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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내가 경험한 이민생활

한국인인 게 부끄러울 때도 있습니다.

(2011년 7월 25일)

 

길지 않은 이민생활을 한 후배로서 공자 앞에 문자를 쓰는 격이라 많이 망설이다가 씁니다.


성실하고 똑똑하며 부지런한 많은 한국분들이 모범이 되는 이민생활을 하시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경험한 이민생활 동안에는 편법이나 탈세를 지극히 당연시 하는 경향을 많이 본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 1999년, 성당 성가대 같은 단원이었던 A씨(1957년생). 튀김을 주메뉴로 하는 런치 가게 운영.


새로 이민오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세탁소 하라고 권했었거든. 그런데 이제 내가 세탁소 하게 생겼어. 아일랜드 출신 영감이 은퇴하는 세탁소가 나왔거든. 이 영감이 30년 동안 하는 가게야. 매출도 괜찮고 위치도 좋고 다 괜찮은데, 문제는 매출의 80%가 수표야. 그런데다가 이 영감이 세금을 지난 30년 동안 곧이 곧대로 보고한 거야. 텍스 다 내고, 오너 모게지 주고 나면 겨우 인건비나 건질 것 같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이야.

세금 다 내면 남는 게 뭐 있어. 직업을 돈으로 사는 건데 뭐. 3~4십만불 내고 비즈니스 사보았자 3~4만불짜리 봉급쟁이밖에 더 돼?


- 2000년 대 초, 한인 신문 기사 (기억에 의존함)


IRS에서 발표한 출신국가별 이민자 소득 순위에 의하면 한국은 필리핀이나 베트남 출신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대부분 자영업을 하며 현금을 다루는 한국인들이 소득을 누락시켜 보고하는 때문으로 보인다.


- 성당 구역회에서 K씨(1953년생): Newark의 흑인타운에서 리쿼스토어 운영. 나중에 팔고 911직전 쌍둥이 빌딩 근처에서 런치겸 쓰시가게 운영.


요즘은 일주일이 멀다하고 총소리가 들려. 위험해서 못해 먹겠어. 부모님은 당장 팔아버리라고 하는데. 우리는 전부 현금만 취급하거든. 집에 들어오면 한시 두신데 돈 세고 나면 새벽 세시 네시야. 그놈의 돈 냄새. 처음에는 그 냄새가 그렇게 좋더니, 이것도 몇 년 동안 계속하니까 지긋지긋한 거야. 그 돈을 은행에 둘 수도 없고.

여기 저기 두다 보니까 자동차 글로브 박스나 양말 서랍 속에서도 몇 백불 씩 나온다니까.

 

그러니까, 장형도 비즈니스 하라니까.

장교는 육군, 졸병은 공군, 한국에서는 월급쟁이, 미국은 비즈니스 이게 공식이야.

돈 벌려면 비즈니스를 해야 돼. 월급쟁이는 세금 다 내고 나면 풀칠 밖에 더 해.


- 내 딸: 한인이 운영하는 월남국수 집에서 경리로 아르바이트


장사 잘 되요. 캐쉬는 다 사장님이 가져가고 카드 긁은 것만 가지고 종업원 일급주고 재료값 다 계산하고도 남아요. 캐쉬가 50% 넘을 때도 있어요.


- 직장동료 J씨: 자동차 사고로 병원에서 치료받음.


L 통증 치료원에 세번이나 갔나, 사고 난 다음 허리가 아파서. 그런데 몇 달 후에 보험회사에서 레터가 온 거야. 거기에는 30번이 넘게 간 걸로 되어 있고, 10만 불이 넘게 청구되어 있는 거야. 자동차 사고는 보험회사에서 치료비를 내니까 병원에서는 봉인 셈이지. 따지려다가 말았어. 대신 그 원장하고는 친구가 되었어. 처방전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 내가 그 친구에게 말하면 바로 해주니까.

 

주로 침 맞으러 다녔거든. 나는 보약도 그 한의원에서 의료보험으로 한다니까. 한의사야 무슨 명목으로든 돈만 받으면 되는 거니까.


- 한인 치과 의사: 아들놈 사랑니 빼러 동네 치과에 갔다가 보험카버가 30%밖에 안 된다고 하며, 코페이가 $1,400이라고 하길래 팔팍에 있는 한국치과로 가서 코페이가 얼마냐는 내 질문에 대하여,


치과 보험을 갖고 있는 한국분들이 몇 분이나 되나요. 그분들에게 부담시키면 안 되죠. 안 내셔도 됩니다. 다른 명목으로 더 치료했다고 하고 받을 만큼 저희가 받을 게요. 금년 한도가 다 차면 내년까지 청구할 수도 있으니 그것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 맨하튼에서 네일가게를 운영하는 H 아줌마: 구역회에 왜 이렇게 늦었냐는 질문에.


내일모레가 크리스마스니까 대목이잖아. 오늘 얼마 벌었는지 알아? 종업원들 일당 다 주고도 3천불이 넘었어. 오늘 하루에. 세금? 그거 다 내면 안 되지. 다 수가 있어.


- 세탁소를 운영하는 친구 P씨 (동전수집가)


세탁소를 팔아야 하는데 언터테이블로 달라고 하니까 산다고 하던 사람들을 만나기 쉽지 않네. 나도 언더테이블로 캐쉬 주고 샀는데, 언더테이블로 받아야지 나만 세금 낼 수 없잖아.


하하하. 이만 하겠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다 적었다간 끝이 없네요.

요즘같은 불경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긴지는 모르지만, 10여년 전에 제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들입니다.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어 저도 자영업을 해보려고 기웃대던 시기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분들이 대부분 이렇게 사는 걸로 착각(?)했었습니다.

또, 한국인으로서 타민족에 대한 우월성으로 자부심이 있었던 때라 충격적인 경험이기도 했구요.


물론 타민족들도 그렇게 삽니다. 특히 이태리 사람과 유대인들이 그렇다고 합니다.


- Jake: Dell 컴퓨터 영업사원. 내가 다니던 회사의 담당 어카운트로 컴퍼니 크레딧을 10만불로 올려달라는 내 부탁에 대해 답하며,


듀크, 10만불로 올리려면 Special Permit이 필요해. 델도 크레딧 때문에 많이 당한다. 유대인들이 망해가는 회사중에 아직 크레딧이 괜찮은 회사들을 헐값에 사는 거야. 그리고는 회사 크레딧을 이용해 최대로 물건을 사들인 다음 뱅크럽 해버리거든. 유대인들은 법안에서 합법적 불법을 많이 저지르지.


- Frank: 이태리 나폴리에서 60년대 이민온 사람으로 앞집에 살던 이웃. 1942년 생.


듀크, 네 집에 누가 살았었는지 알아. 이태리계 의사가 살았어. 아마 그 집 둘째 아들이었지. 그 의사가 Insurance Fraud로 Jail에 갔어. 나쁜 사람들이야. 남부 이태리 출신들이었지. 나는 그 사람들과 상대도 안 했어. 네가 이웃이 되서 나는 좋다.


다른 인종들이 이렇게 산다고 해서 흉내내서는 안 되겠지요.


결국 훌륭한 사람, 보통사람, 뛰어난 사람, 허접한 사람, 이런 저런 사람들이 어울리면 사는 게 세상인 것 같습니다.

제가 이런 글을 썻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산다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물론 절대 아닙니다.

세상에는 그리고 미국에도 이렇게 생각하고 사시는 분들이 있구나 하는 정도로만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운이 없어 못된 분들만 만나 어울렸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다들 성실하시고 열심히 사는 분들이었으며 또한 탈세와 편법(이라기 보다는 요령이겠지요)은 당연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또 미국인들이 평균적으로 1월 부터 5월 까지는 정부를 위해 일하고 나머지 7개월을 자신을 위해 일한다는 근거는 이곳에 있습니다. (너무나 정성스런 댓글때문에 찾아보았습니다.)


http://articles.moneycentral.msn.com/Taxes/Advice/YourRealTaxRate40.aspx?f=255&MSPPError=-2147217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