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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Better Life를 찾아서Ⅱ (2012년 3월 9일) - 한국에서는 일 잘하는 사람이나 일 못하는 사람이나 봉급이 똑 같잖아. 8시간만 일하고 땡하고 가는 사람이나 12시간씩 일하면서 회사에 크게 기여하는 사람이나 차이가 없다는 것이야말로 공평한 것이 아니지. 봉급은 입사년도에 따라 호봉으로 결정될 뿐이고 능력은 무시되는 게 얼마나 불평등한 거야. 직장에서 알게 되어 친하게 된 K군이 한 말이다. 한국에서 회사생활을 할 때 겪었던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그 회사에서는 그랬다. 즉, 그가 한국을 떠난 이유다. 그는 나보다 한 해 늦게 미국연수를 다녀온 후, 1년을 준비해서 1986년 8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NJIT(NJ Institute of Technology) 대학원 과정에 입학했으나, 주립대학에서는 조기 졸업.. 더보기
Better Life를 찾아서Ⅰ (2012년 3월 7일) - 1968년에 맹호부대로 월남전에 참전했어요. 군수품 담당 보급병으로 미군을 상대했었는데, 그들의 풍족한 물자를 보고 놀랐어. 실탄이든, 폭탄이든, 음식이든 달라는 대로 주는 거야. 그때 결심했어요. 제대만 하면 미국으로 가겠다고. - 제대하고 1년 동안 준비해서, 결혼 3개월 만에 미국에 갔어. 혼자 가려니까 약혼이라도 하고 가라는 거야. 그런데 집에서는 약혼하고 갈 바에는 결혼하고 가라더군. 그래서 결혼만 하고 혼자 미국으로 간 거지. 집사람은 나중에 왔고. - 40년을 살았어요. LA에서 15년, 그리고 시애틀에서 25년을 살았는데, 돈도 많이 벌어보았고, 지인에게 속아 다 날려도 보았지만, 쉴 새 없이 일한 덕분에 노후는 별 걱정이 없어요. 자식들도 다 성공해서 잘 살고.. 더보기
후회하는 인생 (2012년 2월 24일) 늦은 봄날, 2층 덱으로 나옵니다. 쿼터 에이커가 훨씬 넘는 넓은 백야드의 잔디를 2시간이 넘게 땀을 뻘뻘 흘리며 방금 깍은 뒤, 샤워를 하고 나온 겁니다. 덱에 있는 흔들의자에 몸을 묻고 차게 히야시된 캔 맥주를 들고 흐믓한 마음으로 방금 깍은 잔디를 쳐다 봅니다. (이때는 잔디를 깍은 후, 쳐다보고 있으면 왜 그렇게 뿌듯했었는지.) - 그래, 미국에 오길 참 잘했어. 아, 나는 얼마나 행운아인가! 이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 키우고, 먹고 사는데 아무 문제 없으니 이만하면 됐지, 뭘 부러울 게 있어? 10여 년 전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넉넉한 토요일 오후, 행복감에 도취되어 몸을 떨던 기억이 엊그제 일처럼 뚜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영주권도 쉽게 받았고, 몇 년 전 집을 산.. 더보기
교민업소에서 당한 나쁜 경험들 (2011년 11월 11일) 10년을 훨씬 넘게 살았어도 미국인들과 대화할 때는 항상 긴장하게 된다. 혹시 놓치는 이야기가 있을까봐 그렇기도 하지만, 잘못해서 손해를 입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귀와 눈, 그리고 머릿속이 본능적으로 잔뜩 긴장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조크에도 웃음이 나오지도 않고, 나 자신도 대화에 유머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어진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가장 좋은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기도 하다. 어딜가나 말 때문에 긴장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적당히 유머를 섞어가며 이야기 할 수도 있다. 이민 초창기에에 당연히 그랬지만, 웬만큼 의사소통에 불편이 없게 된 후에도 병원이나 변호사, 테크니션 등이 필요할 때는 한인업소를 찾게 된다. 그런데 한인업소를 이용하고 나서는 후회.. 더보기
성공한 이민, 실패한 이민 (2011년 11월 1일) 엊그제 10월 29일 KBS에서 방송한 다큐 '글로벌 성공시대, 미국인의 마음을 빼앗은 리더, 어바인 시장 강석희'편을 보았다. 1952년 생인 그는 대학 졸업 후 1977년, 어릴 적부터 동경하던 미국으로 건너가 Circuit City에서 세일즈맨으로 이민생활을 시작했고, 일하는 상점마다 최고의 실적을 보일 정도로 탁월한 노력을 경주했으며, 2004년에 어바인 시장에 처음 당선되고 재선에 성공하여 현재까지 시장으로 재직하고 있다고 전했다. 1992년 발생한 LA폭동이 계기가 되어 정치에 입문하였다고 하는데, 어바인은 미국에서도 가장 살기 좋은 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이민 1세대로서 그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자타가 공인하는 성공한 이민자로 자리매김을 하여 고국의.. 더보기
경제위기 이해를 돕는 영화 세 편 (2011년 7월 27일) HBO가 제작하고 방영한 'Too Big to Fail' Charles Ferguson 감독의 'Inside Job' - 2010 Academy Documentary 부분 수상 Michael Moore 감독의 'Capitalism; A Love Story' - 부시를 조롱거리로 만든 영화. 남들은 소일거리가 뭐든지 있어야지 어떻게 아무 일도 안하고 지내느냐고 걱정을 하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아니, 하고픈 일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책도 실컷 읽고, 영화도 마음껏 보고, 생각도 마냥 하고, 그동안 못해 본 것들 하면 되지, 뭔 걱정이냐?'고 일축하곤 한다. 직업이 그쪽이었던 터에 컴퓨터는 좀 다룰 줄 알다보니, 책도 영화도 다 불법(?)으로 다운받아 본다. 실업자라는 .. 더보기
한국인인 게 부끄러울 때도 있습니다. (2011년 7월 25일) 길지 않은 이민생활을 한 후배로서 공자 앞에 문자를 쓰는 격이라 많이 망설이다가 씁니다. 성실하고 똑똑하며 부지런한 많은 한국분들이 모범이 되는 이민생활을 하시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경험한 이민생활 동안에는 편법이나 탈세를 지극히 당연시 하는 경향을 많이 본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 1999년, 성당 성가대 같은 단원이었던 A씨(1957년생). 튀김을 주메뉴로 하는 런치 가게 운영. 새로 이민오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세탁소 하라고 권했었거든. 그런데 이제 내가 세탁소 하게 생겼어. 아일랜드 출신 영감이 은퇴하는 세탁소가 나왔거든. 이 영감이 30년 동안 하는 가게야. 매출도 괜찮고 위치도 좋고 다 괜찮은데, 문제는 매출의 80.. 더보기
아들의 생일 (2011년 7월 7일) - 아빠, 놀래지 마세요. 지난 달에 회사 그만 두었습니다. 전공하고 맞지도 않고, 재미도 없어서 더 이상 못 다니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습니다. 공부하면서 천천히 새 직장을 찾아 보겠습니다. 평소에 메일이나 전화 한 통 없던 아들이 한 달 전 쯤에 보낸 이메일 내용이다. 1986년 7월 7일 세상에 나왔으니, 오늘이 녀석의 25번째 생일이다. 누구에게나 자식은 소중하듯이, 내게도 자식은 목숨보다 더 소중한 존재다. 그래서 남처럼 뛰어나지 못한 자식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이에게 누가 되는 것 같아 껄끄럽기도 하고 잘못하면 자랑하는 것 같이 들릴까봐 송구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이 카페에 들르는 사람들의 수고에 답하기 위해 하려고 한다. 그것도 여러 차례에 걸쳐서, 내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