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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이민

한국이 좋으십니까? (1) (2012년 9월 22일에 작성한 글) (편의상 경어는 생략합니다.) - 한국이 좋은 게 있고, 미국도 좋은 게 많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이 더 좋고 편한 게 많다고 생각한다. 아다시피 땅 덩어리도 넓고 자연도 좋지 않느냐? 아무리 경제위기라 해도 벌어먹고 살기도 미국이 훨씬 낫다. 그러나 이유가 어찌 되었던 한국에 돌아와서 살고 있다. 뭐하러 미국을 생각하나? 한국도 좋은 점 많다. 한국의 좋은 점만 생각하고, 그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 - 난, 이곳이 좋아. 여긴 TV 아무거나 틀어도 다 한국말 나오잖아! 아무 음식점이나 들어가도 되고. 불편한 게 하나도 없어. 손주들 보고프면 컴퓨터 틀고 화상으로 얼굴 보면 되고. 가끔 한 번씩 보면 되지 노상 붙어있으면 서로 불편해. (도치형님) 라이오 코리아.. 더보기
가르마 바꾸기, 둘 (2012년 9월 13일) - 난, 제주는 싫어요! 지금까지 댓 번을 갔는데, 갈 때 마다 태풍 불고 비오지, 비행기는 커녕 배도 안 뜨는 거야! 정말 혼났어, 얼마나 비바람이 거세게 치는지, 차를 타고 가는데 차가 다 기우뚱거리더라니까! 제주는 어떠세요? 라는 질문에 해남 땅끝마을에서 만난 75세 장로님은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말했다. 그 분에게 제주를 떠올리면 악몽이 생각나는 모양이었다. 반면, 엊그제 만난 최선생은 제주에 대해 아주 좋은 선입견을 가졌다. 40여 년 전 10대 후반에 제주를 처음 방문한 이래, 지금까지 기회 있을 때 마다 열 번도 더 다녀갔고 급기야는 제주를 은퇴지로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가르마 바꾸기가 그렇게 힘든 것 처럼, 한 번 들어와서 자리잡은 선입견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더보기
돌아오는 사람들, 떠나려는 사람들 (2012년 8월 7일) 해남 땅끝마을에서 조성된다는 교포타운 답사방문이 있은지 4개월이 지났다. 더 이상 아무 연락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때 느꼈던 감동의 여운은 아직도 남아있다. 150분이 넘는 참석자들 중에는 나같은 한국 거주자도 있었지만 대부분 미국 전역에서 오신 분들이었고, 나이도 나처럼 젊은 축부터 80에 이르는 분들도 있었다. 어떤 젊은 친구는 자신의 부모님을 대신해서 왔고, 또 사업 추체 측에서 동원한 리얼터들도 있었다. 왜, 그 분들은 돌아오려고 할까? 라는 질문이 계속 머리에 남아 있었다. 나와는 달리 대부분 30년 이상된 분들로 경제적으로 성공하신 분들이어서, 나라면 돌아올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 더보기
룸메이트 이야기 (2012년 4월 18일) - 아니, 장로님! 그냥 미국에 계시지 뭐가 그리 좋은 게 있다고 혼자 한국에서 외롭게 지내세요? - 아냐, 미스터 장. 나는 이곳이 좋아요. 45년을 미국에서 사셨다고 한다. 75세이니 인생의 60%를 미국에서 사신 셈이지만, 철없는 어린아이 시절을 제외하면 살아오신 인생의 80% 이상을 미국에서 지내신 분이다. 안과 의사와 CPA인 따님 둘과 변호사인 아들을 두었는데, 특히 아들의 반대가 심하다고 한다. 아버지가 한국에서 갑자기 큰 일을 당하더라도, 법원출입 변호사인 아들이 바빠서 어떻게 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사모님도 자식들 편이어서 한국행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땅끝호텔에 도착한 첫날, 모든 행사가 끝나고 방으로 들어와 씻고 인사를 나누었다. 룸.. 더보기
제주의 불편한 진실 (2012년 3월 21일) 아침에 운동을 하기 시작한 지는 꽤 오래되었다. 서른 살이 넘어서면서부터 몸에 이상증세가 나타난 것이 운동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알러지 비영으로 코가 막혀 잠을 못 자기도 하고, 피곤하면 편도선이 붓고, 두드러기가 생기는 등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이상증세가 수시로 생겼는데 운동으로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주로 뛰었다. 운동화만 신으면 되니까 일단 간편했고, 어디서나 할 수 있었으며 아무 때나 혼자라도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뉴저지에 살 때는 6시에 일어나 주로 2 마일 정도를 뛰었는데, 이틀 연속 거르지 않고 일주일에 5일 이상 뛰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었다. 가끔이지만 시간이 많은 주말에는 4마일을 뛰기도 했고 혼자 산행을 다니기.. 더보기
후회하는 인생 (2012년 2월 24일) 늦은 봄날, 2층 덱으로 나옵니다. 쿼터 에이커가 훨씬 넘는 넓은 백야드의 잔디를 2시간이 넘게 땀을 뻘뻘 흘리며 방금 깍은 뒤, 샤워를 하고 나온 겁니다. 덱에 있는 흔들의자에 몸을 묻고 차게 히야시된 캔 맥주를 들고 흐믓한 마음으로 방금 깍은 잔디를 쳐다 봅니다. (이때는 잔디를 깍은 후, 쳐다보고 있으면 왜 그렇게 뿌듯했었는지.) - 그래, 미국에 오길 참 잘했어. 아, 나는 얼마나 행운아인가! 이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 키우고, 먹고 사는데 아무 문제 없으니 이만하면 됐지, 뭘 부러울 게 있어? 10여 년 전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넉넉한 토요일 오후, 행복감에 도취되어 몸을 떨던 기억이 엊그제 일처럼 뚜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영주권도 쉽게 받았고, 몇 년 전 집을 산.. 더보기
제주의 여름 (2011년 7월 29일) 오랜만에 한국에서 보내는 여름이다. 육지에서는 물난리가 나서 난리라는데, 이곳은 파아란 하늘과 흰 구름 아래 매미소리만 가득하다. 어제는 제주가 35도에 육박했다고 한다. 화씨로는 95도 가량이 된다. 내가 사는 곳은 해발 200미터쯤 되는 곳이라 해변보다는 시원하다. 엊그제는 신제주에 사는 친구(이 카페때문에 알게 된 돌싱)가 와서는 자기가 사는 곳보다 훨씬 시원하다고 너스레를 떠는 것을 보니 그래도 좀 나은 것 같기는 하다. 뉴저지에서도 백도를 넘는 기후를 많이 겪어보았지만 그때는 그래도 견딜만 했었던 것 같다. 하긴, 하루종일 시원한 사무실에서 지내다가 저녁에야 집에 돌아오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래도 온도만 맞추어 놓으면 에어컨도 자동으로 돌아가고, 또 한국처럼 습하지 .. 더보기
역이민 사례 1 (2011년 7월 15일) 지난 주에 저에게 연락을 해 온 분이 있었습니다. 서귀포에 이사온지 보름되었는데, 이사짐 정리에 장마까지 겹쳐 정신을 못 차리다가 겨우 연락을 했다고 했습니다. 아직 차를 마련하지 못해 움직일 수 없다는, 저보다는 젊어보이는 그 분을 만나기 위해 우리 부부는 서귀포로 갔습니다. 아직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둘을 데리고 온 그 분의 이야기를 옮겨봅니다. - 미국에서 25년 살면서 이런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 서부에서 살며 장사를 해서 그럭저럭 잘 살았는데 2년 전부터 현상유지는 커녕 인건비도 안 나오더니 지금은 장사가 거의 안 된다. - 아이들이 아토피가 있어 의료보험을 안 들 수가 없는데, 5~6백 불 하던 보험료가 나이가 들자 8백 불을 넘게 나온다. 한.. 더보기
초보 역이민자의 소일거리 (2011년 7월 6일) - 앞으로 30년은 더 살아야 할 텐데 뭐하고 지낼려구? - 야, 제주는 70이 넘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야. 거기는 할 일이 없어. 뭐하고 살려고 하니? - 사람은 일이 있어야 살 수 있는 거 아냐? 돈이야 벌지 않는다고 해도 소일거리는 있어야지. 아무 것도 안 하고 어떻게 살려고 해.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국에 돌아와 제주에 살면서 가장 많이 듣고있는 이야기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아니, 다 맞는 이야기이어서 이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걸렸고, 아무 대책이 없다는 게 창피하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월은 흘러 6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금년도 상반기를 끝내고 하반기로 넘어가서 7월이다. '소일거리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걱정말고 오라'고 했던 동서의 말도 내게는 해.. 더보기
한국, 믿지 마세요! (2011년 6월 16일) 나무 몇 그루를 보고 숲을 판단할 수는 없다. 썩은 나무 몇 그루를 보고 숲 전체가 썩었다고 판단하는 것도 큰 잘못이지만, 역으로 보기좋은 숲을 보고 그 곳의 모든 나무가 건강하다고 믿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내가 썩거나 병든 나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느 곳에 병든 나무가 있는지, 햇빛이 잘 드는 곳이 어딘지 알 필요가 있다. 고달픈 이민생활을 끝내고 편안하고 고향 같은 고국에서 여생을 보내기 위해 귀국했다가, 사기에 걸려 재산을 잃는다거나, 오랜 해외생활로 한국을 잘 모르고 타성에 젖어 실수를 하게 되면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그래도 약자인 서민을 보호하는 법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곳이지만, 한국은 아직도 그렇지 못한 곳이다. 어제 방영된.. 더보기