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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내가 경험한 이민생활

경제위기 이해를 돕는 영화 세 편

(2011년 7월 27일)

 

HBO가 제작하고 방영한 'Too Big to Fail'

Charles Ferguson 감독의 'Inside Job' - 2010 Academy Documentary 부분 수상

Michael Moore 감독의 'Capitalism; A Love Story' - 부시를 조롱거리로 만든 영화.


남들은 소일거리가 뭐든지 있어야지 어떻게 아무 일도 안하고 지내느냐고 걱정을 하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아니, 하고픈 일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책도 실컷 읽고, 영화도 마음껏 보고, 생각도 마냥 하고, 그동안 못해 본 것들 하면 되지, 뭔 걱정이냐?'고 일축하곤 한다.


직업이 그쪽이었던 터에 컴퓨터는 좀 다룰 줄 알다보니, 책도 영화도 다 불법(?)으로 다운받아 본다. 실업자라는 특권(?)으로 누리는 혜택이다.


이 세편의 영화를 보고 또 보고 하면서, 전혀 무지했던 경제에 대한 인식이 생기게 되었고 미국의 심각한 문제가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또 나를 비롯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꾼 경제위기의 원인과 부도덕한 월스트릿과 자본주의의 폐해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정치와 정치인들을 형편없는 수준으로 치부하고, 그들의 패거리 문화와 집단이기주의를 비난하지만, 미국의 그것에 비하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이 영화들을 보고 난 후의 감상이다.


지금까지는 미국의 위대함을 맹목적으로 믿었었다.

미국을 움직이는 유권자의 힘, 민주주의의 종주국으로서 위치, 세계적 석학과 천재들을 배출한 교육의 나라, 현대의 모든 첨단기술과 제품들의 산실,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법과 정의의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영화가 전하는 줄거리는 복잡하지만 전하고자 요지는 의외로 단순하다.


부자들이 자기들만의 잔치를 위하여 정치인들과 학자들까지 결탁하여 국민들의 피를 빨고 있다는 것으로, 골드만삭스, 메릴 린치, 모건스탠리, 베어 스턴스, 리먼 브러더스, 시티뱅크, JP 모건, AIG 같은 대형 금융기관이 그 주인공이고, 부시, 레이건, 클린턴 대통령과 돈 리건, 행크 폴슨, 앨런 그리스펀, 벤 버냉키와 같은 경제 참모, 무디스 같은 신용평가사들 그리고 하버드, 컬럼비아, 스탠포드와 같은 명문대학의 경제학자들이 그 조연이다.


딕(Richard Fuld)은 파산할 당시 Lehman Brothers의 CEO이었다.

그는 2006년과 2007년에만 연봉과 보너스로 4억 8천 5백만 불을 챙겼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수십억 달러의 보너스가 임직원들에게 주어졌지만, 2008년 9월 30억불 대의 유동성 부족으로 파산한다. 2008년 2월 리먼 브라더스의 주식은 $66 이었다.


그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법적인 제재를 피하기 위해 1400만 불짜리 플로리다 저택을 $100에 자신의 마누라에게 양도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인다. 회사의 파산 후, 그는 헤지펀드의 컨설턴트로 고액 연봉을 받다가 작년에는 증권 브로커 회사를 차린다.

 

딕은 경제위기 주범 가운데 No.9으로 CNN에 의해 선정된 인물이다. 첫 번째는 부동산이 오른다고 무턱대고 집을 산 소비자들이다.


모든 악의 축(Axis of Devil)의 중심에는 골드만삭스가 있다.

주택 모기지 시장이 포화되어 더 이상 대출사업이 힘들게 되자, 부동산 거품에 편승하여 서브 프라임 모기지라는 돈놀이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부실채권을 잘게 쪼개서 건전 채권과 뒤섞어 파생상품을 만든다. 그 상품은 뒷거래에 의해 무디스와 같은 신용평가사로 부터 AAA라는 최고등급의 신용을 받는다. 아무 것도 모르는 투자자들은 신용평가사의 평가를 믿고, 무언지도 모를 뿐더러 이름조차도 생소한 파생상품(Derivative)에 투자를 한다.


이 투자자들 중에는 미국 주정부 공무원 연금도 있었지만, 한국의 은행도 있었고, 한국의 은행에서 은행원의 권유로 이 상품을 산 사람 중에는 남의 파출부로 일하거나 농사를 지면서 노후자금으로 쓰려고 한푼 두푼 모은 가난하고 무지한 아주머니와 촌로들도 있었다.


누구보다도 이런 상품의 문제점을 아는 골드만은 자기들의 투자에 대해서는 만약의 손실에 대비해 AIG에 보험을 든다. 그리고 투자자들에게 재판매하는 동안에도 상품의 가치하락에 배팅한다. 악마의 모습 그 자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전까지 이런 상품과 보험료로 막대한 수익을 챙긴 IB(투자은행)와 AIG는 수십억 달러의 보너스 잔치를 벌인다. 수십만 불짜리 파티를 하고, 자가용 제트기 -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 당시 보잉 767을 포함 6대 소유 - 를 소유할 뿐만 아니라, 고급 콜걸과의 매춘, 코케인 파티, 수백 달러짜리 점심으로 흥청망청한다.


잔치가 끝났을 때, 세계에서 가장 큰 보험회사인 AIG는 살려야 한다고 야단이다. AIG가 파산하면 세계의 금융시장에 혼란이 온다고 협박을 하며 법석을 떤다. 수억 달러의 보험료를 받을 때는 좋았지만, 그래서 그 돈으로 흥청망청 잔치를 벌일 때는 좋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막대한 손실을 물어주다 보니 유동성이 바닥이 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인의 세금인 공적자금이 투입된다. 1차 Bailout 자금이 7천억 불이다.


그 7천억 불로 월스트릿에서 부자들의 보너스로, 수천만 불짜리 요트와 저택 비용으로,  시간당 천불 하는 고급 콜걸의 대가로, Dish 하나에 3백 불짜리 식사 값으로 지불되어 비게 된 곳간을 채워야만 했던 것이다.

골드만삭스 전 직원들의 평균 연간 보너스는 60만 불이었다. 수백억불의 공적자금을 받은 AIG는 골드만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을 100% 보상했는데, 국민의 세금으로 지불된 그 돈을 문제 삼은 정치인은 없었다고 한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에 의하면 2008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미국의 국가부채는 두 배로 커졌다. 그리고 그 부채는 미국인들이 세금을 내어 갚아야 하는 빚이다.


부시는 통치 8년 동안 부자들의 감세에 치중했다.

부자들에 대한 세금이 과중하여 투자에 소극적이고 그것이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괴상한 논리로 감세에 감세를 더했고 심지어는 재정적자 상태에서도 거두었던 세금을 돌려주기까지 했다.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이었는데, 그 돈으로 사들인 것은 Made in China 아니었을까?

하긴 나도 공돈이 생겨 무언가 샀던 기억이 있다.


2006년 부시는 당시 골드만의 CEO이었던 행크(Henry Paulson)를 재무부 장관으로 임명한다. 연방공무원법에 따라 그는 가지고 있던 골드만의 모든 주식을 처분했고, 그 이익에 부과될 5천만 달러의 세금을 면제 받는다.


부시, 그는 이상한 사람이다.

수백, 수천억 달러의 천문학적 비용을 초래하는 전쟁을 치루면서도 감세를 추진한 이상한 인물이다. 상식적으로는 전쟁을 하지 말던지, 아니면 전쟁에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해 세금을 늘리던가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이상한 인물은 그런 사람을 두 번이나 대통령으로 선출한 미국인들이다. 그래서 작금의 사태는 자업자득인 셈인지도 모른다.


1972년 모건스탠리는 월스트릿에 사무실 하나에 전 직원 110명과 1,200만 불의 자산을 가진 회사였다고 한다. 지금은 세계 도처에 있는 사무실에 5만 명의 직원과 수십억 불의 자산을 가진 회사가 되었다.


1978년에서 2008년까지 30년 동안, 일반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들의 평균임금은 3만 불대에서 4만 불대로 올랐지만, 금융공학 종사자들은 3만 불대에서 10만 불대로 상승했다.


이 모든 것은 금융규제의 철폐에 의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1929년 대공황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던 미국은 그 원인이 되었던 금융기관의 탐욕을 규제하기 위해 많은 제도와 법령을 만들었고, 성실한 서민들의 삶을 위한 안전판 노릇을 해왔다.


부자들은 그 안전판을 없애기 위해 지난 30년 동안 3천명(미국 상하원 의원당 5명)의 로비스트를 고용하여 워싱턴 DC에서 공작을 펴왔고 그 결과 오늘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경제학자들은 십만 불 이상의 원고료를 받고 규제철폐가 타당하다는 논문을 부자들을 위해 써주어 장단을 맞춰주었다. 이들에 반하는 이론을 가진 학자들은 소외되고 왕따를 당했다.


많은 사람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은 경제위기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진짜로 범인을 찾게 될까 보아서 라고 영화는 이야기 한다. 숱한 증거와 증인으로 아주 손쉬운 조사인데도 불구하고 정부차원의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들 범죄행위의 주체인 10개의 은행이 미국 전체 은행 자산의 77%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실패하기에 너무 거대하다고 (Too big to fail) 결론을 내린다.


많은 부분에서 미국의 카피캣인 대한민국은 위대한 나라 미국에 비하면 그 부도덕한 면에서는 아직은 유치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고 또 들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위대한 나라이다. 이런 영화들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후기>

미국에 사시는 모든 분들에게 이 3편의 영화는 꼭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그래서 미국을 조금이라도 바로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