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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야기/제주의 삶

제주 부동산 추세와 교민마을에 대한 의견 (2012년 2월 10일)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먼저 드릴 말씀은, 저는 부동산 전문가도 아니고 관련 지식도 없는 사람임을 먼저 밝힙니다. 다만, 제가 1년 좀 넘게 살면서 주위에서 보고들은 풍월과 제가 직접 경험한 것들을 중심으로 글을 씁니다. 아래 어떤 분이 서귀포의 30평대 아파트 가격에 대한 문의를 보고 제가 보고 들은 것을 위주로 글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에도 복덕방이 있지만, 시내에만 편중되어 있어 약간만 외곽으로 나가면 복덕방도 별로 없지만, 있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제 경험상) 그래서 거리에서 무료로 배포되는 벼룩시장 같은 무가지를 통해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먼저 오일장(www.jejuall.com)이라는 무가지가 있는데, 제주시와 서귀포시.. 더보기
도서관의 추억 (2012년 1월 21일) 60년대 말 중학생 시절, 요즘같은 겨울이면, 춥기만 한 단칸방을 벗어나서 공부한다는 구실로 새벽에 기차를 타고 남산 도서관에 갔던 기억이 있다. 집에서 한참을 걸어나와 화전역(지금의 경의선 화정 전철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내려 남산 중턱까지 걸어갔었다. 일찍 도착하지 않으면 좌석이 다 차서 들어갈 수 없으니 새벽에 일어나 서둘러야 했다. 그나마 부모님이 돈을 주지 않으면 갈 수가 없었다. 총 50원 정도가 들었던 것 같다. 왕복 기차비가 15원씩 30원(돈이 모자랄 때는 도둑 기차도 많이 탔었다), 입장료 10원(확실하지 않다. 무료는 아니었던 듯) 그리고 점심 때 국물이 10원이었다. 멸치국물에 튀김 부스러기같은 것이 둥둥 떠 있던 따끈한 국물에 차디찬 도시락을 말아.. 더보기
겨울의 한라산 (2011년 12월 28일) 금년 겨울은 지난해처럼 춥지는 않은 것 같다. 제주에 이사해서 맞은 첫겨울은 너무 추웠던 기억이 강렬하다. 난방 시스템에도 익숙하지 않았지만, 낯설은 곳에서 마음이 추웠던 탓인지 참 춥게 느껴졌다. - 원래, 제주 겨울이 노상 이렇게 춥습니까? - 내가 제주에서 태어나 70년을 살았는데, 금년 겨울같은 추위는 처음 봅니다. 원래 서귀포에는 눈이 거의 오지도 않고 오더라도 땅에 떨어지면서 그 자리에서 녹아버리는 곳인데, 금년에는 서귀포에도 눈이 쌓였다니 무슨 말을 해요? 작년 겨울, 반상회에서 만난 이웃에게 물었더니 그 분이 전한 말이다. 지난 9월부터 매달 적어도 한번씩은 한라산을 오르리라고 혼자 생각했었다. 그래서 9월에는 영실에서 윗새오름까지 올랐다가 어리목으로 내려왔는데.. 더보기
일자리 찾기 경험 (2011년 11월 3일) 사실 그동안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은 것은 아니었다. 몇 푼 되지도 않는 돈을 받으려고 구속되는 것도 싫기도 했고, 당분간 자유를 누리고 싶기도 했다. 또 제주에 정착하는 시간도 필요했고, 미국을 떠났지만 뒤처리가 필요한 자잘한 일들도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일자리 찾기를 전혀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노동부에서 운영하는 고용지원센터에 취업자로 등록을 하고 이력서를 제출했었지만, 전혀 연락이 없었다. 집사람이 벼룩시장의 구인광고를 보고 몇 군데 전화를 해보았지만, 대부분 45세 이하에만 기회라도 주어졌다. 몇 군데 구인광고를 보고 이력서를 보내보기도 했지만 한강에 돌을 던진 것 처럼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피아노 학원에서 운전기사를 모집한다는 광고에 연령제한이 없었다. .. 더보기
도치형님 傳 (2011년 10월 30일) 도치형님을 만난 것은 금년 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미주 중앙일보 블로그에 쓴 글을 보시고 댓글에 전화번호를 남기시어 찾아갔었는데, 제주에 와서 처음으로 30킬로가 넘는 먼 길(?)을 운전했던 기억이 있다. 그 분의 블로그 아이디는 '도치'지만, '한국30년, 미국27년, 제주8년'이라는 다소 긴 별명은 어디에서 얼마나 사셨는지 금방 짐작케 한다. 나보다 10년 훨씬 넘게 미국에서 사신 분이 제주에 돌아와 8년 동안이나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 날 만나서 했던 이야기들을 다 옮길 수는 없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처음으로 대화다운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아 마음이 후련해졌다. 더군다나 나와 같은 뉴저지에서 사셨던 분이라 말이 잘 통하기도 했다. 도치.. 더보기
제주의 여름 (2011년 7월 29일) 오랜만에 한국에서 보내는 여름이다. 육지에서는 물난리가 나서 난리라는데, 이곳은 파아란 하늘과 흰 구름 아래 매미소리만 가득하다. 어제는 제주가 35도에 육박했다고 한다. 화씨로는 95도 가량이 된다. 내가 사는 곳은 해발 200미터쯤 되는 곳이라 해변보다는 시원하다. 엊그제는 신제주에 사는 친구(이 카페때문에 알게 된 돌싱)가 와서는 자기가 사는 곳보다 훨씬 시원하다고 너스레를 떠는 것을 보니 그래도 좀 나은 것 같기는 하다. 뉴저지에서도 백도를 넘는 기후를 많이 겪어보았지만 그때는 그래도 견딜만 했었던 것 같다. 하긴, 하루종일 시원한 사무실에서 지내다가 저녁에야 집에 돌아오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래도 온도만 맞추어 놓으면 에어컨도 자동으로 돌아가고, 또 한국처럼 습하지 .. 더보기
역이민 사례 1 (2011년 7월 15일) 지난 주에 저에게 연락을 해 온 분이 있었습니다. 서귀포에 이사온지 보름되었는데, 이사짐 정리에 장마까지 겹쳐 정신을 못 차리다가 겨우 연락을 했다고 했습니다. 아직 차를 마련하지 못해 움직일 수 없다는, 저보다는 젊어보이는 그 분을 만나기 위해 우리 부부는 서귀포로 갔습니다. 아직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둘을 데리고 온 그 분의 이야기를 옮겨봅니다. - 미국에서 25년 살면서 이런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 서부에서 살며 장사를 해서 그럭저럭 잘 살았는데 2년 전부터 현상유지는 커녕 인건비도 안 나오더니 지금은 장사가 거의 안 된다. - 아이들이 아토피가 있어 의료보험을 안 들 수가 없는데, 5~6백 불 하던 보험료가 나이가 들자 8백 불을 넘게 나온다. 한.. 더보기
제주를 흉보다. (2011년 3월) - 제주사람들이 외지인을 말할 때 ‘육지사람’이라고도 안 해요. ‘육지 것’들이라고 하지요. - 외지인들이 음식점을 차리면 아무리 맛있어도 제주사람들은 절대 안 갑니다. 결국 음식점 차린 사람은 문 닫을 수밖에 없어요. 그만큼 배타적입니다. - 제주사람들에게는 쉽게 마음을 주지 마세요. 나중에 상처 받습니다. 그리고 말조심해야 합니다. 외지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과장해서 말을 옮기기도 하고 쉽게 삐지기도 합니다. - 외지인들에게는 많이 불친절합니다. 손님에게 웃음을 보이기는커녕 사기 싫으면 관두라는 식입니다. 이곳에 왔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과 충고들이다. 한국사람들이 지역에 따라 차별을 많이 한다고 해도 듣기에 따라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비슷하지 크게.. 더보기
제주를 걷는다. (2013년 3월 18일) - 건방지거나 오만한 마음이 내게 있었던 것 아닐까? - 미국에서 살았었다는 쓸데없는 자부심으로 한국의 자연경관을 무시하고 가소롭게 여기는 교만함이 있었나? -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좋은 곳을 지척에 두고 3개월이 넘도록 몰랐을까? 올레길 8코스를 다녀온 후 내 자신의 교만을 반성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미국에 살았을 때도 기회만 있으면 여행을 즐겼다. 비행기를 타거나 10시간씩 운전해가며 며칠씩 걸려 엘로우스톤이나 로키마운틴을 갔었고 싫다는 아이들을 끌고 산으로 바다로 다녔다. 20시간을 운전하여 플로리다 올랜도를 아이들이 어렸을 때 다녀온 적도 있다. 그런데 제주에서는 한 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이렇게 멋진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도 지금까지 찾아보지 않은 .. 더보기
제주를 배운다 (2011년 2월) 미래는 주춤주춤 다가오고, 현재는 쏜살같이 지나간다. 그리고 지나간 과거는 항상 아름답다. 어디에서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중고등학교 때부터 외우고 다니던 싯귀의 일부분이다. 방 한 칸에서 다섯 식구가 살았다. 겨울이면 창호지 미닫이 방향 윗목에 둔 걸레가 꽝꽝 얼었다. 방안에서도 입김이 하얗게 뿜어져 나왔고, 밤중에 오줌을 싸기 위해 요강 앞에 무릎을 꿇고 뚜껑을 열면 살얼음이 보이기도 했다. 모두들 잠든 한 밤에 잠든 동생들 발치에 자리 잡고, 저녁식사 때 사용했던 밥상 앞에 책상다리 하고 앉아 담요를 뒤집어 쓴 채 밤새 시험공부 하던 중학생 시절의 모습이 가끔 떠오른다. ‘아이고, 내 새끼! 이태까지 공부했어? 잠을 좀 자둬야 학교에 가지?’ 새벽에 일어난 어머니가 얼른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