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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야기/제주의 삶

물가를 비교한다 (2011년 2월) - 어이구, 친구야! 오랜만이다. 잘 지냈나? 웬 일이냐? 5일장엘 다 나오고. - 진짜 오랜만이다. 장사는 잘 되냐? -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5십만 원 주고 갈치 13마리를 사서 구색을 갖춰 놓았거든. 한 마리에 5만원씩 팔고 있는데 한 마리도 못 팔았어. 명색이 생선가겐데, 갈치 없이 장사할 수도 없고. 제주 오일장을 둘러보는 중이었다. 특별한 일이 있어 오일장을 간 것도 아니고, 집사람을 따라 나선 것인데 이리저리 서성대며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내겐 흥미롭다. 2일, 7일은 제주에서 4일, 9일은 서귀포에서 장이 선다고 한다. 한겨울의 차가운 공기와 함께 살포시 비린내를 풍기는 생선지역으로 들어섰다. 바둑판처럼 좌판을 진열하고 그 사이가 통로다. 좌판 안쪽으로.. 더보기
선과장의 개는 귤을 먹는다. (2011년 1월) - 저 식당이 괜찮아요. 손님이 오면 데리고 가기 괜찮은 식당인데, 우리는 잘 안 오게 돼, 멀어서. - 2, 30분이면 올 수 있지 않아요. 멀지는 않은 것 같은데. 제주시 5일장에 가는 길에 운전을 하는 동서는 조수석의 내게 이것저것을 이야기해주었다. 이곳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 중의 하나인데, 가로수가 잣밤나무라는 등, 저쪽으로 가면 제주에서 유명한 계곡인데, 바위가 아주 멋있다는 등의 설명이 이어졌다. 잣밤나무는 밤이 잣만 하게 열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가로수로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이 구부러진 특이한 모습이지만 겨울에도 짙푸른 색의 나무는 좁은 도로와 잘 어울렸다. 동서가 가리키는 쪽에 갈색 원목으로 독특하게 지어진 입구가 보였는데 그 위로 △△음식점이라는 간판이.. 더보기
좋은 점, 나쁜 점 (2011년 1월) - 생활비? 한 달에 백만 원이면 충분해요. 여기서 내는 월 렌트비면 생활하고 저축까지 할 수 있어. 물론 생활비란 쓰기 나름이지만, 사치스럽게 살 생각 아니잖아? 그러면 백만 원으로 걱정 없이 살 수 있어요. - 돈 쓸 일이 뭐 있어? 집만 전세로 하나 갖고 있으면, 집세 나갈 일이 있어? 그리고 놀기만 할 거 아니잖아? 소일거리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생활비는 어떻게든 벌어. 걱정하지 말고 오게나.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이게 사람 사는 거야. 환경이 아무리 좋으면 뭐해? 사람이 재미가 있어야 살지. - 살 거는 쌀하고 고기밖에 없어. 먹을 거는 지천에 널려있어. 주변에서 다 뜯어 먹으면 되. 이웃에서 갖다 주는 것도 다 못 먹어. 일 년 전에 미국에 놀러 왔던 처형과 동서가 했던.. 더보기
귀국해서 한달 (2010년 12월 말에, 제주시 월평동에서) - 이봐요, 당신 뭐하는 거요? 일찍 와서 접수한 사람들부터 순서대로 나눠줘야 할 거 아니요? 늦게 와서 접수한 사람들 먼저 주면 일찍부터 와서 기다린 사람은 뭐야. 이런 꼴 보기 싫어서 한국 떠났었는데 돌아오자마자 또 다시 이런 꼴을 봐야하는 거야! 나보다 먼저 나서 준 그 분이 고마웠다.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점잖은 차림의 노부부가 아무 표정 없이 순서를 무시한 채 일을 하는 담당자에게 고함을 쳤다. 60대로 보이는 또 다른 분이 거들었다. - 야, 당신! 미국 대사관에서 일하면서 어찌 일은 한국식으로 처리하는 거야. 아침에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와서 기다린 사람들은 뭐야? 시간이 남아돌아 그런 줄 알아. 순서를 지켜야 될 거 아냐?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