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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

잡담한설(雜談閑說) - 9 오늘 아침까지도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기온이 떨어진 것 같다. 방에서도 써늘한 기운이 느껴져 걸칠 옷이 필요할 정도다. ‘왜냐고 묻지 않는 삶’을 읽고 책을 언제까지 내겠다는 계획과 목표를 버렸다. 공연히 그런 가당치않은 목표를 설정해놓고 스스로를 철창 속에 가두고 동아줄에 묶여 자신을 학대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온 것으로 충분하다. 항상 할 일이 있어야 했고, 남보다 뒤쳐지는 것을 용서하지 않았으며, 걸음조차 빨리 걸으려고 애쓰며 살지 않았던가! 그놈의 되지 못한 버릇이 문제다. 금년 안에 책 두 권을 내겠다는 가소로운 목표, 그것도 부끄럽지 않은 꽤 쓸 만한 내용으로 채우겠다는 분에 넘치는 생각으로 계속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참으로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은퇴의 가장 큰 장.. 더보기
잡담한설(雜談閑說) - 8 글쓰기를 멈추는 일도 쉽지가 않다. 항상 글감을 염두에 두고 살았던 지난 5년의 세월이 습관이 된 모양이다. 습관을 바꾼다는 게 만만치 않은 것이다. 오늘은 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글감을 떠오르게 한다. 소위 '고사리 장마'라고 부르는 비다. 제주에서는 해마다 4월 말 무렵에 사나흘 청승맞게 비가 내린다. 이 비에 제주의 특산품인 고사리가 하루에 한 뼘씩 자란다고 한다. 엊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이 비는 내일 오후에나 그칠 거라는 일기예보다. 컴퓨터 미국에서부터 사용하다 가져온 컴퓨터 모니터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하더니 증세가 심해지는 바람에 바꾸게 되었다. 모니터를 켜면, 화면이 떨며 움직이는 증세는 처음에 겨울에만 나타났는데 5분쯤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마도 낮은 온도 때문에 콘덴서와 같은 부품의.. 더보기
왜냐고 묻지 않는 삶 - 굳이 말해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내가 우연히 어떤 방송을 접하지 않았다면 오늘 사람을 ‘수리하는’ 이 대한민국의 ‘공장’ 7층에 와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날 그 라디오를 듣지 않았다면, 선(禪)을 이야기하는 그 신부님 말씀에 흥미를 느끼지 않았다면, 빅토린은 지금 이 순간 귀에 손을 갖다 대고 있지 않을 것이고, 우리 가족은 ‘왜냐고 묻지 않는 자들’ 속에 감히 끼어볼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가끔 무디어진 정신과 위축되는 마음을 번쩍 깨어나게 하는 책을 읽을 때가 있다. 지난 며칠 동안 손에서 놓지 못한 책이 그랬다. ‘알렉상드르 졸리앙(Alexandre Jollien, 법명: 慧泉, 혜천)’은 프랑스와 유럽에서 저명한 철학자이자, 인간승리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밀리언셀러 작가이다. 독실한 .. 더보기
부동산이 답이다 1.“아버지가 아주 현명하신 분이었습니다. 옛날에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후손들이 씨족사회를 이루어 적당히 부쳐 먹고 살았잖아요. 무슨 유서가 있던 것도 아니고, 땅 문서를 작성해 후손들에게 나눠준 것도 아니고. 그런데 마을 이장이었던 아버지는 생전에 조상의 땅을 자신의 자식과 조카들에게 합당하게 이유를 설명하고 땅문서를 공평하게 나눠주었던 겁니다. 아버님의 이유 있는 판단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했어요. 덕분에 우리 8남매와 일가들은 전부 수십 억 부자가 되었어요. 물론 전답을 팔지 않은 사람들만 그렇게 됐지만. 고향이 ‘과학도시’로 지정되면서 개발이 된 겁니다. 둘째 누님은 제사 때마다 아버지를 원망했었어요. 아버지는 왜 나만 시골로 시집보내서 ‘개’ 고생을 하게 했냐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지금.. 더보기
서울 시티 투어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과 그 부근에서만 40년을 살았기에, 그래서 서울을 잘 안다고 생각했기에 서울을 돌아보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서울을 관광하자는 생각을 했던 것은 작년 동남아를 여행할 때였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베트남의 하노이, 라오스의 비엔티엔, 태국의 방콕,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를 여행하던 중, 내가 과연 서울을 돌아본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창경원이나 경복궁, 비원은 초등학교 소풍이나 중학교 사생대회 때 가본 것이 전부였다. 남의 나라는 기꺼이 돌아다니면서 정작 내 나라에는 무심했다는 자각이 뒤늦게 생겼다. 지리산을 걷고 여수를 거쳐 서울로 돌아온 다음날 서울 거리에 나선 것은 그런 생각 탓이었다. 인터넷으로 조사하니 ‘서울시티투어’가 검색되었다. 1코스와.. 더보기
세월호와 국정원 그리고 청와대 국정원의 정식명칭은 '국가정보원'이며, 그 전신은 안전기획부(안기부)와 중앙정보부(중정)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5·16 쿠데타 이후 김종필 씨가 주도하여 미국의 CIA를 모방하여 창설한 중정만큼 한국 현대사에서 많은 사건과 사연은 만든 정부조직도 없을 것이다. 심지어 중정을 만든 장본인인 박정희 대통령까지 시해하는, 현대사에서 가장 큰 역사적인 사건까지 저질렀으니 더 이상의 부연설명을 할 필요조차 없을 테지만, 김형욱과 이후락에서 김재규로 이어지면서 그 조직에서 저지른 사건들은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해왔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의 일로는 2012년 말의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한 사건까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를 시해한 조직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것에 역사의 아이러.. 더보기
20대 총선결과가 주는 교훈 30년 전 부친상을 당했을 때다. 낯선 사람이 와서 상주인 내게 귓속말을 전했다. "P국회의원께서 문상 오셨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국회의원이 왜 문상을 왔을까? 순간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그렇다고 문상 온 분을 돌려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의아한 가운데 문상을 받았고 P의원은 의례적인 위로의 말과 함께 봉투를 놓고 갔다. 형이 사는 곳인 이웃 지역구 출신으로 야당 성향의 내가 좋아하는 의원이었으나, 당시 부모님이 사는 곳과는 지역구가 달랐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지역구 유권자인 형을 보고 찾아온 것이었다. 더군다나 형은 아버지와 성(姓)이 달랐다. - 부모님은 한국전쟁의 피해자로 재혼한 분들이었다. 그분이 왜 그랬는지 제주에 살면서 뒤늦게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국회의원이 되기 .. 더보기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얻은 정보 1. 지리산둘레길에서 만나 3일간 길동무를 했던 Y선생은 지리산을 무척 좋아하는 분이었다. 5차례에 걸쳐 둘레길을 완주한 그 길을 또 다시 걷기위해 10일을 예정으로 6번째 방문했을 정도이었다. 그런 만큼 지리산 인근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 그분에 의하면 경남 하동군에 속하는 악양, 대축이 한국에서 손꼽히는 은퇴지라고 한다.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진 터라 땅값도 많이 올랐다고 하니, 역이민 지역을 찾는 분들 가운데 여유가 있는 분들은 이 지역을 고려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KBS 인간극장 금주 편에 '숙희씨네 지리산 편지'가 방영되고 있으니 참고하시기를. 2. 이번 여행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한국이 비록 작은 나라지만 아기자기하고 예쁜 곳이 참 많다는 것이다... 더보기
금오도 - 술에 취하고, 정에 취하고 6시간만 자고나면 더 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 새벽 4시에 눈이 떠졌으나 조금 더 자볼까 하는 생각에 누워있었지만 언감생심이었다. TV를 켜고 애꿎은 채널을 돌리다가 결국 일어났다. ‘경주애인’님과 약속한 6시 20분경에 모텔입구로 내려갔다. 차를 어떤 차가 막고 있었다. 이렇게 남의 차를 가로막고 주차한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차 앞에 적힌 연락처를 보고 전화해서 차를 빼달라고 요구했다. 백야도에 도착한 것은 7시로 금오도행 첫 배는 7시 30분이어서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었다. 잠시 후 ‘감사함’님과 ‘자수정’님 부부가 도착했다. ‘감사함’님은 7명의 아침으로 팬케이크, 삶은 계란, 우유, 커피까지 준비해 오셨다. 그 치밀하고 섬세한 정성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저녁에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 날은.. 더보기
지리산둘레길 - 열 사진으로 읽는 못 다한 이야기 절반 이상을 걸었으니 남은 절반은 언젠가 다시 돌아와 반드시 끝낼 생각입니다. 내년이 될지, 내후년이 될지는 모르지만. ▼ 맛깔스러운 전라도 음식. 6일째 걸은 후 도착한 남원시 주천의 민박집 아래 '송림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6천원짜리 김치찌게에 반찬이 9가지다. 파전 5천원에 소주 한 병을 곁들여 배 터지게 먹었다. ▼ 3월 28일 토요일에 묵었던 어천마을 펜션의 정경이다. 비수기라 그런지 손님은 전혀 없었다, 가는 곳 마다 펜션들이 있었는데 그 많은 펜션이 어떻게 영업이 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여름 한 철 벌어서 일 년 살 수 있을까? 여름방학 때는 방 하나에 15만원을 받아도 방이 모자란다고 했다.▼ 펜션 내부 모습 ▼ 마을 마다 볼 수 있는 노인들을 위한 무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