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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이민을 위해 찾는 분들에게

(2013년 10월16일에 작성한 글)

 

최근에 간혹 이민을 떠나려는 젊은 분들이 찾아와 새로운 화제거리를 만들곤 합니다. 그런 젊은 분들에게는 가급적 정확한 정보를 주어서 그릇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이곳에 참여하는 분들이 어른으로써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우리 세대와는 다르게 넉넉하고 풍요롭게 살아온 세대라는 것을 고려해야겠지요.

 

돈도 많지 않고, 영어도 능숙하지 못하고, 생활을 위해 당장 써먹을 기술도 없고, 거기다가 어린 아이들까지 딸렸다면 그 생활이 어떨지 가히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아마 지옥에 가깝지 않을까요?

고생도 모르고 배고파 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중국이나 인도같이 가난한 나라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이민자들과 경쟁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노파심인가요?


우리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해야지, 자신의 경험에만 근거하거나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주위에서 흔히 보는 잘못된 예도 얼마든지 많으며,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합니다. 

 

얼마 전에 대학을 막 졸업한 아들과 함께 캘리포니아에서 제주를 방문한 분을 만났습니다. 17세에 부모를 따라 이민을 갔던 분이었는데, 그분과의 대화를 아래에 옮깁니다.

 

- 이 카페를 방문하고 들릴 수 있는 분들은 그래도 성공한 이민자 아닐까요? 60세 전후한 분들이 이민생활을 하면서 컴퓨터와 인터넷을 다룰 수 있는 분들이고, 또 그만한 시간이 있는 분들이니까요. 이곳에 오는 분들의 이야기만 듣고 막연히 이민생활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잘못일 수도 있습니다.

 

외람되지만, 이곳의 글을 읽어보면 자식자랑하는 분들이 많지요. 그러나 제가 40년 가까이 산 미국에서 교포분들을 보면 잘못 된 분들이 더 많았습니다. 부모들은 먹고 살기 바빠서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장사하기 바쁘니 아이들 케어할 시간이 별로 없는데도 자기 아이들은 공부 잘하기만 바랍니다.

 

미국에 온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영어를 잘 못해서 툭하면 아이들에게 부탁하는 부모들을 아이들은 한심하게 생각하고, 심지어는 창피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서로 딴 곳을 바라본 채 대화하니 소통이 될 리가 없습니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 데려다 놓았는데도 공부 잘하지 못하는 자식을 한심하게 보는 부모, 미국에 온지가 언젠데 아직도 변변한 영어도 못하고 맨날 한국신문이나 방송만 보는 부모를 한심하게 여기는 자식이 함께 하고 있는데, 이런 환경에서 부모가 바라는 대로 아이들이 잘 될 수 있을까요?

 

한국사람들은 어떤 선을 그어놓고 성공과 실패를 판단합니다. 자식이 어떤 수준의 대학에 갔으면 성공했다는 식으로 선 안에 있으면 성공이요, 밖에 있으면 실패라는 식이지요. 아이들도 그럴까요? 부모의 강요에 의해 자신의 희망과는 아무 상관없이 진학해서 변호사나 의사가 된 그들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자식들은 미국에서 미국식 교육을 받았으니 미국식으로 사고합니다. 그들의 성공기준은 행복하느냐, 만족하느냐 입니다. 겉보기는 화려해도 속으로는 곪아 터지고,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지요.

 

또, 잘못된 2세들은 얼마나 많습니까? 마약을 하고 범죄의 길로 들어선 아이들,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난 고등힉생 때 이민 와서 1.5세나 다름 없습니다. 그래서 1.5세의 고충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한번은 1.5세의 입장에서 글을 썼다가, 동문서답의 댓글만 잔뜩 받고는 역시 소통이 안 되는구나 하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앞으로 '역이민 카페'는, 아이비 리그를 나오거나, 의사나 변호사로 키운 자직들을 둔 한국 분들이 그런 자식들 자랑하는 곳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은 소외감을 느끼거나, 이곳에 쓸 말이 없어서도 발길을 끊겠지요.

 

50%가 넘는 많은 이민자들은 컴퓨터는 커녕, 먹고 살기에도 빠듯해서 이런 카페가 있는지도 모를 것이고, 죽도록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후기>

Better Life를 찾아 이민을 떠납니다. (제글 'Better Life를 찾아서' 시리즈 1~6편 참조)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Better Life'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행복이나 평화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직 마음 속에만 존재합니다.

 

제 생각에 이민자격이 있는 분은, 아무 걱정 없이 최소 2년 동안 학교에만 다닐 수 있는 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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