은 친구로 지냈다. 우리가 다녔던 대학은 육성회비만 내고 수업료가 면제되던 국립대학으로 전교생이 장학금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실력이 없어 S대는 가지 못하고, 돈이 없어 K, Y대는 갈 수 없던 아이들이 많았다. 비슷비슷한 처지의 동창생들이었다. 친구가 2학년을 마치고 입대할 때까지 항상 붙어 다녔고, 학생들을 가르쳐 몇푼이라도 생기면 밤새 술을 마시며 개똥(?)철학을 논했었다. 통행금지에 걸리면 못 .. 더보기
후회와 인생 (이글은 '결단의 기로에 서서'라는 제목으로 '하얀물결'님이 2년 전에 쓴 글과 그 글에 대한 제 답글입니다. 약간의 편집을 했어도, 두 개의 글이라 읽기에는 약간 긴 글이 되었습니다. 당시에 역역이민 하신 어떤 분이 한국에 가서 살아보니 살 곳이 못 된다며 가지 말라는 글을 올렸었는데. 아마 거기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던 걸로 기억됩니다. 많은 공감이 가는 글이라는 생각에 '끌어올리기'를 했습니다.) 짧지않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인생을 사는데 정답이 있다면, 어덯게 하든 그 정답을 알아내서 그 길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정답대로 잘살아갈텐데 하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인생사에 정답이 없다보니 살아가는 동안, 순간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한치 앞도 모른 채 어느 한 길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 더보기
여동생과 조카 - 오빠, 첫째 아이는 모범 그 자체야! 걔는 통장도 나한테 맡기고 데빗카드 갖고 다니면서 자기 용돈만 써. 졸업논문은 통과 되었는데, 아직 수업이 안 끝나서 월요일에 수업 받고 저녁에 다시 내려갔다가 금요일 밤에 집에 와. 다음 주에 수업이 완전히 끝난다니까, 그 다음 주부터는 일요일 저녁에 내려갈 거야. - 둘째는 내 자랑이다, 오빠! 카톨릭 의전이 얼마나 들어가기 힘든데. 거기 합격자는 서울대나 카이스트 출신이 대부분이야. 내년 등록금이 벌써 나왔어. 입학금 포함해서 천 만 원이 넘어. 그런데, 걔는 한 번만 내 달래, 다음부터는 자기가 알아서 하겠데. 장학금 받을 자신 있다고 큰 소리다. 법학전문대학원(Law School)과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은 2천 년대에 들어서 법조인과 의료인 전문인력을 .. 더보기
이민을 위해 찾는 분들에게 (2013년 10월16일에 작성한 글) 최근에 간혹 이민을 떠나려는 젊은 분들이 찾아와 새로운 화제거리를 만들곤 합니다. 그런 젊은 분들에게는 가급적 정확한 정보를 주어서 그릇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이곳에 참여하는 분들이 어른으로써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우리 세대와는 다르게 넉넉하고 풍요롭게 살아온 세대라는 것을 고려해야겠지요. 돈도 많지 않고, 영어도 능숙하지 못하고, 생활을 위해 당장 써먹을 기술도 없고, 거기다가 어린 아이들까지 딸렸다면 그 생활이 어떨지 가히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아마 지옥에 가깝지 않을까요? 고생도 모르고 배고파 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중국이나 인도같이 가난한 나라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이민자들과 경쟁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노파심인가.. 더보기
상처 (2013년 6월 28일) 갑남을녀(甲男乙女)인 우리들은 모두 상처를 갖고 산다. 육체적 상처는 물리적 치료로 낫지만, 마음의 상처는 극복하기 쉽지 않다. 어릴 때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도 있고, 자라면서 형제나 친구 또는 선생으로부터 받은 상처도 있지만 자신에 의해 생긴 상처도 있다. 이런 마음의 상처는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고 잠재의식 속에 숨어있다가 순간순간 불현듯 떠올라 마음을 괴롭히거나 아프게 하기도 한다. 어리석게 살아온 내게도 그런 마음의 상처가 수도 없이 많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수수깡으로 공작물을 만드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방학숙제라고 거짓말을 하고 사서 가지고 놀았다. 개학 후에는 그 수수깡 공작물을 학교 가는 길에 남의 집 쓰레기 통에 버린 일부터, 궁내 나는.. 더보기
대화와 공감 (2012년 12월 21일에 쓴 글) 친구들을 만나서 즐거운 이유는 스스럼 없는 대화일 것이다. 말을 하는데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저 나오는대로 지껄이고 떠들다보면 잡념도 없어지고 스트레스도 풀린다. 이민생활에서도 그랬다. 교회나 성당에도 나가고 열심히 구역회도 참석하는 것도 그곳에는 이민자들이 겪는 공감이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즉 대화가 되는 상대를 만나서 웃고 떠들며 서로 고충을 토로하다보면 이민생활의 스트레스가 저절로 풀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때로는 큰 도움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다른 분들은 몰라도 나는 그랬다. 한국으로 돌아와 살게 되면서 느끼는 어려움 중의 하나가 바로 대화할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거다. 친구들도 옛날 같지가 않다. 지난말 몇 년 만.. 더보기
한바탕 잘 놀았습니다! (2012년 11월 17일에 쓴 글) ○ 옛날 직장동료나 내 친구들을 봐도 그냥 한 자리에 계속 있었던 사람들이 다 잘 된 것 같아요, 우리 세대는. 제주를 떠난 사람들도 마찬가지라, 그냥 제주 토박이로 산 분들은 고향에서 터잡고 웬만큼 잘 사는데, 외지로 가서 사업한답시고 떠났던 사람들은, 잘 안 되서 제주로 다시 돌아오는 분들이 많아요. 년 전에 옛 직장동료를 만났더니 그러더군요, 내가 그냥 있었다면 최소 처장은 하지 않았겠냐고. 물론 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겠지만. 30년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오겠다는 말을 사촌매제로부터 들었을 때, 위로의 말이라도 하고 싶어서 한 말이었다. - 형님이나 나나 한바탕 잘 놀았다고 생각하면 되지요! 제주에서 태어나 미국이라는 넓은 땅에 가서 실컷 잘 놀았지 않습.. 더보기
거소증과 CITI Bank 통장 (2012년 11월 6일에 작성한 글) 한국으로 돌아온 지도 어느덧 2년이 되어, '외국국적동포국내거소신고증'(이하 거소증)을 연장하라는 편지를 두어 주 전에 받았습니다. 저는 국내에서 비자를 받지 않고, LA 영사관에서 F-4 비자를 받아서 온 경우라서 인천공항에 입국한 날짜가 바로 체류기한이 시작하는 날짜가 된 것입니다. 즉, 거소증 발급일자는 2010년 12월 17일인데 체류기한은 2012년 11월 13일로 되어 있습니다. 해서 지난 주에 거소증 체류기간 연장신청을 했습니다. 여권과 거소증, 그리고 수입인지대 3만원이 필요했습니다. 갱신이라 사진은 필요 없었고, 양식을 작성하는데 10분, 기다리는데 10분, 담당자가 처리하는데 10분, 총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뒷면에 펜으로 적은 것이 전부라 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