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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4001'을 읽고 (2011년 5월 25일) 여러 해 전, 미국에서 신정아 사건을 처음 들었을 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만 달성하면 되는 한국사회에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한 개인의 학력위조에 온 나라가 들끓는 것을 보고, 무언가 ‘Hidden Story’가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그것을 당시 대통령 ‘노무현씨 흠집 내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변양균씨와 주고받은 극히 사적인 이메일까지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것을 보고, 참으로 할 일없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사건이 다시 생각난 것은 그녀의 회고록이 다시 뉴스에 오르내리면서인데 우연히 그 책을 이웃에서 빌려주는 바람에 읽게 되었다. 그 책을 읽고 느낀 소감은 ‘상당히 솔직하게 쓴 글’이라.. 더보기
내가 느낀 한국의 변화 2 (2011년 5월 21일) 불과 15년도 채 안 된 이민생활 끝에 돌아온 사람이 수많은 이민 선배님들 앞에서 한국의 변화를 이야기 한다는 것은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격이요,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이야기일 것이겠지만, 그리고 서울도 아니고 이런 제주의 변두리 시골에 쳐박혀 살면서 한국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까봐 두렵기는 하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난 싯점에서 그동안 보고들은 풍월을 읊어보는 것도, 3~40년 이민생활을 하면서 막연하게 귀국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그간의 느낌을 옮겨 본다. 먼저 사회 부조리나 부정부패에 대한 변화다. IMF를 거치면서 회사에서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말단직원들도 부장이나 과장의 지시에 전처럼 무조건.. 더보기
내가 느낀 한국의 변화 1 (2011년 3월 30일)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떠났다가 이명박 대통령 때 돌아왔으니까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대의 한국은 경험하지 못했는데, 그 동안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느낀다. 이런 변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자면 많은 공부와 조사가 이루어져야겠지만, 한국으로 돌아와 제주에 정착한지 4개월 동안 직감적으로 느낀 14~5년간의 변화를 순전히 개인적인 소견으로 적어본다. 먼저 국민복지제도의 확충인데 그 기반은 국민 4대보험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이 그것이다. 국민연금은 Social Security 즉 SSA에 해당하고, 고용보험은 말 그대로 Unemployment Compensation, 산재보험은 Workers' compensation에, 건강보험은 Medic.. 더보기
한국, 아직 멀었다. (2011년 5월 13일) 이번 한국에서 일어난 ‘부산 저축은행 인출사건’을 보고, 10여 년 전 미국에서 발생한 마사 스튜어트(Martha Stewart) 사건이 생각났다. 똑같은 사건은 아니지만, 가진 자에 의한 기득권의 횡포를 공권력이 어떻게 대하느냐의 관점에서 비교해 볼 수 있는 유사한 사례이다. 혹시 마사 스튜어트 사건을 잊었거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소개하자면 이렇다. 폴란드 이민가정에서 1941년 태어나 뉴저지에서 성장한 마사는 가정주부를 대상으로 살림살이에 대한 출판과 상품 그리고 방송으로 크게 성공하였는데, 이후에는 주식으로도 부를 쌓아갔다. 수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그녀가 2001년 말 어떤 회사의 주식을 팔았는데,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당시에 내가 다니던 회.. 더보기
제주도민의 서울 방문기 (2011년 5월 11일) 언제 가보아도 서울은 늘 화려하고 번화하다. 먼저 여인들의 모습으로 인해 화려함을 더하는데 시선이 즐거우면서도 당혹스럽다. 나보다도 더 커보이는 젊은 여인들이 핑크색 짙은 야한 영화에서나 보았음직한 민망한 살덩어리를 드러내놓고, 심한 화장과 패션을 한 채 거리를 활보한다.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선 건물들은 어디서나 보인다. 미국에는 대도시의 Skyrocket 빌딩들은 다운타운에만 있지만, 서울은 도시 전체에 50층 이상의 건물들이 즐비하다. 서울뿐만이 아니라 수도권 전체가 그렇고, 웬만한 중소도시에 가도 20층 이상의 아파트가 보인다. 최근에 지어지는 아파트는 60층도 넘는다고 하는데 부천에도 66층 짜리 주상복합 타워가 두 동이 지어지고 있다. 거대한 빌딩들의 위용에 위축되.. 더보기
친구 부친상과 같이 한 상념 (2011년 5월 1일) 친구부친의 부음소식을 들은 것은, 늦은 아침무렵 동서네 밭에 심을 모종을 사러 가는 길이었다. 하루에 한 두번 전화가 올까말까한 핸드폰을 받았더니, 서울에서 칫과를 하고 있는 친구다. - 멍청이(이름의 발음이 비슷해서 이렇게 부른다) 아버님이 오늘 새벽 돌아가셨다. 나는 오늘 갈 건데 네가 온다면 기다렸다가 같이 가고... (연세가 어떻게 되셨었지?) - 27년 생이시니까, 85세 되셨지... 처음에는 비행기 값이나 보태 부조나 하려고 했지만, 생각해 보니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내가 부친상과 모친상을 당했을 때도 지방에서 올라왔던 친구다. 또 나는 그 친구 어머님 부음에는 소식도 전해받지 못해 참석은 커녕 부조도 못했다. 거기다가 녀석의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작년 초.. 더보기
대단한 나라, 미국 1998년 말의 이야기다. 내가 다니던 회사가 화이저(Pfizer) 제약회사로부터 RFP(Request for Proposal)를 받았다. 30명도 안 되는 직원의 작은 회사가 세계적인 대기업으로부터 제안서 요청을 받은 것이다. 어떻게든 따내자는 의견(덤핑입찰)과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려면 적정한 댓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는데, 후자의 의견이 우세해서 입찰에 탈락하게 되었다. 제대로 기업이윤을 붙여 제대로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결국 가격경쟁에서 진 것이다. 당시 화이저는 막 개발되어 판매를 시작한 비아그라의 인기로 돈을 긁어들였다. 하루에만 몇 백만불 어치를 팔았다고 했다. 맨하탄의 사무실이 비좁아져 맨하탄의 건물들을 나오는 대로 사들인다는 말도 있었는데, 그 좁은 사무실의 공간 때문에 수.. 더보기
속이는 10%, 속는 90%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이미 2,400여 년 전에 갈파했다. 대중은 어리석다는 것을. 그의 말은 지난 2,400년 동안에도 그랬지만, 지금 현재도 진행 중이다. 부시는 WMD(Weapon of Mass Destruction, 대량살상무기)를 핑계로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그것이 거짓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의 거짓으로 미국의 수많은 젊은이가 전쟁터에 나가 주검으로 돌아왔고, 이라크의 숱한 민간인이 무모한 죽임을 당해야했다. 그가 왜 전쟁을 일으켜야 했는지 스스로 진실을 밝히지 않는 한 알 수 없지만, 그는 CIA가 WMD는 없다고 작성한 보고서를 보고도 침공을 지시했다고 최근 뉴스에서 전하고 있다. 그로 인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국은 이라크에서 발을 빼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더보기
음주운전으로 징역 42개월 (2011년 3월 24일) 최종 판결을 앞둔 법정 안은 무거운 침묵만이 있었다. 얼굴의 주름으로 인해 50살은 넘은 듯 보이는 마른 체격의 판사가 들어서자 방안의 모든 사람은 기립했다. 법복을 입은 판사를 뒤따라 방청객과 배심원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그녀는 배심원석을 향해 배심원단의 평결을 물었고, 왼쪽 끝 배심원단 대표가 일어나 "Guilty"라고 말하는 순간, 방안은 탄식과 한숨의 물결로 출렁거리며 절망 속으로 잠겨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곧바로 판사의 선고가 이어졌다. 그녀도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피고를 보며 말했다. - 42개월. 법이 정한 가장 적은 형량을 선고한 대신 가석방이나 감형은 없다. 지금 이 자리에서 구속하고 형을 시작한다. 단정한 용모, 건장한 체격의 그 친구를 처음 본 것은 1998.. 더보기
포기도 용기다. (2010년 10월) 몇 년 전 시민권 준비할 때 배운 것이 있다. 행복추구(Pursuit of Happiness)가 생명(Life)과 자유(Liberty)와 함께 인간이 갖는 3대 기본권리라는 것이다. ‘행복추구’라는 단어가 강렬한 느낌으로 깨달음을 주었다. 인간이 일상에서 하는 모든 생각과 행동은 행복추구가 그 목표다. 어떤 이는 도박을 할 때 행복을 느끼기에 폐창가를 찾고, 라스베가스에 가서도 사진 한 장 찍지 못하고 갬블만 하다 온다. 술을 찾고 마약을 하고 돈으로 여자를 사는 등, 행복을 위해 잘못된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행복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때 사람은 절망을 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행복을 위해 정든 고향과 형제와 친구 그리고 고국을 떠난 사람들도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